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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실험결과 못 믿겠다는 노루페인트…갈등 격화 조짐
입력: 2025.01.15 00:00 / 수정: 2025.01.15 00:00

환경부, '워터칼라플러스' 제품 회수조치 권고
노루페인트 "조만간 자체검사 진행할 것"


환경부와 노루페인트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루페인트가 지난해 3월 출시한 수용성 자동차 보수용 베이스코트 워터칼라플러스를 두고 환경부는 유성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반면 노루페인트는 오류라는 입장이다. /장병문 기자
환경부와 노루페인트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노루페인트가 지난해 3월 출시한 수용성 자동차 보수용 베이스코트 '워터칼라플러스'를 두고 환경부는 유성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반면 노루페인트는 오류라는 입장이다. /장병문 기자

[더팩트|이중삼 기자] 환경부와 노루페인트 간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노루페인트가 지난해 3월 출시한 수용성 자동차 보수용 베이스코트(차량 보수 시 마지막에 색상을 구현하기 위해 칠하는 페인트) '워터칼라플러스'를 두고 환경부는 유성이라는 결론을 내리자 노루페인트는 잘못된 결과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환경부는 노루페인트가 알려준 방법대로 실험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루페인트는 오류가 있었을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루페인트는 환경부의 결과를 수용하는 순간 그동안의 친환경 행보가 위선이라는 질타를 받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 신뢰도 추락하게 된다. 노루페인트가 환경부의 실험 결과를 반박할 증거를 내놓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노루페인트는 워터칼라플러스를 출시했을 당시 수용성 페인트라고 소개했다. 먼저 유성·수성 여부가 왜 중요한지 배경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가운데 하나인 베이스코트는 전 세계적으로 유성에서 수성으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다. 유성은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인체에 유해한 발암성 물질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법을 개정해 베이스코트 페인트의 VOCs 함유 기준을 기존 420g/L 이하에서 200g/L 이하로 강화했다. 특히 환경부는 2022년 수성으로의 전환 독려·유성 유통 근절을 위해 노루페인트를 포함한 주요 페인트 제조업체와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페인트 제조업계는 이 협약을 노루페인트가 위반했다고 봤다. 노루페인트 등 일부 제조업체들은 여전히 편법으로 유성 제품을 유통 중이라는 정황이 환경부 실험결과로 확인돼서다.

환경부는 워터칼라플러스가 실제로는 유성이라고 봐야 한다는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업계의 지적에 따라 지난해 8~9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KIDI)에 수용성 여부 확인 실험을 의뢰했다. 이 세 곳은 정부 유관기관으로 국내에서 공신력이 있는 시험인증기관이다. KCL에서는 색상 편차·광택·부착, KTR에서는 VOCs, KIDI는 도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워터칼라플러스에 수용성 바인더와 전용 희석제를 섞었을 경우, 색상 편차가 13.7을 기록했다. 반면 노루페인트가 제조하는 유성수지·유성희석제와 섞으면 색상 편차가 0.5를 나타냈다. 색상 편차 수치가 클수록 해당 색상의 재현성이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즉 수용성보다 유성을 사용해야 정확한 색상이 구현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색상 편차가 0.5일 때 VOCs 함량은 766g/L을 보였다. 이는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정하는 기준(200g/L)의 3.8배에 달한다. 환경부는 현장에서 유성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 노루페인트에 즉시 회수조치를 취해달라고 권고했다.

환경부는 이번 결과에 대해 큰 오류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루페인트가 알려준 방법으로 실험해서다. 15일 환경부 관계자는 "노루페인트가 동의한 방법으로 실험했다"며 "실험방법 관련 내용은 이메일로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 준비만 2~3개월 소요됐다. 도장부터 최종 성분 분석까지 국내에서 공신력 있는 시험기관·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 보수용 시장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일부 업체의 유성 베이스코트 판매가 증명된 것"이라며 "이번 결과로 노루페인트는 '그린워싱'(친환경과 거리가 있음에도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행위) 논란에도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번 실험결과에 큰 오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노루페인트가 알려준 방법으로 공신력 있는 시험인증기관을 통해 실험한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환경부는 이번 실험결과에 큰 오류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노루페인트가 알려준 방법으로 공신력 있는 시험인증기관을 통해 실험한 결과라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 노루페인트, 환경부 실험결과에 '반기'

노루페인트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 실험결과에 오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제품 회수를 권고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정부 유관기관에서 진행한 실험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셈이다.

노루페인트는 환경부 결과를 반박하는 자체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노루페인트에 따르면 워터칼라플러스와 자사 수용성 바인더, 전용희석제 사용 시 VOCs는 167g/L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같은 방식으로 자체실험을 해봐도 색상 편차가 0.58에 불과하다며 환경부가 밝힌 13.7은 불가능한 수치라고 맞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노루페인트가 알려준 방법대로 실험해 유성이라는 진단을 내놨지만, 정작 노루페인트는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추가로 자체검사를 통해 무고함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환경부는 노루페인트가 진행한 자체검사와 결과가 다른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없다"면서도 "차이가 발생했다고 하면 배합·도장하는 사람의 숙련도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한다"고 했다.

노루페인트는 KCL의 색상 편차 실험결과에 대해서만 추가 검증하겠다는 계획이다. 실험의 색상 편차 값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실험은 오는 20~24일 중 할 예정이다. 이후 한 번 더 같은 기관(KCL)에 색상 편차 검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수도권의 한 자동차 보수용 도료 대리점에 노루페인트의 공업용 유성 도료가 쌓여 있다. 해당 페인트는 공업용 유성 도료이며, VOCs 함유량은 600g/L으로 적혀 있다. /장병문 기자
지난해 9월 수도권의 한 자동차 보수용 도료 대리점에 노루페인트의 공업용 유성 도료가 쌓여 있다. 해당 페인트는 공업용 유성 도료이며, VOCs 함유량은 600g/L으로 적혀 있다. /장병문 기자

한편, 노루페인트는 유성 도료를 유통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회사가 불법을 자행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노루페인트 관계자는 "공업용 유성 도료가 자동차 보수용 대리점에 있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 도료가 자동차 정비소로 넘어가는 순간 법을 어기게 된다"며 "노루페인트는 자동차보수용 대리점에서 공업용 도료를 유통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업용 도료 공급을 원하는 대리점에 단계별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수성 시장 확대에 반하는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 페인트업계 관계자는 "개정된 법령과 고시 시행 이후에도 노루페인트 등 일부 제조사가 자동차 보수용 유성페인트를 편법으로 유통 중이라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편법·불법적인 자동차 보수용 유성페인트 유통은 시장 질서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다. 법의 허점과 어려운 단속 현실을 악용하고 있는 일부 제조업체와 판매대리점이 이익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꼬집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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