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슨'·'드라이브 마이 카'·'램'·'해탄적일천', 꾸준히 흥행
영화 '리슨'(왼쪽)과 '드라이브 마이 카'가 지난해 연말 개봉 이후 꾸준히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각 영화 포스터 |
연말연시 극장가의 가장 큰 특징은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호평받은 '다양성 영화'들과 '여성 감독의 화제작'들이 줄지어 스크린에 걸렸다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와 트렌드는 관객들의 관심 속에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영화 팬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작품성이나 예술성이 뛰어난 저예산 영화와 여성 연출작들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원세나 기자] 지난해 연말 다양성 영화 화제작들이 줄지어 개봉하며 영화 마니아들을 설레게 한 극장가는 새해에도 그 분위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양성 영화란 사전적 정의는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쉽게 관람할 수 있는 주류 영화가 아니면서 다양한 국적·장르·저예산 등 소수성을 표방하는 범주의 영화를 일컫는다. 주로 독립영화, 예술영화, 다큐멘터리영화 등을 총칭하는 말로 쓰인다.
대규모의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상업영화와 달리 소규모의 제작비가 투입되며 배급이나 상영 규모에서도 소규모로 진행된다. 장르에 제한이 없어 다양한 소재나 문제를 자유롭게 다루거나 실험적 시도에 의해 영화가 제작되기도 한다.
먼저 지난 12월 9일 개봉한 영화 '리슨'(감독 아나 호차)은 한 가족이 함께하기 위해 사회감시망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고난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벨라는 포르투갈 출신의 극빈층 이민자로 남편과 함께 런던 교외에서 삼 남매를 키우며 살고 있다. 실직과 가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어느 날 청각장애 딸의 학교에서 빚어진 오해로 양육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어린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부모들은 범죄자처럼 억류되고 짧은 접견 시간 동안 모국어 사용은 금지되고 사회복지사는 아이들의 입양을 서두른다.
작품은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한 가족의 가난과 실직, 장애에 아무런 귀를 기울여주지 않던 세상과 이들의 헤어짐을 그린 영화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강제 입양 이슈에 대해 담담하고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12월 23일 개봉한 '드라이브 마이 카'는 세계적인 문학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외도를 한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와 그의 전속 드라이버가 만나 삶을 회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영화 '램'(왼쪽)과 '해탄적일천'은 독특한 소재와 장르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높이며 극장가로 발길을 이끌고 있다. /각 영화 포스터 |
고레에다 히로카즈를 잇는 일본의 젊은 기대주로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는 제74회 칸영화제 각본상을 시작으로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38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상에 도전하는 가운데 오스카 레이스도 순항 중이다.
제94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 예비 후보에 올라있고 작품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으며, 제75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색상, 외국어영화상까지 무려 3개 부문 1차 후보 선정됐으며 크리틱스초이스에서는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라있다.
12월 29일 개봉한 영화 '램'은 눈 폭풍이 휘몰아치던 크리스마스 날 밤 이후 양 목장에서 태어난 신비한 아이를 선물 받은 마리아 부부에게 닥친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 호러 영화로, '미드소마' '유전' 등을 통해 믿고 보는 독창적인 호러 명가로 거듭난 A24가 선택한 영화다.
'램'은 제74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독창성상 수상을 시작으로 제54회 시체스영화제 작품상·여우주연상·신인감독상 3관왕의 쾌거를 이루며 '2021년 가장 핫한 호러 영화'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제94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강력 후보로 거론된 것은 물론 제11회 스트라스부르 유럽 판타스틱 영화제 작품상 수상에 이어 제34회 유럽영화상 유러피안 디스커버리 비평가상, 제17회 취리히 영화제 국제영화상, 제27회 아테네 국제영화제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작품은 '월요일이 사라졌다' 누미 라파스와 '제2의 아리 에스터'로 주목받고 있는 천재 신예 발디마르 요한손 감독의 연출력이 이룬 압도적 시너지가 기대를 모은다. 시체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누미 라파스는 신비한 아이의 엄마 마리아 역을 통해 괴물 같은 열연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 경신에 나섰다.
지난 6일 개봉으로 새해의 포문을 연 작품은 대만 뉴웨이브 거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시작을 알린 영화 '해탄적일천'이다. 영화는 어느 날 해변에서 남편의 실종 소식을 들은 자리와 13년 만에 유명 피아니스트가 돼 고향에 돌아온 웨이칭, 두 사람이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시간을 그렸다.
지난 2017년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매해 에드워드 양 감독의 걸출한 작품들이 국내 관객들을 만났지만, 1983년 제작된 그의 장편 데뷔작 '해탄적일천'만큼은 복잡한 판권 문제로 유독 국내 개봉에 어려움이 많았던 작품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영화 팬들의 뜨거운 성원으로 39년 만에 마침내 정식 개봉을 확정하고 관객들을 찾아왔다. 주인공 자리가 마주한 13년의 세월의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연출과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감독의 시선으로 담아낸 유려한 미장센이 어우러져 대만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한 편의 서정시 같은 걸작이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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