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낮은 PBR 발목
저평가된 만큼 높은 주가 상승률 기대도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연초 대비 주가가 40% 넘게 오르면서 전통적 고배당주는 주가 변동성이 낮다는 인식을 깨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하나금융지주는 KB금융과 함께 한국거래소(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한 의외의 종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적과 배당 개선세가 관측되고, 무엇보다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이 40%가 넘으면서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종목이었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주가 흐름은 양호하다. 지난달 29일 하나금융지주는 전 거래일 대비 2.35% 내린 6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고점이던 8월 27일(6만9300원) 대비 9.95% 내려와 있으나, 최근 1년 기준 주가가 가장 낮았던 지난해 11월 28일(4만700원)보다 여전히 50% 넘게 오른 6만원선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가총액은 18조3547억원으로 KB금융, 신한지주, 삼성생명, 메리츠금융지주에 이어 금융주 중 5번째로 시가총액이 높다. 코스피 시가총액도 21위로 상위권이며 삼성화재,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 코스피 30위 권 내 금융주들과 격차도 벌리고 있다.
꾸준히 우상향 하다가 지난해 주춤한 실적과 주주환원율도 올해 개선세를 그린다. 유안타증권이 전망한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연간 순이익은 3조77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4684억원) 대비 8.69%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주주환원율은 향후 2027년까지 50%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33%보다 17%포인트 높은 수치다. 배당수익률도 7.84%에 달한다.
주가 판단 지표로 활용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주가수익비율(PER)도 시가총액이 보다 높은 금융주와 어깨를 견주고 있다. 이중 ROE(이하 올해 상반기 말 기준)의 경우 오히려 KB금융(7.83%), 신한지주(8.31%)보다 높은 8.78%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이 지난달 13일(현지시간)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에서 개최된 'INVEST K-FINANCE: HONG KONG IR 2024'에 참석해 글로벌 투자자와의 현장 소통에 나섰다. 이번 홍콩 IR의 패널토론 세션에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오른쪽)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하나금융그룹 |
그러나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은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PBR은 0.44배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KB금융(0.65배)과 신한지주(0.49배)보다 낮으며, KB금융과 신한지주의 주가가 최근 더 오르면서 격차는 늘어났다. 거래소 역시 하나금융지주를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하지 않은 배경을 PBR 요건 미달로 꼽았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PBR이 낮기 때문에 오히려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효과는 경쟁사보다 클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시장에서 인정 받으면 상승 동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소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연내 리밸런싱을 앞두고 있어 특례편입 가능성이 높은 하나금융지주의 주가 상승 요인이 더 남았다는 견해도 있다. 기존 지수 명단에 들지 못한 하나금융지주는 이후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것은 물론, 내년에도 실적 개선뿐만 아니라 주당 수익성 지표들을 개선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3000억원가량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또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연간 총 4500억원 규모의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하고 적정 기업가치를 찾기 위해 주주환원율을 2027년까지 50%로 단계적 확대한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수장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전면에서 밸류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평가된 주가를 회복하고, 주주가치를 증대하겠다는 복안이다.
함영주 회장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IR 2024'에서 "시장의 기대수준에 걸맞은 주주환원은 지속가능한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철저한 현황 진단과 실질적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밸류업 계획의 핵심 요소"라며 "지속가능한 수익성 확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눈높이에 맞는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는 경쟁사 대비 주가가 낮음에도 뒤지지 않는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 카드 등 비은행 사업의 분발과 연말 환율이나 경제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변수는 남았으나 실적 개선과 밸류업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움직임이 등이 주주들에 어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