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 글로벌 수요 감소
국내 석화업계, 고부가가치 소재 집중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용 타이어에 쓰이는 합성고무를 비롯해 고부가가치 제품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오승혁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이 2025년부터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에 들어간다.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현지 생산량 증가는 악재로 작용한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감소까지 더해져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탄소나노튜브(CNT)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3분기 영업이익은 1000억원가량이다. 전년 동기 대비 18.9%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LG화학은 같은 기간에 전년 동기 대비 12.6% 감소한 562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추정했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은 각각 53억원, 29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작년 3분기 대비 적자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 중 금호석유화학의 실적 전망이 눈에 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용 고기능성 타이어에 쓰이는 합성고무의 생산 능력을 키운 점이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고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전기차가 배터리 등의 무게로 인해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무거워서 타이어의 마모도 더 심하다. 타이어의 마모 정도가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전기차는 전기차용 고기능성 타이어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쓰이는 합성고무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에 맞춰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관련 역량과 탄소나노튜브(CNT) 생산 능력을 키우고 있고 이를 위해 연구개발 부문 투자 및 연구진 채용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호석유화학은 여수공장 내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금호피앤비화학 공장 모습. /금호석유화학 |
금호석유화학이 전남 여수공장에서 생산 중인 스타이렌 부타디엔 고무(SSBR)은 일반 타이어 대비 마모에 강한 강점을 갖고 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약 30% 더 무거운 전기차의 타이어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다. 전기차가 궁극적으로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라고 보는 전망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22년 SSBR 생산능력을 6만3000톤에서 12만3000톤으로 늘렸다. 또 여수공장 내 생산라인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달 여수 율촌산단에 연산 240톤 규모의 탄소나노튜브(CNT·Carbon Nano Tube) 공장 건설 공사를 마쳤다. 연내 양산에 성공하면 기존 120톤에 240톤을 더해 생산 역량이 3배 커진다. 구리의 1000배에 달하는 전기전도성과 철의 100배인 인장강도(당기는 힘을 견딜 수 있는 힘)를 가진 CNT를 활용한 고효율 배터리 생산이 가능해진다. 지난해 말 여수에서는 CCUS 기술을 기반으로 액화 탄산을 생산하는 사업 협력을 진행하는 등 고부가가치 소재 역량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연구개발비 267억원을 투자했다.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지만, 합성고무·합성수지·라텍스 등의 분야에서 원료 및 소재 개발 및 상업화 성과를 냈다. 이어 올해 상하반기 공채에서 고무장갑 소재인 NB라텍스와 타이어, 신발 등에 쓰이는 SB라텍스, 신소재연구 직군의 신입·경력 사원의 채용을 진행했다.
한편 중국은 지난 2010년 석유화학 소재의 자급화를 선언했다. 2020년 본격적으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석유화학 기초 소재 자체 생산에 돌입했다. 이후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이 과잉 생산된 물량을 저가 밀어내기식 수출을 하면서 국내 석화사들은 대(對)중국 수출 경쟁력을 잃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국내 석화업계의 중국 수출 비중은 37.3%로 2009년에 비해 14%가량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