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시티 지분 75% 매입 체결
'빅3' 생보사 중 나홀로 실적 역성장…내실 다지기도 집중해야
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국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에 나서는 모습이다. 오른쪽 위 작은 사진은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더팩트 DB·한화생명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화생명이 국내 보험사 최초로 미국 현지 증권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구상하고 있다. 다만, 한화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빅3' 가운데 나홀로 실적 역성장을 기록,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아쉬운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경영 전략이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19일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매입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번 인수절차는 양국 감독당국의 인허가 승인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2003년에 설립된 '벨로시티'는 뉴욕을 거점으로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기반의 정통 증권사다. 한화생명은 벨로시티의 핵심 인프라 및 네트워크를 직접 활용하고, 증권업에서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회사를 지속 성장시켜온 기존 경영진과의 협력을 통해 사업의 조기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번 인수는 대한민국 리딩 보험사의 역량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마중물이자 장기적 성장을 견인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은 미국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를 창출함으로써 장기적 수익성을 강화하고 해외 금융 사업과의 시너지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한화생명 관계자는 "기술의 고도화로 지역 및 금융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대에서 좋은 상품과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금융사가 되기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화생명이 미 글로벌 시장의 활로를 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이번 증권사 인수로 장기 수익성을 강화하고 글로벌 금융업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단 계획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미 시장의 활로를 열어 글로벌 종합금융사로 도약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의 글로벌 전략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지난해 2월 최고글로벌책임자(CGO)로 취임하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번 해외 금융사 인수도 김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한화생명의 살림을 맡고 있는 여승주 부회장은 보험 본업에 주력하고 김 사장은 해외 사업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한화생명은 '빅3'(삼성·교보·한화생명) 가운데 나홀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더팩트 DB |
◆ 한화생명, 동남아 시장서 베트남 '순항'…인도네시아는 고꾸라져
한화생명은 동남아 시장 가운데 베트남에서 순항하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다소 아쉬운 성과를 냈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에 2013년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에는 현지 손해보험사인 리포손해보험을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다만,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의 경우 올해 3분기 4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0억원 순손실)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리포손해보험도 올해 3분기 51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작년 동기(118억원) 대비 감소했다.
이에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에서의 실적 개선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으로부터 노부은행의 지분 40%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외 은행업에 진출하는 것은 국내 보험사 중 처음이며 이번 지분 매입이 마무리되면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생·손보업을 넘어 은행업까지 영위하게 된다.
베트남법인은 순항하고 있다.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은 올해 3분기 40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269억원) 대비 50.2% 급증했다. 2008년 설립된 베트남 법인은 2009년 영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 2016년 처음으로 순이익을 냈으며 지난해에 누적 손익 흑자를 달성했다.
이 가운데 외형 성장과 함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한화생명은 '빅3'(삼성·교보·한화생명) 가운데 나홀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어서다.
삼성생명은 올 1~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9% 증가한 2조 42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17.8% 증가한 87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홀로 전년 동기 대비 22.9% 감소한 578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한화생명은 남은 4분기 실적 방어를 위한 전략과 관련해 "고수익성 일반보장성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조직 규모를 지속 확대해 신계약 성장을 이루고 있다"며 "GA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고객 니즈에 맞는 신상품을 지속 출시해 장기적 회사가치를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