[인터뷰] '그 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 최웅·국연수를 떠나보내며②
입력: 2022.02.24 07:01 / 수정: 2022.02.24 08:09

엔제이(노정의) 캐릭터에 미안하고 아쉬운 점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집필한 이나은 작가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SBS 제공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집필한 이나은 작가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SBS 제공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웹드라마 제작사 자막·카드뉴스 담당자로 입사했던 이나은 작가에게 글 쓰는 업이란 다소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드라마 작법 등의 교육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우연히 기회가 돼 1분 단위 이야기로 극본을 쓰기 시작했던 그는 5분 10분 30분씩 점차 긴 호흡의 글을 맡게 됐고,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 '연애미수' 등을 탄생시켰다.

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극본 이나은, 연출 김윤진)는 이나은 작가의 첫 미니시리즈 작품이었다. 처음이었던 만큼 많은 어려움과 고충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준 덕분에 마무리까지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었다. 운도 따랐다. 작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캐스팅 단계'부터 이나은 작가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주연인 최우식과 김다미는 이나은 작가의 희망 캐스팅 1순위였다. 특히 최웅은 실제 최우식의 예능 출연 모습을 보며 성격이나 생활 방식 등을 입힌 캐릭터였다. 즉 최웅 그 자체가 출연했다고 한 셈이었다.

"최웅이라는 인물을 구축하던 시기에 tvN 예능 '여름방학'을 보게 됐어요. 최우식 배우의 매력을 보며 영감을 얻었죠. 저런 매력을 가진다면 웅이라는 캐릭터도 보다 더 풍부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최우식의 불면증 같은 생활 방식 등이 웅이에게 많이 들어갔어요. 그만큼 최우식이 현실적인 연기를 해줘서 실존 인물처럼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다미 배우는 최우식을 떠올리니 PD님 등 많은 사람들이 추천해줬어요. 이후 김다미의 인터뷰를 보며 국연수의 부족했던 모습을 채워졌죠. 신인이나 다름없는 작가의 작품인데도 배우님들이 선택해줘서 영광이었습니다(웃음)."

극 중 최웅과 국연수는 상반될 정도의 다른 연애 성향을 보여주며 만남과 이별을 겪는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만큼은 아낌없는 최웅이라면, 국연수는 주체적이고 독립적이지만, 남에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건 유난히 어려워했다. 시청자들로서는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될 만큼 현실적이었다.

이나은 작가는 정반대인 두 사람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는 "첫 만남 설정 자체가 전교 1등과 꼴등이라는 반대에서 시작한다. 극과 극인 두 사람이 만나게 되면서 어떻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서로 닮아가는지를 표현하고 싶었고, 이는 장기간 연애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다"며 "때문에 극 초반부에는 더 노골적으로 두 사람의 반대 성향이 담겼다"고 밝혔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가 극 중 캐릭터 최웅과 국연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SBS 제공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가 극 중 캐릭터 최웅과 국연수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SBS 제공

사실 최웅, 국연수의 연애관은 이나은 작가의 연애관과도 연결돼 있었다. 이에 이나은 작가는 "국연수는 내가 했던 현실적인 연애라면, 최웅처럼 아낌없이 퍼부어주는 사랑은 내가 원하는 판타지"라고 표현했다. 그는 "국연수 같은 방식의 연애를 한 뒤 아쉬움과 후회가 남더라. 최선을 다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모습이 웅이의 사랑 방식이었다. 내가 했던 연애와 하고 싶은 연애를 대비하면서 그려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극 중 인물들은 가난한 집안 환경, 입양, 부모와의 갈등 등 저마다 상처를 안고 있다. 작품은 때때로 이 상처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극적이게 표현하진 않는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잔잔하게 그려내기 위해 애썼다는 인상이 강하다. 여기에는 이나은 작가의 성격이 담겼다. 그는 "평소 감정의 큰 동요나 힘든 상황에 놓였을 때 애써 누르려 하고 담담하게 지나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인물들도 그렇게 표현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시청자를 배려한 이나은 작가만의 작품관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감정 등을 과하게 표현하면 시청자들이 해석하고 상상할 상황이 없다고 생각해 의도적으로 담담하게 표현한 부분도 있다. 그래야 많은 사람이 인물들의 감정에 본인들의 감정을 더할 수 있고, 이는 오히려 캐릭터와 작품이 풍부해지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이제는 첫 미니시리즈를 함께한 자식과도 같은 캐릭터를 떠나보낼 때가 됐다. 이나은 작가는 15회 대본을 쓰며 이별할 때가 됐다는 걸 실감했단다. 하지만 헛헛함도 잠시 오히려 16회 마지막 대본을 탈고한 후에는 흡족한 마음을 느꼈다.

"15회 중 '뭐가 이렇게 다 불쌍하냐 우리'라는 대사가 있어요. 이 친구들이 이제 성장할 때가 됐다는 걸 암시하는 말이기도 했어요. 그때 애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기도 하고 묘했죠. 하지만 막상 16회에 성장한 모습을 쓸 때는 에너지를 받는 기분이더라고요. 오히려 15회보다 마지막회 대본을 탈고한 후가 더 후련했어요."

SBS 그 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가 최우식 김다미 노정의 김성철(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SBS 제공
SBS '그 해 우리는' 이나은 작가가 최우식 김다미 노정의 김성철(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SBS 제공

첫 도전인지라 미흡한 점도 물론 있었다. 극 중 최정상 아이돌로 등장한 엔제이(노정의 분)는 이나은 작가의 아픈 손가락이기도 하다. 엔제이는 주연 3인방 최웅, 국연수, 김지웅(김성철 분)과 모두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겉도는 느낌이 강했다. 때문에 작품 전개에 엔제이의 서사가 왜 필요한지 의문을 드러내는 평가도 많았다.

이와 관련 이나은 작가는 "엔제이를 통해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는데, 내가 부족한 탓에 잘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고 돌이켰다. 그는 "엔제이는 확실히 주연 3인방하고는 다른 결의 캐릭터다. 주인공들은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반면 엔제이는 일반적인 청춘을 갖지 못한 남들과 다른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다. 이런 청춘도 있다면 저런 청춘도 있다는 것을, 평범한 학창 시절을 보내지 않은 인물들도 성장을 통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나은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너무 과분한 사랑을 주셔서 매일 기쁘다가도 '이것도 순간이겠지. 잠잠해지겠지. 떠나가시겠지'라는 걱정도 들어요. 늦지 않게 돌아올 테니 너무 멀리 떠나지 말고 주변에 맴돌아주셨으면 해요(웃음). 저는 보답하기 위해 함께 나이 들어가는 작가, 그러면서 진심을 다해서 이야기를 하는 작가가 되겠습니다."<끝>

sstar1204@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관련기사> [인터뷰] 이나은 작가 "'그 해 우리는', 서로의 기록이 됐다"①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