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트럼프 당선 등으로 환율 고공행진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높아지는 비용 부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며 건설업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5년 만에 1450원대를 돌파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건설업계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고환율까지 악재가 겹치며 당분간 힘든 시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4일 1456.4원에 거래를 마감해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와 '12·3 비상계엄'을 거치며 급등한 환율은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1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15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환율 상승으로 건설업계는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은 공사비 증가로 이어져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철근, 콘크리트 등 건설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이 건설업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공사비 수준은 이미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위협할 정도로 높아져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공사비지수는 130.32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100이었던 이 지수가 올해 10월까지 30% 넘게 오른 것이다. 최근 가파르게 치솟은 환율 탓에 공사비지수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공사비 증가는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게 만든다. 건설사들은 환율 상승으로 인해 높아진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분양가를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결국 건설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환율이 급등해 국내 건설 경기 침체와 함께 주택 시장 불안을 초래한 바 있다.
환율로 인한 내수경기 침체는 건설 투자 축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올해 3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1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고 2분기에는 0.5% 감소했으나 3분기 들어 크게 위축됐다. 한국은행은 내년에도 건설투자가 1.3%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건설 수주가 많은 일부 건설사에 환율 상승은 환차익을 누릴 수 있는 호재일 수도 있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2년 12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환율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건설업의 경우 환율이 상승하면 매출 증대 효과보다 원가 상승 부담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400원 대의 높은 환율이 지속되는 경우 건설업계는 54.5%가 부정적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힘든 상황 속 문을 닫는 건설사도 늘어나고 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27곳으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영난으로 스스로 폐업한 건설사도 올해 들어 10월까지 2104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증가한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는 건설사 실적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며 "고환율이 장기화될 상황을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건설업계 전망이 밝지 않아 보수적으로 사업 계획을 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