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금융' 내줬어도 뚜렷한 주가 상승세
올해 주주환원율 37.1% 전망
일회성 손실 대비한 실적 회복 동반돼야 우려도
7일 신한지주는 전날보다 1.79% 오른 5만7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근 3개월 흐름은 다소 주춤하고 있으나 연초 대비 상승률은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신한지주는 올해 주가 상승세가 뚜렷한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코스피 시가총액(시총) 순위 10위권 진입도 성공했고 상위권 금융주 중 유일하게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실적은 주가와 다소 대조적인 흐름을 보인다.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모두 KB금융에 1위 자리를 내줬고, 이 기간 자회사 신한투자증권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발 1300억원대 손실을 낸 것도 뼈아프게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도 주가가 강세를 띤 배경으로는 강력한 주주환원책이 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이유도 자사주 소각 및 배당선진화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금융주라는 점이 호평을 이끌었다. 내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무려 1조원에 달한다. 연말까지 주주환원에 '진심' 기조를 이어가는 신한지주의 추가 상승 여력을 두고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지난 8일 전 거래일 대비 0.35% 내린 5만6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고점(8월 26일, 6만4600원) 대비 12.07% 내려와 있지만 연초 대비 상승률은 44.34%를 기록하고 있다.
증권가가 바라보는 신한지주의 눈높이도 우상향을 그린다. 최근 하나증권은 신한지주의 목표주가를 7만2000원으로 높이면서 금융주 중 최선호주로 제시했고, LS증권은 목표주가를 현 주가 대비 19% 높은 6만8000원으로 올려잡았다. 한국투자증권 등도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7만2000원을 유지했다.
배경은 역시 강력한 주주환원책이다. 신한지주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내용대로 올해 말까지 총주식 수를 5억주 미만으로 축소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누적된 올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7000억원이며 올해 예상 배당금인 1조1000억원을 더하면 올해 전체 주주환원율은 37.1%로 전망된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쓴 돈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이다. 신한지주는 올해 벌어들인 수익 중 37.1%를 주주들에게 돌려준 셈이다. 코스피 상위 종목에서 주주환원율을 35% 이상으로 목표하고 있는 곳은 현대차를 비롯해 금융 쪽에서는 미래에셋증권 정도가 거론된다. 이들은 모두 올해 밸류업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으로 꼽히지만 35%는 향후 목표치다. 신한지주는 올해 이미 그 이상의 주주환원율 달성이 유력한 셈이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8월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 참석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신한지주가 이처럼 주주환원책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배경은 '밸류업 전도사'를 자처한 진옥동 회장의 추진력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진 회장은 올해 공식 석상에 설 때마다 신한지주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생존을 위해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이행 목표"라며 "신한의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우리의 현 위치를 정확히 인지하면서 다 함께 절박함을 갖고 도전하자"고 강조해 왔다.
이뿐만 아니라 신한지주는 내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매년 1조원 이상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 경우 주주환원율은 40%에 육박한다. 물론 목표한 주주환원율을 달성하려면 순이익이 동반돼야 한다. 의지 만큼은 뚜렷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우려도 공존한다. 신한지주의 올해 3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대 일회성 손실 이외에도 비은행 자회사 부문에서 700억원대 해외 대체투자 관련 손실 등 이익을 둔화하는 요소가 곳곳에서 발현됐기 때문이다. 일회성 손실의 경우 다음 분기 실적에서는 배제되는 요소지만,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진 회장이 신한투자증권 일회성 손실 발생 이후 주주서한을 통해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주가 역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밸류업 정책이 뚜렷하기 때문에 향후 코리아 밸류업 지수 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낮지만, 주가가 이미 오를만큼 올랐다는 이미지를 시장에 풍길 여지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주주환원에 입각한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꾸준히 이어가면서도 둔화한 이익을 원상태로 돌려놓아야할 과제는 남아 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파생상품 거래 손실 등을 반영하더라도 3분기 누적기준 예상을 상회한 실적으로 2024년 연간 이익 개선이 기대된다"며 "밸류업 계획에 따른 속도감 있는 주주환원 기대감도 여전하며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자사주 매입도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치 못한 파생상품 관련 손실로 3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부분은 아쉽지만 분기 1조4000억원대의 견조한 경상이익 체력과 속도감 있고 투명한 주주환원 실행 노력이 변함없다는 것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