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고려아연 끝내 유증 철회
MBK, 고려아연보다 의결권 지분 5%가량 앞서
국민연금 매도했다면 믿을 건 소액주주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이어온 고려아연 최대주주 MBK파트너스(MBK)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이사회의 유상증자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조용하게 지분을 늘리면서 의결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변수는 남아 있다. 고려아연은 13일 금융당국의 지적과 주주들의 이탈을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은 유상증자를 전격 철회하면서 다시 주주 달래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향후 주주총회(주총) 표 대결에서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면 해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12일 공시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 1.36%를 획득했다. 지난달 14일 주당 83만원에 마감한 공개매수에서 확보한 지분 5.32%를 더하면 6.68%를 추가로 획득한 셈이다.
이에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가 됐다.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인 34.6%보다 약 5%포인트 앞선 수치다. 여기에 고려아연 경영진의 우호 지분으로 평가받던 한국투자증권(0.87%)에 이어 현대자동차(5%) 등 대기업의 연이은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 측의 입장이 불리해진 배경으로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 발표가 꼽힌다. 발행주식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신주를 앞서 진행한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가인 주당 89만원보다 18만원 낮은 주당 67만원에 발행하고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반영하면서 MBK·연합과 의결권 확보 대결에서 앞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유상증자 총규모 중 80% 이상을 채무상환에 쓰겠다는 사용 목적이 발목을 잡았다.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고 주주들은 분노했으며, 금융 당국은 비정상적인 유상증자라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진행됐더라면 MBK 측보다 의결권 지분을 앞서지만 실행도 해보지 못한 채 주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했다는 평까지 얻었다.
MBK 측이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 측이 남은 우군을 모두 지키더라도 아직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지 않는 이상 주총 표 대결도 불리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3분기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7.48%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시 이후인 10월부터 국민연금이 이미 고려아연 지분을 상당량 매각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당 50만원대에 거래됐던 고려아연은 9월 중순부터 경영권 분쟁 이슈를 타고 주가가 상승세를 타다가 양측이 공개매수가를 서로 올리는 맞불 공개매수가 이어지면서 10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10월 24일 마침내 '황제주(주당 100만원 주식)'에 올랐고 13일 장에서도 11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13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오전 11시 56분께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철회하는 안건을 의결해 그간 문제가 된 유상증자를 전격 철회했다. 이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향방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열릴 표 대결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하루 전날인 12일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정정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