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동결 전망 우세 속 28일 금통위 결정
내수부진·경제둔화 전망에 한은 고심
수정 경제전망치에 이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8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및 경제성장률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새롬 기자 |
[더팩트│황원영 기자] 트럼프 트레이드 여파로 국내경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연다.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1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무리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경기 부양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깜짝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시장은 같은 날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치에 집중하고 있다. 예상치를 크게 밑돈 3분기 경제성장률 충격과 글로벌 변수에 기존 의견을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면서도 금리를 동결할 경우 모순이라는 지적과 함께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이른바 실기론이 대두될 수 있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오는 28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및 경제성장률 조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1일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3년 2개월 만에 통화긴축을 마무리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단행과 9월 국내 소비자 물가상승률 1%대 진입, 내수 부진 등이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이달 금통위에도 시선이 쏠렸지만 시장은 연이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후폭풍이 외환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데다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에 브레이크가 걸린 만큼 섣불리 금리를 낮출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404원까지 뛰며 약 7개월 만에 1400원대로 올라섰다. 이어 13일 장중 1410원을 넘어서며 2년 내 최고점을 찍었다. 금융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음에도 1400원대를 횡보하는 등 1달러=1400원이 뉴 노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 1400원은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나라 경제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통한다.
아울러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을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 보편적 관세와 대규모 감세 등 미국우선주의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도 미국 우선주의를 이행할 충성파가 자리하면서 미국우선주의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이 같은 정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연준은 선대응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으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한은이 금리 동결이라는 안정적 선택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섣부른 금리 인하로 한미금리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자리에서 "10월 금통위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한 바 있다.
대출잔액과 집값 추이도 주요한 경제지표인데, 이 역시 안정권으로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913조8000억원이다. 이는 2002년 4분기 관련 통계를 공표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2분기 말에 비해선 18조원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19조4000억원 급증하며, 불안정한 집값 추이를 보여줬다. 이 같은 지표는 동결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404원까지 뛰며 약 7개월 만에 1400원대로 올라섰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플로리다=AP.뉴시스 |
문제는 악화된 국내 경제 상황이다. 고환율보다는 성장에 집중한 선택(기준금리 인하)을 내릴 수 있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1%로 한은 전망치를 훨씬 밑돌았다. 앞서 한은은 3분기 성장률을 0.5%로 전망했다. 1분기 깜짝 성장(1.3%)과 2분기(-0.2%)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한 판단이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4%, 내년은 2.1%였다.
3분기 전망치가 크게 밑돈 만큼 금통위에서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을 게 확실시된다. 실제 이 총재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은 2.2%~2.3% 정도로 생각한다"며 기존 전망치 대비 낮은 수치를 언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전망치를 2%대 초반 정도로 낮출 것으로 관측했다. 내년 성장률도 기존 2.1%에서 0.1~0.2% 포인트 낮출 전망이다.
주요기관 역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리고 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20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0월(2.5%) 대비 0.3%포인트 낮춘 2.2%로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2.2%에서 2%로 내리며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IMF는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위험은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며 1%대 성장에 머물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눈높이는 2%로 0.1%포인트 낮췄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2.2%로 예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리를 동결하면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이 불거질 수 있다. 내년 1월 트럼프 취임에 따른 본격적인 미국우선주의 시행을 고려하면 전망도 밝지 않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당선에 따른 우려로 "연간 수출이 450억달러 감소하고, 실질 GDP는 약 0.29~0.67%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가상승세는 안정화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까지 둔화해 기준금리 인하 부담을 덜었다.
IMF는 "인플레이션은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으나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적절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증권가 시각은 동결에 쏠렸다. 한화투자증권 김성수 연구원은 "경제가 힘든 것은 맞지만 지금은 금융안정이 우선"이라며 "금통위에서의 기준금리 만장일치 동결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정부 정책이 국내경제에 본격적인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시점은 집권 2년 차부터"라며 "그들도 정책 운영을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본격적인 정책이 시행될 때 아껴뒀던 정책 여력으로 맞받아치는 것이 맞다"고 부연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기준금리의 만장일치 동결을 예상하면서 "미국 대선 이후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영향도 점검해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 만큼 이번 회의에선 10월 이후 추가 인하보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한은이 기존 올해 2.4% 수준의 경제 성장 전망치를 2.3%로 낮추고, 물가 상승률도 올해 2.4%, 내년은 1%대 후반선을 전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