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래퍼 디아크는 최근 Mnet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해 수준급 실력의 랩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Mnet '쇼미더머니777' 캡처 |
드렁큰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라는 노래를 아시나요? 발매된 지 벌써 20년이나 된 이 노래는 당시, 힙합 장르의 대중화를 이끄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힙합을 대표할 만한 곡이 셀 수 없이 많아졌습니다. 힙합만 다루는 프로그램도 다양해졌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힙합이 대중에게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또 힙합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말이죠. 그래서 힙합을 알지 못하는 '힙.알.못' 기자가 래퍼들을 직접 만나고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 주>
힙합, 이제는 모두가 즐기는 대중음악
[더팩트|박슬기 기자] 채널을 돌리다 리모컨을 멈췄다. Mnet 랩 경연프로그램 '쇼미더머니 트리플7' 때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다른 채널로 돌렸을 텐데 어린 중학생의 기가 막힌 랩을 듣고 가만 보게 됐다. 그 중학생은 최근 논란이 됐던 디아크다.
왜소한 어린 학생이 험악(?)한 성인 남성들과 정당한 실력으로 맞붙는 모습을 보고 절로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랩 음악을 접하는 연령대가 넓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생활에서도 랩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군대에 있던 동생은 "누나, 걸그룹 CD 말고 래퍼 ooo CD 보내줘"라며 아이돌에게 무관심을 보였다. 회식에서 노래방을 가도 랩을 하며 다 같이 "Put your Hands Up(풋 유어 핸즈 업)"을 외친다. 옛날처럼 분위기 띄우기 식의 댄스곡은 '구식'으로 통한다.
힙합은 더이상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의 한 장르가 됐다. 대학교 축제, 각종 행사에서도 래퍼들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심지어 록 페스티벌에도 래퍼들이 무대에 서는 모습만 봐도, 힙합의 존재감은 두말할 것 없다.
힙합에 대한 관심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요 시장에서도 아이돌 음악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높은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알아봤다. 음원차트에서 얼마나 존재감을 드러내는지, '잠재적' 주요 소비 타켓층인 10대들은 힙합에 대해 얼마나 관심 있는지.
◆ 힙합, 음원차트·유튜브서도 '대세'
가온차트(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네이버뮤직, 멜론뮤직,지니뮤직, 엠넷차트, 벅스뮤직 실시간 100에 오른 힙합음악. /가온, 네이버, 멜론, 지니, 엠넷, 벅스 캡처 |
국내 유명 음원차트 멜론, 지니, 벅스, 네이버, Mnet, 가온차트를 살펴봤다. 실시간 차트 100 기준으로 멜론은 13곡, 지니뮤직에서는 16곡, 벅스뮤직 16곡, 네이버뮤직 11곡, Mnet차트 17곡, 가온차트 12곡 등 음원차트에서 힙합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약 14%였다. 비율로 봤을 땐 작은 숫자지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비투비, 엑소 등 인기 아이돌 가수 사이에서 이 같은 수치는 확실히 영향력 있는 숫자다.
음원 차트를 살펴본 결과 리스너들이 힙합 음악을 소비하는 성향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 과거 리스너들은 랩 음악을 듣기 위해 직접 찾아들었다면, 이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실시간 차트로 랩 음악을 접한다.
음원차트에 올라있는 힙합 장르는 대부분 최근 '쇼미더머니7'을 통해 발매된 음원이다. 6개 음원차트에 공통으로 있는 곡은 루피의 'save(세이브)' pH-1·Kid Milli· 루피의 'Good Day(굿데이)' 로꼬의 '시간이 들겠지' 쿠기·수퍼비·디아크의 '사임사임' 저스디스·Kid Milli, NO:EL·영비의 'IndiGO(인디고)' 기리보이·Kid Milli·NO:EL·스윙스의 'flex(플렉스)' pH-1의 'Hate You(헤이트 유)' 김효은의 'XXL'(feat.딥플로우, Dok2), 등이 있다. Kid Milli의 'Change(Feat. GRAY), 슈퍼비의 '억'(Feat. CHANGMO), nafla·pH-1·Kid Milli·오르내림 '119'(Feat. GRAY) EK의 'GOD GOD GOD'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Good Day'(Feat.팔로알토)(Prod. 코드쿤스트)는 장기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일 발매한 이 곡은 3주째 5개 음원차트 5위권을 넘나 들며 남다른 저력을 과시 중이다.
유튜브에 올라와있는 Mnet '쇼미더머니777' 음원 관련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튜브 |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도 랩 음악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Mnet 공식 계정 외에 '쇼미더머니777'의 음원이 게재된 영상들의 조회수는 최소 5만에서 400만을 넘는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랩은 젊은 세대들이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다. 많은 사람이 솔직하고 과감한 랩 음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속 시원함도 느낀다. 한 마디로 랩은 이 시대의 젊은 사람들을 대변하는 음악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힙합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10대들에게 물었습니다. "관심 있는 가수는 누군가요?"
래퍼 키드밀리(왼쪽부터)마미손, 기리보이가 설문조사에서 인기있는 래퍼로 꼽혔다. /Mnet '쇼미더머니777' 캡처 |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있는 한 종합학원 수강생들에게 '여러분이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인가요?'라는 공통 질문을 던졌다. 조사에 응한 25명 중, 고등학생의 50% 이상이 래퍼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래퍼는 현재 Mnet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 중인 키드밀리로 4표를 차지했다. 이 외 마미손과 지코는 각각 2표, 노엘, 기리보이, 크러쉬, 카더가든, 김하온 등이 각각 한 표씩 받았다. 아이돌은 레드벨벳과 워너원이 각각 3표, 비투비 2표, 에이핑크, 엑소는 한 표를 받았다. 악동뮤지션 수현, 10cm 권정렬 등 보컬그룹도 설문조사 결과 나왔다. 의외인 것은 최근 글로벌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 방탄소년단은 답변에 없다는 점이다.
래퍼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성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남학생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멋있다"는 이유로 래퍼를 좋아한다고 했다. 이외에 '잘생겼다' '옷을 잘 입는다' '랩을 잘한다' 등의 이유도 있었다. 또 이들은 랩 음악을 접한 경로가 '쇼미더머니'와 '고등 래퍼'라고 이유를 밝혔다.
최근까지만 해도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이돌에서 래퍼로 그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랩 음악이 '젊은 세대'를 대변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음악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다.
힙합 레이블 VMC의 대표 딥플로우는 "이런 현상은 더이상 신기 한 게 아니다. 나중에는 초등 래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이 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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