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기획-공평性 in 미디어②] 세상 담는 충무로·방송가도 달라졌다(인터뷰)
입력: 2019.06.30 07:00 / 수정: 2019.07.01 16:50
충무로, 방송가에서 여성을 내세운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NEW, MBC, tvN 제공
충무로, 방송가에서 여성을 내세운 작품이 늘어나고 있다. /NEW, MBC, tvN 제공

세상이 변했습니다. 이제 어디서나 '성 평등' '성 인식'에 대한 논의가 벌어지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죠.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지만, 활발하게 소통이 돼야하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미디어에서도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가뭄에 콩 나듯 현저히 적은 수지만,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래서 <더팩트>가 짚어봤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 미디어에서 여성을 어떻게 다루는지, 또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말입니다. <편집자주>

'성 평등' 이슈에 여성 중심 작품들 줄줄이 등장

[더팩트|문수연 기자] 여성관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사회를 비추는 작은 창인 미디어에서도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됐다. 작품은 물론 그 작품을 만드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젠더의식이 과도기를 거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와있는 걸까.

최근 미디어에서는 여성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오래전부터 영화, 드라마는 물론 예능까지 남성 위주의 작품이 많았다. 그리고 남성 위주 작품들이 흥행했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는 더욱 심화됐다. 하지만 관객들이 비슷한 류의 작품에 염증을 느낄 때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달라지면서 미디어에서 그려지는 여성들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는 이제 보조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고, 나아가 여성 중심 작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작품뿐만 아니라 예능계에서 여성 방송인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지상파 시상식에서 세 곳 중 두 곳에서는 여성인 이영자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성 중심 영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영화계에 확산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여성 중심 영화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영화계에 확산되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계에서의 변화도 놀랍다. 그동안 한국 영화는 비슷한 류의 남성 중심 영화가 판을 치면서 '알탕 영화'(남성 배우가 많이 나오는 영화)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악녀', '마녀', '미쓰백', '도어락', '독전', '국가부도의 날' 등이 제작되고 호평까지 받으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욱더 빨라졌다.

'걸캅스', '국가부도의 날'의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투자·배급 의뢰가 들어올 때 작품 속 주인공의 성별을 떠나 동일 선상에서 놓고 살펴본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서는 분명히 체감하고 있었다.

관계자는 "여성 중심 영화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나"라는 질문에 "실제로 많이 늘어나는 것과 '그래야만 한다'는 당위는 다른 거다. '그래야만 한다'는 인식은 사실 많이 퍼져있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 (여성 중심 영화가) 제작되고 세상에 나오려면 해야 한다는 의무감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작품성, 흥행성이 담보돼야 하고, 그만한 여성 감독과 풀도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젠더 이슈에 대해 민감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여성 영화, 남성 영화를 떠나서 어떤 작품이든 그 안에서 여성이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예의주시하게 보는 분위기가 많이 생겼다. 홍보·마케팅뿐만 아니라 제작, 기획 단계에서도 많이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NEW에서는 다양한 여성 중심 영화를 준비 중이다. /NEW 제공
NEW에서는 다양한 여성 중심 영화를 준비 중이다. /NEW 제공

'악녀', '미쓰백', '콜'의 배급사 NEW 관계자도 영화계 변화에 대해 말했다. 관계자는 "다양한 글로벌 OTT(Over The Top)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취향이 더욱 다양화되면서 남성 중심의 영화 뿐 아니라 여성 중심 영화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대중들의 취향과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 중심의 영화도 필요하다는 인식은 계속돼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여성 중심의 영화들은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리틀 포레스트', '소공녀', '생일' 등이 호평은 물론 좋은 성적을 기록한 것을 보면 앞으로 여성 감독과 배우들의 활약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 예상된다. NEW도 이미 시작한 변화에 발을 맞출 계획이다. 관계자는 "NEW는 콘텐츠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해 왔고 그 결과 여성 감독과 배우들의 주도적인 활약이 돋보일 영화가 준비돼 기대 중"이라며 "'콜' 뿐만 아니라 박소담 주연의 '특송', 라미란 주연의 '정직한 후보' 등 여성 캐릭터 영화가 꾸준히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MBC PD가 방송가의 성 평등 인식에 대해 말했다. /문수연 기자
MBC PD가 방송가의 성 평등 인식에 대해 말했다. /문수연 기자

방송가는 관객의 선택권이 중요시되는 영화와는 달리 좀 더 수동적이었다. MBC의 한 PD는 "남녀가 동등해져야 한다는 지향점은 있다. 하지만 당장 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방송사는 시청률이 나오면 한다. 방송은 현실 반영이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얘기를 하는 거다. 광고가 잘 나오고 시청률이 잘 나오면 관심을 갖는 거다. TV 매체는 상업적이다. 숭고한 신념이 있는 거로 포장될 수 있지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방송가에서도 조금씩 변화는 시작되고 있었다. PD는 "예능계를 보면 박나래, 송은이, 김숙 등 두각을 드러내는 여성 방송인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특히 박나래는 발군이라고 본다. 장악력이 있다. 그런 능력 있는 여자들이 서서히 등장할 거다. 미국의 오프리 윈프리 같은 인물이 생겨날 거라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방송사가 의외로 보수적이다. 안정적이고 사회적으로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변화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지 않다. 방송사 주류도 남자다. 하지만 조금씩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진행자로 '예쁜 여자'만 원했다면 이제는 여성 진행자의 롤이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사회는 변화 중이고 미디어도 변화 중이다. 오랜 시간 굳어져 온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한순간에 쉽게 바뀔 수는 없겠지만 문제점을 인식하고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됐다. 미디어가 비추는 세상은 대중이 만들어가야 한다.

munsuye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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