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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수출 호황 이끈 인디 브랜드의 반란
입력: 2024.11.05 00:00 / 수정: 2024.11.05 00:00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 역대 최대
수출 절반 이상은 중소 뷰티 브랜드
대기업도 관련 브랜드 인수해 발 빠르게 대응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인기가 커지면서 화장품 수출 실적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시내 한 뷰티 매장에서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뉴시스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인기가 커지면서 화장품 수출 실적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시내 한 뷰티 매장에서 화장품을 둘러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뉴시스

[더팩트 | 문은혜 기자] K-뷰티 인기가 폭발적으로 커지면서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틱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외까지 입소문 난 중저가 신생 뷰티 브랜드들이 수출 호조를 이끄는 분위기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 유명 브랜드보다 중소 인디 브랜드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도 해외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를 적극 인수해 K-뷰티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장품이 내수 시장을 넘어 미국·일본·유럽 등 권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48억2000만달러(한화 약 6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까지 역대 최대였던 지난 2021년 상반기(46억3000만달러·한화 약 6조3500억원)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다. 10년 전인 지난 2014년 상반기(7억9000만달러·한화 약 1조800억원)와 비교해 6배가 넘게 증가한 금액이기도 하다.

눈여겨볼 점은 화장품 수출의 절반 이상을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중소 뷰티 브랜드가 차지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기록한 48억2000만달러(한화 약 6조6000억원) 화장품 수출액 가운데 33억달러(한화 약 4조5000억원)가 중소기업 수출 실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화장품'은 중소기업이 수출한 1위 품목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이 해외로 판 화장품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8% 증가한 33억달러(한화 약 4조5000억원)로 역대 상반기 기준 최고치를 달성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존 주력 시장이던 미국, 중국과 더불어 신흥시장으로 수출국을 다변화한 것이 수출 증가 주 요인"이라며 "올해 상반기 대기업 화장품 수출이 23% 줄어든 것과도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K-뷰티 엑스포 코리아에서 바이어와 참관객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K-뷰티 엑스포 코리아'에서 바이어와 참관객들이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인들의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면서 중소 인디 브랜드가 급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까지 올리브영과 같은 국내 H&B(헬스앤뷰티) 채널에서 인지도를 쌓던 인디 브랜드들이 이런 바람을 타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외에 이름을 알리면서 수출 물꼬를 튼 것이다.

특히 '선케어' 제품이 잘나가는 미국 시장에서 조선미녀, 스킨1004와 같은 K-뷰티 브랜드 인기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인 아마존에서 선크림 부문 1위에 오른 '조선미녀'는 올해 연매출 30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은 지난 2020년 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2021년 30억원으로 증가하더니 2022년 400억원, 2023년 1400억원으로 매년 급격히 성장했다.

'미국의 올리브영'으로 불리는 울타뷰티와 코스트코에 진출해 선크림 등을 판매하고 있는 '스킨1004'도 매 분기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스킨1004를 운영하는 크레이버의 지난해 매출은 930억원으로 전년도 기록한 456억원보다 약 두 배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억원에서 10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중소업체들의 인디 브랜드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자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전통 화장품 강자들도 뒤처지지 않도록 힘을 쓰는 중이다. 뷰티 시장의 트렌드가 갈수록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을 감안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인디 브랜드를 인수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매출 절반 이상이 북미에서 나오는 '코스알엑스'를 지난해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코스알엑스는 지난 2013년 탄생한 국내 스킨케어 브랜드다. 출시 2년 만인 지난 2015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해 현재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 개국에서 제품을 팔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4862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612억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올해부터는 코스알엑스 실적이 아모레퍼시픽에 편입되면서 지난 3분기 아모레퍼시픽의 미주 지역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나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LG생활건강은 색조 브랜드 '힌스' 운영사인 비바웨이브 지분 75%를 지난해 9월 425억원에 인수했다. LG생활건강이 스킨케어에는 강하지만 색조에 약하다는 일각 인식을 돌파하기 위해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인 중소 브랜드를 사들인 것이다. LG생활건강에서 힌스를 인수하기 직전 해인 지난 2022년 기준 매출액은 218억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대부분 일본에서 발생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덕분에 힌스는 LG생활건강 뷰티 포트폴리오를 넓히는데 일조하고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뷰티 시장 트렌드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바뀌고 있기 때문에 제때 대응하려면 몸집이 큰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유리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중소 브랜드를 인수하되 독립경영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moone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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