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인사이드①-라이언 전] 2021년, K팝이 더 멀리 가기 위해(하)
입력: 2021.02.21 00:00 / 수정: 2021.02.21 00:00
라이언전은 늘 K팝의 미래를 그린다. 그리고 미래의 열쇠는 이제 막 작곡가의 꿈을 키우고 있을 신인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선화 기자
라이언전은 늘 K팝의 미래를 그린다. 그리고 미래의 열쇠는 이제 막 작곡가의 꿈을 키우고 있을 신인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선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 신년사에서 '소프트파워에서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며 문화·예술과 스포츠를 대표적인 'K-콘텐츠'로 내세웠습니다. 특별히 BTS와 블랙핑크, 그리고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기도 했죠. K-콘텐츠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여러모로 힘든 이들에게 잠시나마 행복을 주기도 하고 따뜻한 위로를 전하기도 합니다.

<더팩트>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한류를 이끄는 '한류 콘텐츠 메이커'를 직접 만나 K-콘텐츠의 성공과 가능성,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와 해결법을 살펴보는 기획시리즈 '한류 인사이드'를 통해 글로벌 한류의 현주소를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싸이→BTS 이을 K팝의 미래

[더팩트 | 유지훈 기자] 2012년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100 7주 연속 2위를 기록했다. 이후 1위를 꿈꾸며 '대디' '나팔바지' 등의 노래를 발표했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K팝의 한계였을 것만 같았던 싸이의 기록은 2018년 6월 방탄소년단의 '轉 Tear(전 티어)'가 빌보드200 1위를 차지하며 깨졌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파죽지세 기록 행진에 이어 올해 그래미 어워즈 수상까지 노린다.

음악 프로듀서 라이언전과 뮤직퍼블리싱사 Musikade(뮤직케이드)의 염민석 대표는 K팝의 글로벌 약진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국의 아티스트 인큐베이팅, 홍보 마케팅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고 유튜브와 소셜미디어가 자리를 잡아 이제 하나둘 결실을 거둘 뿐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더 높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많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이다.

라이언전(왼쪽)과 염민석 대표는 K팝이 더 높이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을 하나둘 짚어냈다. /이선화 기자
라이언전(왼쪽)과 염민석 대표는 K팝이 더 높이 나아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들을 하나둘 짚어냈다. /이선화 기자

- 방탄소년단의 기록 행진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라이언전(이하 라): 음,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웃음) 프로듀서라면 모두 그럴 거예요. 그리고 K팝의 성장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도 다시금 생각하게 됐어요. 한국은 이미 해외에 있던 아이돌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어요. 하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이돌이라 하면 방탄소년단이죠. 시작은 한국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선두가 된 거죠.

염민석(이하 염): 계보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한국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완성시켰고 여기서 탄생한 아티스트들이 계속해 해외에 다리를 놓았죠. 이후에 싸이가 성공을 거뒀고 방탄소년단이 정점을 찍었다고 봐요.

-SM과 싸이 그리고 방탄소년단 다음의 K팝은 무엇이라고 보나.

라: 팝 문화에서 EDM, 하우스, 일렉트로, 알앤비, 재즈 같은 장르는 이미 정착했고 하나의 패러다임이 됐어요. 하지만 K팝은 아직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진 못했어요. 결국 노력으로 풀어야 하는 부분이죠. K팝은 계속해 성장할 거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갈 거예요. 아직 희망적인 건 아직 시장의 날씨가 맑다는 것입니다. 구름이 끼지 않게, 비가 내리지 않게 해야죠. 제 생각에 K팝은 늘 미끄럼틀 위에 있는 것 같아요. 멈추는 순간 미끄러져요. 우리의 것을 만들어야 할 차례죠.

염: SM이 기초를 다졌고 싸이는 극대화, 그리고 방탄소년단은 세계화를 해냈어요. 이제는 다른 K팝의 형태가 필요해요. 모두가 제 2의 방탄소년단을 꿈꾸는데 결코 기계적으로 찍어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아직 솔로 뮤지션은 우리가 개척해야 할 영역이고 걸그룹도 블랙핑크 다음이 필요해요. 다 같이 해내야죠. 기획사 작곡가 안무가 심지어 팬까지 모두요.

염 대표는 싸이(위쪽)가 K팝의 세계화를, 방탄소년단이 K팝의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염 대표는 "싸이(위쪽)가 K팝의 세계화를, 방탄소년단이 K팝의 정점을 찍었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작곡가로서 풀어야 할 숙제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라: 저는 이 시장에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해외 프로듀서들과 협업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당시 다른 한국 작곡가들에게 푸대접을 당하기도 했어요. 제 작업 방식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해외에 뺏기는 것이라고 생각나봐요. 이 회의가 컸어요.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해요.

염: 과거의 한국 가요계는 작곡가 한 사람이 노래를 혼자 만들었죠.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분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부터는 달라요. 요즘 음악은 정말 복잡해졌어요. 듣기에는 심플할지 몰라도 수많은 장르가 혼합돼 있어요. 정말 천재가 아니면 혼자서 모든 걸 해낼 수 없어요.

-라이언전이 참여한 노래에는 수많은 뮤지션들이 크래딧에 있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기 위해서인가.

라: 악보를 볼 줄 알고 코드도 좀 알고 드럼과 건반을 치는 테크니컬한 영역도 가능해요. 하지만 멜로디에는 약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사람을 찾아야만 했어요. 빨강과 노랑을 섞으면 주황색이 나와요. 음악도 같은 거예요. 누군가는 감각으로 누군가는 이론으로 음악을 하고 그게 다 섞이면 더 다채로운 결과나 나오는 거죠.

염: 최근 빅톤의 'What I Said(왓 아이 세이드)'라는 노래를 작업했어요. 탑 라인은 이미 완성됐었는데 어떻게 풀지 답이 나오지 않던 곡이었어요. 유니버설뮤직에 유하라는 신인 뮤지션이 있는데 그 친구가 멜로디와 벌스를 써준 덕분에 완성됐어요. 마음에 들어서 가사도 부탁했고요. 요즘의 음악 작업은 퍼즐을 맞추는 것 같아요.

라이언전은 K팝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외 작곡가들과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라이언전은 "K팝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해외 작곡가들과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작곡가들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

라: 예전에는 송캠프를 많이 했죠. 지금도 좋아하는 방식인데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나가질 못하니 한지 한참 됐네요.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별 이야기가 다 나와요. 그리고 스타일도 가지각색이라 자극을 많이 받아요.

염: 기본적으로는 구성을 짜는 트랙메이커, 멜로디를 만드는 탑라이너, 가사를 쓰는 작사가 등등인데 이제 이 각 분야마다 수많은 사람이 따라붙게 돼요. 그러다 보니 크래딧에 이름을 올리는 사람도 10명을 쉽게 넘겨요. 라이언전은 요즘 작곡가가 아니라 프로듀서라고 하잖아요. 이 경우 팀을 구성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거죠.

-라이언전은 요즘 직접 곡을 쓰기보다는 프로듀서의 영역이 더 커진 것 같다.

라: 제가 작곡가로서 평생 해먹을 수 있다고는 예전부터 생각하지 않았어요. 새로운 작곡가를 발견하고 그들을 끌어주며 많은 기회를 주는 게 지금으로서는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송캠프 형식으로 함께 작업하는 신인만 200명이 좀 안 돼요. 그리고 모두 한국 사람이죠. 그들 안에서 앞으로의 K팝을 이끌 사람을 찾고 싶어요. K팝이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실력 있는 한국 아티스트가 필요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 노래인데 왜 외국 작곡가가 판치냐'는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해요. 그래서 제가 노력하는 부분이에요.

염: 한국 사람들은 참 대단해요. 전자제품만 봐도 예전에는 일본 것이 최고였지만 이제 한국 제품을 많이들 쓰는 세상이에요. 비보이의 경우 한국 팀이 대회에서 자주 우승하고요. 계속해 갈고 닦으면 분명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곡가가 탄생할 거라고 봐요.

-한국 신인 작곡가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이 있다면

라: 자기 음악을 들어봐 달라고 오는 노래만 한 달에 1000곡이 넘어요. 열정적으로 듣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하기도 해요. 음악을 많이 듣지 않는다고 느껴서요. 다들 해외 차트도 음방도 보지 않는대요. 신곡도 마찬가지로 잘 듣지 않고요. 트렌드를 읽고 자기 것으로 습득하는 능력이 중요해요. 이건 다른 노래와의 유사성을 피해가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예요.

염: 괜히 기획사들이 외국 작곡가들의 노래를 택하는 것이 아니에요. 한국 대형 기획사의 노래에 해외 작곡가의 참여도가 50%를 넘어요. 트렌드는 여전히 그들이 더 앞서가고 있는 거잖아요. 저와 라이언은 희망을 품고 있어요.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노력이 결실을 맺을 거라고 생각해요.

라이언전은 신인 작곡가 양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선화 기자
라이언전은 신인 작곡가 양성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이선화 기자

-작곡가들 외에 K팝 종사자들이 풀어야 할 다른 숙제들은 무엇인가.

라: 많죠. 많이 나아졌지만 저작권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도 아직 부족해요. 인큐베이팅 시스템에서 탈락한 연습생들에 관한 사후 지원 같은 것도 필요해요.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다시 시장이 정상 궤도에 든다면 이것들도 함께 풀어갔으면 좋겠어요.

-너무 K팝의 미래만 이야기한 것 같다. 라이언전은 프로듀서로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

라: 늘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작업해요. 함께 작업하고 있는 작곡가들과 더 높이 나아가고 싶어요. 커다란 기계 속의 태엽처럼 맞물려 있으니 그 누구도 도태되면 안돼요.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압박이 점점 심해져요.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서 '이대로 괜찮나' 고민하게 되고. 그래도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미 상반기 라인업은 끝났습니다. 정성스럽게 음악 해야죠. 기술과 함께 음악도 발전하고 거기서 또 새로운 것을 찾아볼게요.

-두 시간의 인터뷰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라: 기획사 아티스트 팬 모두의 노력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스스로는 K팝의 성장에 어느 정도 저희 팀의 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변치 않고 정성스럽게 음악 할게요. 코로나가 어서 끝나서 모두가 다시 만날 날이 오길 기도하겠습니다.

염: 아직 갈 길이 멀어요. K팝이 해외에서 각광을 받은 지 아직 10년도 안됐어요. 비틀즈의 음악은 1960년대에 만들어져서 지금도 계속해 부활하고 있잖아요. K팝의 역사는 10년밖에 안됐으니 앞으로 더 성장할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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