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실적 상위권 차지·중소형사 '0'건 기록
얼어붙은 IPO 시장에···대형사 선점 등 이유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형사들은 건수 기준으로 IPO 주관 실적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은 1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사의 IPO 주관 실적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사들은 대형 딜에 이어 중소형 딜까지 선점하며 주관 실적을 올리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중소형사들은 건수 기준으로 올해 주관 실적 '0'건을 기록하며 올해 1건의 실적도 올리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SK증권, 유안타증권, 현대차증권, 상상인증권의 IPO 주관 실적은 '0' 건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뒷걸음질한 성적이다. 지난해 SK증권은 2건, 유안타증권이 4건, 현대차증권이 1건의 주관 실적을 올렸었다. IB 업계에서는 이들 증권사들이 올해 1건의 주관 실적도 올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올해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들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을 담당한 업체 가운데 예비 심사를 통과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SK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둔 로킷헬스케어는 지난 7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아직까지 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로킷헬스케어의 연내 상장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SK증권의 올해 IPO 주관 실적은 0건으로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주관을 맡았던 핀테크 기업인 원투씨엠이 상장 계획을 자진 철회하면서 올해 딜이 무산됐다. 최근에는 유안타제12호스팩과 식품·조미료 업체인 시아스와의 합병도 취소됐다.
현대차증권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올해 IPO 계획을 따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의 IPO 주관 실적도 현재까지 1건에 그친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2월 상장한 이에이트의 상장을 주관했다. 아울러 오는 12월 한화플러스3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인 셀로맥스사이언스의 상장을 주관하면서 올해는 총 2건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중소형 증권사들의 IPO 주관 실적은 대형사들의 실적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은 13건의 주관을 맡으며 건수 기준으로 주관 실적 1위를 달리고 있고, NH투자증권 역시 10건의 주관을 담당하며 2위에 올라서있다. 그 밖에도 미래에셋증권은 9건, KB증권은 8건을 기록하며 그 뒤를 잇고 있다. 삼성증권과 하나증권도 7건을 주관했다.
업계에서는 대형·중소형 증권사 간 양극화 현상이 금융당국의 심사 문턱이 높아짐에 따라 상장 절차를 자진 철회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IPO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이 대형 증권사를 선택하게 되면서 두드러졌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소형 증권사는 최상위급 업체를 대형사에게 뺏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게다가 대형 증권사들이 공모 규모가 큰 IPO가 시장에서 사라지자 중소형 딜을 선점한 점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올해 1~3분기 기준 공모 규모가 1000억원을 넘은 기업은 HD현대마린솔루션(7422억원), 시프트업(4350억원), 산일전기(2660억원) 등 세 곳뿐이다. 이는 지난 2020~2021년만해도 공모 규모가 조 단위인 빅딜이 줄줄이 이어졌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통 IB 부문에서 당초 대형 증권사들이 우위에 있었긴 하나, IPO 시장이 여의치 않고, 코스닥 시장이 좋지 않아 소형 업체들의 IPO가 줄어들면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틈새 시장도 함께 줄어들었다"며 "IPO 주관 측면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