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SK하이닉스·현대차, 엔비디아 주가↑·인도법인 IPO 호재에도 하락 마감
종목별 장세보다 지수 흐름이 국내증시 지배해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1.31% 내린 2570.70에 장을 마치면서 하루 만에 2600선을 반납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증시가 10월 들어 방향성을 잃고 횡보하고 있다. 호재가 가득한 날 강보합권에 그치고, 악재에는 민감하게 반응해 장중 낙폭을 확대하는 기조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31% 내린 2570.7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5일 하루 만에 8.77% 급락한 '블랙 먼데이' 이후 두 달째 2500과 2600선을 오가고 있고, 10월 들어서도 상승 마감한 날(6거래일)보다 하락 마감한 날(7거래일)이 하루 더 많았다.
730선까지 추락한 코스닥은 더욱 심각한 부진에 빠진 모양새다. 하락 마감한 날(9거래일)이 상승 마감한 날(4거래일)보다 5거래일이나 더 된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2차전지 업종 등 부진도 최근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외인의 30일 연속 매도세로 연일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의 약세나 전반적인 증시 거래대금 감소, 외인의 수급 이탈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불확실성이나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대선 임박 등 국내외 요인도 하방압력에 힘을 가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10월 들어 국내증시 거래대금은 감소세가 뚜렷하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산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1900억원으로 전월(16조6720억원) 대비 48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한 9월보다 더 낮은 수치다.
일시적 호재에 따른 종목별 강세도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지수나 종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거나 섹터별 업황 회복, 뚜렷한 사업 성과 등 종목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지속해서 발현되고 있으나,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고 있어서다.
22일 개장 후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모두 하락 출발할 때 홀로 빨간불을 켜면서 장을 열었던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엔비디아에 공급해 대표적인 엔비디아 수혜주로 꼽힌 SK하이닉스의 이날 장 초반 강세는 엔비디아가 전날 뉴욕증시에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문제는 지속 시간이다. 분명한 호재를 등에 업고 홀로 상승 출발한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강세를 오후까지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1.62% 하락 마감했다.
SK하이닉스는 22일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이 모두 하락 출발할 때 간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미국 엔비디아의 주가 강세에 힘입어 홀로 상승 출발했으나 결국 하락 마감했다. /더팩트 DB |
SK하이닉스의 최근 주가 흐름은 이렇다 할 호재 없이 급락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대조적인 것은 사실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와 HBM, 파운드리 분야에서 입지가 악화할 가능성이 시장 주목을 받은 삼성전자와 달리, 엔비디아 주요 공급사로서 최근 다시 상승세를 탄 엔비디아 주가와 궤를 함께했기 때문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도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 17회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5세대 HBM 최선단 제품인 HBM3E 12단의 연내 양산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주주들을 안심시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반면 주가는 여전히 18~19만원대를 10일째 횡보하고 있다. 10월 들어서도 상승 마감한 날(7거래일)이 하락 마감한 날(6거래일)보다 단 하루밖에 많지 않았다. 증권가에서 전망한 목표주가 컨센서스(22만원~29만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전날 인도법인을 인도증시에 역대 최고 규모로 상장에 성공한 현대차도 상승 요인이 주가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22일 장 초반 상승 출발했다가 1.05% 하락한 23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3일 장에서는 SK하이닉스와 현대차 개장한 지 1시간30분가량이 지났지만 모두 빨간불을 켜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강보합권을 유지 중이다. 결국 종목별 장세보다는 코스피나 코스닥 등 지수의 전반적인 흐름에 지배를 받는 구조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이번 주부터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함에 따라 지수 기조보다는 기업 실적을 중심으로 한 펀더멘탈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 숨고르기 흐름, 금리 상승 등이 국내 증시에 한 차례 더 부담을 가할 소지가 있다"면서도 "낙폭과대 인식, 기존 우려 선반영 등으로 반등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시즌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기업 실적을 중심으로 한 펀더멘털에 대한 관심이 확대될 수 있는 국면이다"면서도 "최근 성장률 둔화, 3분기 원·달러 환율 급락, 삼성전자 부진 등 실적과 관련한 주요 변수들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했던 상황임을 감안할 때 3분기 실적시즌은 예상을 상회하는 서프라이즈 실적보다는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거나 다소 못 미치는 실적 발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