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아직은 누구와도 마주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양락(붉은 원안 사진)은 주말인 지난 15일 그의 근황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더팩트> 취재진과의 직접 대면을 거부했다. /남양주=배정한 기자 |
[더팩트|남양주=강일홍 기자] 14년 동안 진행한 방송에서 전격 하차한 방송인 최양락(54)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외부와 벽을 쌓고 있다. 가까운 지인들의 전화도 받지 않고 두문불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주말인 지난 15일과 16일 이틀간 근황을 취재하기 위해 찾아간 <더팩트> 취재진과의 직접 대면을 거부했다.
언론과의 접촉으로 불필요한 오해로 비칠 것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신 인터뷰에 응한 아내 팽현숙을 통해 최양락의 괴롭고 억울한 심경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개그우먼 팽현숙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백수가 주차장 관리라도 하면 다행이죠." 최양락(오른쪽)은 주차장 관리 외에는 주로 식당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시간을 보냈다. 흰색 옷차림으로 물병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이 아내 팽현숙이다. /남양주=배정한 기자 |
-남편 최양락씨는 요즘 어떻게 지내나.
처음 얼마간은 매일 술로 밤을 새웠다. 남편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더 고통스러웠다. 요즘도 술 마시면 해외 이민을 떠나자고 조른다. 그래서 일단 여행을 좀 다녀오게 했다.
-주차장에서 차량 관리하는 장면을 포착했는데 이곳엔 가끔 나오는지.
이제 우리 하나 아빠(큰 딸 이름)는 백수다. 특별히 할 일도 없다보니 가끔 나오는데 마침 제가 하는 순댓국집이 늘 북적 대 일손이 부족하다. 홀 서빙은 못해도 주차장 관리는 해준다.
-취재진과 맞딱뜨렸는데 피해버려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굳이 피할 이유가 있나.
여행을 다녀온 뒤 다소 안정을 찾은 듯 보이지만 여전히 가까운 지인들과도 소통을 거부한다. 이번 일로 크게 상처를 입어서 마음의 병이 생긴 거 같다. 또 자신의 입을 통해 어떤 얘기가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 또 다른 오해로 번질까봐 걱정하는 것같다.
'새 일'은 주차장 관리와 홀 서빙 보조 일. 최양락의 아내 팽현숙은 "남편이 라디오에서 쫒겨난 뒤 엄청 힘들어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최양락은 아내의 식당에서 일을 거들며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양주=배정한 기자 |
-라디오프로그램은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하차통보를 받은 것으로 안다.
지금껏 대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사실이다. 그 일로 엄청 힘들어했다. 개편이라는 형식을 통해 프로그램 명칭을 없앴다고는 해도 쫓겨났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방송사의 형편에 따라 진행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지만, 10년 넘게 이어져온 인기프로그램 DJ를 그런 방식으로 밀어내서 낙마시키진 않는다. 청취자와 고별 인사도 하지 못했다.
-왜 그런 조치를 당했다고 생각하나.
설명하자면 꽤 길다. 이 프로그램의 간판코너였던 정치시사 풍자가 갈등의 씨앗이었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현실을 풍자하는 '3김퀴즈' '대통퀴즈'가 인기였고, 그때부터 꾸준히 안팎으로 외압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 일로 PD와 작가들이 많이 갈렸다.
'최양락의 재밌는 라디오'는 지난 2013년 'MB님과 함께하는 대충 노래교실' 코너를 통해 김재철 MBC 전 사장을 풍자하는 내용을 방송한 뒤 담당 PD가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박모 작가는 2년 전 프로그램을 떠났고, 손모 PD는 1년 전 비프라임 시간대 프로그램 연출자로 밀려난 것으로 알려졌다. 최양락과 함께 3김 성대모사를 하며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배칠수도 오래전에 하차했다.
그나마 갈 곳이라도 있으니 다행. 최양락은 라디오 하차 통보를 받기 훨씬 이전인 올 연초부터 라디오국 간부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인사도 받지 않고 무시하거나 딴청을 피웠다고 한다. 최양락이 주차 관리를 하다말고 식당 입구에 서 있다. /남양주=배정한 기자 |
-하차 통보를 받기 전 어느 정도 감지되지 않았나.
연초부터 라디오국 간부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인사도 받지 않고 무시하거나 딴청을 피웠다고 들었다. 다들 MBC라디오를 오랫동안 진행하며 한 식구처럼 지냈던 사이다. 양락 씨는 그럴 때마다 매우 힘들다고 했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그게 '알아서 그만 두라'는 암시였던 셈이다.
-최양락 씨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은 아니지 않나.
부부 사이라도 저는 보수이고 양락 씨는 약간 야당성향을 갖고 있는 건 맞다. 그렇다고 이를 공개적으로 굳이 표출하지는 않는다. 연예인들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당장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양락 씨의 경우가 과거 김미화씨가 주장했던 'KBS 블랙리스트'와 유사한 상황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연예가에서는 김미화 김재동 윤도현 송강호 박중훈 등이 본인들이 드러내든 드러내지 않든 정치적 성향 인물로 지목돼 활동에 직간접적인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방송출연이나 연예활동에 외압이 있다고 믿나.
과거 '좋은 친구들'이라는 TV 예능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에도 외부 입김으로 일방적 통보를 받고 퇴출됐다. 워낙 자존심이 강해 양락 씨는 "연예계를 떠나고 싶다"고 했고, 우리 부부는 호주로 떠났다. 1년 간 고생하며 눈물젖은 빵을 먹은 뒤 돌아와 어렵게 복귀했다.
주차 관리하고, 홀 서빙도 도와주는 것도 큰 일. 최양락은 평소 TV 활동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라디오를 개인사정이란 이유로 그만둘 이유가 없다고 했을 만큼 각별한 애착을 가졌다. 식당을 찾은 고객들의 차량관리를 하는 최양락. /남양주=배정한 기자 |
-당시 대타로 잠깐 진행을 맡았던 가수 박학기 씨가 '최양락의 개인사정'을 언급했다.
똑똑해진 청취자들은 말을 안 해도 먼저 안다. 양락 씨가 '어떤 개인 사정'이 있을 이유가 뭐 있겠나. '재미있는 라디오'는 양락 씨가 14년 간 자신의 분신처럼 여겼던 프로그램이다. TV 활동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라디오를 개인사정이란 이유로 그만둘 이유가 없다.
-그동안 자신을 응원하고 사랑한 청취자들에게는 뭔가 직접 할 말이 있지 않겠나.
방송출연이야 언제든 어떤 이유로든 수시로 교체되고 바뀔 수 있다. 다만 그 교체나 중단이 비정상적이면 당사자한테는 상처가 된다. 최소한 작별 인사할 시간은 주는 게 도리 아니겠나. 이 때문에 당연히 할 말은 많겠지만 나서서 떠들어봐야 자존심만 더 상한다고 믿는 것 같다.
-향후 진로나 방송활동 계획은 아예 없나?
알다시피 지금 당장은 확실한 백수다. 주차 관리하고, 가끔 바쁠 때 홀 서빙도 도와주는 게 고작이다. 모 케이블방송 스포츠채널이 출연을 제안을 해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 하나 아빠가 평소에 워낙 스포츠를 좋아하니까 본인만 'OK' 하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가타부타 통 말을 하지 않으니 진짜 속내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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