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뎐'이 오는 12월 3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작품은 이동욱 조보아의 로맨스는 물론 자연스럽게 녹여낸 전통 설화로 호응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tvN 제공 |
전통 설화의 묘미 담은 기특한 판타지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이동욱은 구미호를 연상케 하는 비주얼로 연신 매력을 펼치고, 조보아는 일반적인 드라마 여주인공과 결이 다른 걸크러시 면모로 무장해 보는 이를 쥐락펴락한다. 둘의 사랑 이야기에 푹 빠져있다 보면 불쑥 드는 감상이 있다. 이 드라마, 로맨스도 로맨스지만 전통 설화 '맛집'이다.
tvN 수목드라마 '구미호뎐'(극본 한우리, 연출 강신효 조남형)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달 7일 첫 방송해 꾸준히 사랑받았고 오는 12월 3일 최종회로 마침표를 찍는다. 작품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 이연(이동욱 분)과 그를 쫓는 괴담 전문 PD 남지아(조보아 분)의 로맨스를 담았다.
방영 전부터 '구미호뎐'은 드라마 팬들의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샀다. 판타지 로맨스라는 장르와 이동욱 캐스팅은 2016년 말 방송된 tvN '도깨비'를 연상케 했다. 이는 '인기 드라마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으로 이어졌다. 반면 한우리 작가가 집필을 맡는다는 것은 기대 포인트가 됐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작가 출신인 그가 만들어낸 판타지 세계관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한 작가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구미호뎐'에는 불가살이 두억시니 이무기(위쪽부터) 등 친숙한 요괴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등장한다. /'구미호뎐' 캡처 |
tvN에 따르면 한우리 작가는 '구미호뎐'을 위해 2년 5개월 동안 전통 설화를 철저히 조사했다. 그 시작은 어린 시절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 속 인물들의 현재를 상상하는 것이었다. 한 작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구미호, 지역을 지키던 토착신, 밤잠을 설치게 하던 귀신 등을 조사하며 그 디테일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그의 치밀한 조사는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구미호 여우누이 불가살이 장승 우렁각시 어둑시니 아귀 이무기 망태 할아버지 등의 수많은 캐릭터를 비롯해 호랑이 눈썹과 꽈리 사인검 삼도천 등 전통 설화 속 요소들을 드라마에 녹여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옛이야기는 '구미호뎐'을 통해 다시 살아 숨 쉰다.
이 많은 요소를 '구미호뎐'에 단순히 집어넣은 게 아니다. 손맛이 일품인 우렁각시는 한국전통음식점 사장, 점바치는 민속촌의 점쟁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 삼도천은 '내세 출입국 관리사무소', 저승 문지기들은 스산한 느낌이 아닌 컴퓨터 앞에서 골머리를 앓는 회사원으로 만들었다. 기초 설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현대화한 위트가 빛난다.
'구미호뎐' 제작진은 구미호 이연의 눈동자를 토종 여우와 같은 금색으로 설정했다. /'구미호뎐' 캡처 |
악역들도 모두 요괴다. 어둑시니는 녹즙 판매원이 되어 사람들의 내면을 뒤흔들고 불가살이는 쇠붙이를 먹으며 주인공들을 위기로 몰아넣는다. 이무기(이태리 분)는 후반부 갈등의 핵심인 이연의 숙적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 덕분에 매회 방송이 끝나고 직접 극에 등장한 전통 설화와 요괴들을 찾아보게 만드는 '구미호뎐'만의 즐거움이 만들어졌다.
또한 작품은 주인공 이연으로 '구미호는 여자'라는 통념을 부쉈고 작은 디테일을 더해 그 매력을 극대화했다. 한국의 구미호라는 설정을 반영해 한국 토종 여우의 눈동자를 이동욱의 눈에 새겼다. 매혹적인 금안의 이동욱이 조보아와 로맨스를 그리니 마음이 동한다. "여우는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설화의 설정도 그대로 따와 극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전통 설화를 파헤치는 노력은 빛을 발했지만 '구미호뎐'은 완전무결한 작품은 아닌 모양이다. 노력 하나만으로 사로잡을 수 없는 것이 시청자의 마음이다. 시청률이 다소 아쉽다. 첫 방송 5.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이렇다 할 반등은 없이 5%대를 오가는 중이다.
그래도 화제성은 가져갔다. 2020년 11월 1주(11월 2일~11월 8일) 콘텐츠 영향력 지수에서 303.7점으로 2위에 올랐다. 1위인 tvN 토일드라마 '스타트업'(306점)과 근소한 차이다. 시청자들의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했지만 족적은 뚜렷하다. 한국 전통 설화의 재미를 제대로 살린 드라마로서는 오랫동안 회자될 전망이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