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임기 종료…교체 가능성
농협중앙회, 중대 사고 낸 계열사 대표 연임 제한
연임 시 중앙회-지주 독립적 인식 전망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되는 가운데 그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석준 회장이 지난 9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모습.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 종료되는 가운데 그의 연임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농협금융은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으나 잇따른 금융사고로 무너진 신뢰 회복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를 의식한 듯 이석준 회장은 임기 막판까지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다만, 지배구조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농협중앙회가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 회장의 거취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올해 말 '2년 임기'가 만료된다. 농협금융은 이석준 회장의 연말 임기 종료에 맞춰 지난 9월 말부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가동해 승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부터 농협금융 수장을 맡아왔다. 이 회장은 제26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정경제부 증권제도과장,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국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 경제부처에서 일했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국무조정실장을 맡았으며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에 참여해 인수위원회 특별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전형적인 관료 출신 인사다. 이에 취임 전부터 '관피아' 논란이 따라다녔다.
금융권에선 이석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잇따른 금융사고로 무너진 농협금융에 대한 신뢰가 걸림돌이다. 이에 이석준 회장은 임기 막판까지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농협금융은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을 통해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했다. 이는 금융지주 중 첫 내부통제위 설치로, 이 회장의 내부통제 강화 의지가 드러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내부통제위 설치는 지난 7월 개정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의 일환이다. 내부통제위는 지배구조법에 따라 금융당국에 제출한 책무구조도를 금융사 임원들이 잘 따르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실적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올해 농협금융은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농협금융은 올해 3분기까지 2조3151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무리하게 지주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할 필요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호실적을 내면서 안정적으로 지주사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강화에도 주력 계열사 NH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에서 내부통제 부실 책임론은 여전하다. /더팩트 DB |
◆ 내부통제 강화에도 부실 책임론 여전…연임 가능성 낮다는 해석도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강화에도 주력 계열사 NH농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점에서 내부통제 부실 책임론은 여전하다. 농협은행에서 올해 들어 드러난 금융사고만 6차례에 달한다. 지주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만큼 이 회장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농협은행 최근 5년여간 금융사고 적발 현황(2024년 8월까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업무상배임 3건, 횡령 6건, 금융실명제 위반 1건 등 총 10건이다.
일각에선 이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고 점치고 있다.
특히 농협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와 달리 지분을 모두 농협중앙회가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에 중앙회의 영향력이 크다. 이에 인사에서 중앙회장의 의중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지난 5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중대 사고를 낸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이 회장은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를 내정할 당시 농협중앙회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강 회장의 측근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차기 대표로 추천했으나 농협금융지주가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양사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다. 결국 이 회장이 지지한 윤병운 당시 NH투자증권 부사장이 대표로 선임됐다.
업계에선 이번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CEO 선출에도 강 회장의 입김이 작용할지 주목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농협금융지주에 중앙회의 부당한 경영·인사 개입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중앙회가 농협금융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취약한 지배구조 탓에 농협금융 계열사에서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농협은 중앙회장 교체시기에 전통적으로 계열사 CEO를 포함한 임원들을 물갈이해왔다. 올해 3월 강 회장이 신임 중앙회장으로 취임했고 이 회장의 거취 여부 역시 불투명하단 분석이다. 만약 이 회장이 연임된다면 금융지주와 중앙회가 독립적으로 인식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취임 이후 첫 인사이고 농협은 중앙회 회장의 영향력이 강한데 올해 여러 건의 사건도 발생 했기 때문에 교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농협금융이 호실적을 달성하는 등 내실 다지기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에선 연임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내부통제 노력 등이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