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종편①] 전 세대를 초대한 '어른들'의 즐거움
입력: 2020.07.25 00:00 / 수정: 2020.07.27 11:25
올해 미스터 트롯(왼쪽)은 TV조선, 부부의 세계는 JTBC의 간판이었다. 어른들의 전유물인 것만 같았던 트로트와 불륜 치정극은 어마어마한 파급력으로 전 세대를 떠들썩하게 했다. /TV조선, JTBC 제공

올해 '미스터 트롯'(왼쪽)은 TV조선, '부부의 세계'는 JTBC의 간판이었다. 어른들의 전유물인 것만 같았던 트로트와 불륜 치정극은 어마어마한 파급력으로 전 세대를 떠들썩하게 했다. /TV조선, JTBC 제공

종합편성채널이 달라지고 있다. 하루 종일 보도에 열중하는 어른들의 채널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전 국민에게 회자되는 '킬러 콘텐츠'를 탄생시키면서다. 여기에 꾸준히 제기됐던 지상파 위기설이 맞물려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도 들려온다. <더팩트>는 종편 '킬러 콘텐츠'가 가진 의미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방송가 시청자 변화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미스터트롯' '부부의 세계'가 보여준 종편의 미래

[더팩트 | 유지훈 기자] JTBC MBN 채널A TV조선 등 2011년 12월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은 한동안 모두의 비웃음거리였다. 1년 여 동안 시청률 1%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해 '애국가보다 안 본다' '전파낭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말만 '종합편성'일뿐 예능 드라마보다는 보도에만 치중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9년이 지난 2020년의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격세지감이다. 지상파와 케이블이 만든 유행을 뒤쫓는 대신 주 시청층인 중장년을 타겟으로 한 '킬러 콘텐츠'를 만들고 그 파급력을 이용해 타겟을 전국민으로 확대할 줄도 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렸던 것은 TV조선의 '미스터트롯'이었다.

'미스터트롯'은 종편 예능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작 '미스트롯'의 인기에 힘입어 첫 회부터 1부 6.5%(이하 TNMS 전국가구 기준), 2부 9.9%시청률로 시작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마지막 방송이었던 11회에서는 29.2%라는 종편 사상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내놓는 콘텐츠영향력평가에서도 방송 11주 내내 화제성 1위였다.

간판 예능 '미스터트롯'의 탄생은 TV조선의 전체적인 시청률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TV조선은 하반기 6개월 동안 전체가구 펑균 시청률 1.2%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스터트롯' 방영 기간인 올해 1~3월에는 1.7%·2.1%·2.3%까지 시청률이 치솟았다. 4월에는 1.9%, 5·6월에는 1.8·2.0%였다. '미스터트롯'으로 유입됐던 시청자 층이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TV조선이 조용히 시청률이 상승하는 동안 KBS MBC SBS 등 지상파의 위기설은 설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KBS MBC SBS 제공
TV조선이 조용히 시청률이 상승하는 동안 KBS MBC SBS 등 지상파의 위기설은 '설'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KBS MBC SBS 제공

TV조선이 시청자들을 불러들이는 동안 타 방송사들의 고심은 깊어졌다. TV조선은 올해 내내 종편 평균 시청률 1위를 지키는 중이고 3월과 6월에는 지상파인 MBC마저 제치며 4위를 기록했다. 근소한 차이지만 TV조선과 MBC는 각각 3월 2.3%·2.2%, 6월 2.0%·1.9%였다. 지난해 7월에는 1.1%·2.1%였으므로 1%라는 격차를 1년 사이 좁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상파 위기설'이 그저 '설'에만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KBS1은 4~5%대를 오가며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고 KBS2와 SBS는 이렇다 할 시청률 하락 없이 2, 3위를 다투는 중이라 당장의 역전은 없을 전망이다.

TV조선이 트로트 예능이라면 JTBC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라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었다. '19세 이상 시청가'라는 파격적인 선택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으며 최종회 21%(이하 TNMS 전국가구)라는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다만 '미스터트롯'처럼 유입된 시청자를 이어가진 못했다. '부부의 세계' 종영 당시인 5월 JTBC의 평균 시청률은 1.5%였지만 6월에는 1.0%까지 떨어졌다.

'미스터트롯' '부부의 세계'의 성공은 기존 방송사가 어른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게을렀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중장년 층이 주로 소비하던 성인가요를 주제로 한 음악 예능, '19금' 부부의 치정극을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를 선보여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했기 때문이다.

AOMG라는 힙한 뮤지션들을 내세운 경연 예능 사인히어는 1%라는 벽도 넘지 못한 채 종영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한 MBN의 묘수였지만 종편이 입기에는 다소 어색한 옷이었다. /MBN 제공
AOMG라는 '힙'한 뮤지션들을 내세운 경연 예능 '사인히어'는 1%라는 벽도 넘지 못한 채 종영했다. 이미지 변신을 위한 MBN의 묘수였지만 종편이 입기에는 다소 어색한 옷이었다. /MBN 제공

지난해 8월 MBN은 10대, 20대가 주로 소비하는 힙합을 주제로 한 음악예능 '사인히어'를 선보이며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인히어'는 1%대의 벽도 넘지 못한 채 종영했고 MBN의 이미지도 바꾸지 못했다. TV조선과 JTBC는 MBN처럼 명확한 젊은 층을 겨냥하는 대신 기존 시청자를 유지하되 그 파급력에 더 중점을 뒀다. 그리고 그 계획은 성공했다.

TNMS가 2020년 상반기 전국 3200가구에 거주하는 9천명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미스터트롯'은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이 가장 많이 시청한 예능프로그램에서 1위를 기록했다. '부부의 세계' 역시 회차별 시청률 부문에서 20대 6~10위, 30대 1~2위를 차지했다. '19세 이상 시청가'라는 문턱 때문에 10대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뿐 다양한 세대에 사랑 받은 셈이었다.

한 방송사 PD는 <더팩트>에 "'미스터트롯'은 종편에서 방송해 초기부터 접근성이 용이했다. 기존 중장년 시청층의 지지로 시작했고 이 화제성으로 전 세대가 유입됐다. 프로그램 자체의 짜임새도 좋았고 트로트 경연을 큰 프로젝트로 만들었다는 참신함도 한 몫을 했다. '부부의 세계'는 19세 이상 시청가라는 파격적인 편성도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상파였다면 레퍼런스도 없이 트로트 경연을 큰 프로젝트로 만드는 것도 19세 이용가라는 파격적인 편성도 어려웠을 거다. 지상파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기획에 있어 보수적이다. 반면 종편은 계속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현상이 계속된다면 종편과 지상파의 역전은 수년 안에 현실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격의 종편①] 전 세대를 초대한 '어른들'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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