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in 런던⑥] 사직서 내고 12시간 날아온 韓팬의 후기
입력: 2019.06.03 14:00 / 수정: 2019.06.03 14:00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 /런던=박슬기 기자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팬들. /런던=박슬기 기자

"시간·노력·비용, 하나도 아깝지 않아요"

[더팩트|박슬기 기자] "휴가 내고 왔죠." "사직서 던지고 왔어요."

방탄소년단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을 보기 위해 런던을 찾은 한국인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었다. 상상 이상의 '팬심'으로 뭉친 ARMY(방탄소년단 팬클럽명)들에게 1순위는 언제나 방탄소년단이었다.

지난 5월 중순,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의 출장이 확정되고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해외 출장이라고 하면 호텔에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문득 '한인 민박집에서 묵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항에 부딪혔다. 예약하려던 한 한인 민박의 사장이 "방탄소년단 콘서트 때문에 이미 만실"이라며 "대기팀만 10팀이 넘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약 한 달 가량 전부터 이미 많은 한국인이 예약을 마쳤다는 것이다.

이후 약 10 군데 한인 민박를 알아봤고, 가까스로 한 곳에 묵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런던 중심가에 있는 한 한인 민박에서 12시간을 날아온 한국의 ARMY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숙소에서는 이미 방탄소년단의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런던 어디에 갔는지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며 거기에 따른 여행코스를 짜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피커딜리 서커스에서 상영된 1시간짜리 광고 이야기 등 런던에서 벌어지는 방탄소년단의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민박에 모여 방탄소년단의 굿즈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의 ARMY 팬들. /런던=박슬기 기자
민박에 모여 방탄소년단의 굿즈를 공유하고 있는 한국의 ARMY 팬들. /런던=박슬기 기자

퇴사를 하고 왔다는 여성 박 씨(42)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런던에 왔다"며 "파리 공연까지 보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씨는 "유튜브에서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다. 해외 팬들이 방탄소년단의 무대를 보고 놀라는 영상을 보고, '얼마나 대단하길래' 하고 찾아봤더니 실력이 남달랐다"며 좋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런던에서 딱히 여행계획은 없다. 방탄소년단 공연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공연을 열심히 즐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회사에 휴가를 내고 왔다는 김혜란(29) 씨는 "플래티넘 좌석으로 오게 됐다. 가격이 많이 비싸긴 했지만, 런던까지 와서 보는 것인 만큼 좋은 좌석에서 보고 싶었다"며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런던에서 4년째 한인 민박을 운영하고 있는 사장인 제이슨(33)은 이 같은 현상이 생소한 듯했다. 그는 "한국 가수 공연으로 대부분의 민박이 만실 됐다는 건 처음 들었다"며 "오랫동안 하신 분들도 놀랍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 공연, 한 달 전부터 이미 예약이 가득 찬 곳이 많았다"며 "한인 민박 커뮤니티에서도 이번에 방탄소년단의 위력을 체감하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고 놀란 반응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지난 1일(현지 시간)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런던=박슬기 기자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지난 1일(현지 시간)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에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런던=박슬기 기자

이후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열리는 당일 1일 오전 ARMY들이 식탁에 모여 한바탕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는 끝이 없는 듯했다. 그들은 팝업스토어에서 사 온 굿즈를 공유하며 자랑하는가 하면, 방탄소년단의 여행 코스를 따라 밟은 것에 대해 이야기 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드디어 대망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공연엔 무려 6만 관객이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고, 방탄소년단은 24곡을 부르며 160분가량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특히 역사적인 무대를 한 날인만큼 방탄소년단과 팬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 현장에 있었던 한국 ARMY들 역시 감흥을 잊을 수 없는 듯 긴 여운을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ARMY들의 관심은 플래티넘 좌석에서 공연을 관람한 김혜란 씨였다. 하지만 김 씨는 "플래티넘 좌석이라 딱히 달랐던 건 없었다"며 "공연 전에 디제잉 클럽에서 식사했던 것과 공연 후에도 먹을거리는 주는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본격적인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J-hope(제이홉)이라고 쓰여진 청재킷을 입은 할아버지가 있었는데, 정말 '나이와 국경을 초월했구나'라는 느낌이었다"며 뿌듯해했다. 이어 "공연은 정말 감동적이였고 주변에 한국인이 없음에도 모두 따라 불렀다는 게 인상 깊었다"며 "일 년 전에 잠실콘서트 갔던 것과 굳이 비교하자면 무대장치도 훨씬 풍성해졌고 연출도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곡이 많은 그룹이기에 하루종일 공연을 해도 모자르기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며 "방탄소년단의 성장을보면 스스로 반성하고 그들에게 자극 받아 나도 내 삶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후기를 들려줬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 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이 1일(현지 시간)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퇴사하고 왔다고 밝힌 박 씨는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 비용이 하나도 아깝지 않은 최고의 공연이었다"며 "제가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했다는 기분에 벅차올랐고, 이번이 해외투어는 처음이었는데 너무 좋은 추억으로 남아 앞으로도 해외투어를 다닐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은 생각보다 적어서 놀랐고 수많은 타국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한국 팬 정다림(30) 씨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면서 퀸과 공연을 보는 팬들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보는 내내 방탄소년단 생각이 많이 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방탄소년단이) 웸블리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질러버렸고, 여기 이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하고 있어서 너무 벅차고 행복했다"며 "무대 하나하나 공을 많이 들이고 몸이 부서져라 공연을 하는 모습에 감탄과 감동의 연속이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방탄소년단의 팬 6만여 명이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팬들이 모두 아미밤(방탄소년단 공식 응원봉)을 들고 있는 모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의 팬 6만여 명이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다. 팬들이 모두 '아미밤'(방탄소년단 공식 응원봉)을 들고 있는 모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정 씨는 "이렇게 큰 공연장을 채운 팬들에게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준 방탄소년단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ARMY들에게도 너무 예쁘고 행복한 밤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ARMY의 열정과 희생은 새삼 방탄소년단의 위력을 체감하게 했다. 12시간을 날라온 한국의 ARMY들은 밤새도록 콘서트 후기를 나누며 방탄소년단과 다음 만남을 기다렸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관련기사

[BTS in 런던①] 피커딜리 서커스 점령한 ARMY 군단(영상)

[BTS in 런던②] "새로운 역사를 쓰다"...BTS, 웸블리 입성(종합)

[BTS in 런던③] 런던은 BTS '홀릭'...ARMY '천국'(영상)

[BTS in 런던④] "우리는 ARMY"...핑크+보라색으로 물든 '웸블리'(영상)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