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 정제 마진 약세 지속 등 악재 거듭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더팩트 DB |
[더팩트|오승혁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더 추운 겨울을 보낼 전망이다. 정제 마진 약세 지속과 석유화학 시황 부진 등의 악재로 3분기 어닝쇼크가 우려된다. 통상적으로 난방유 등의 수요가 급증해 실적이 개선되는 겨울철 특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국의 수출 증가로 과잉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의 대표적 수익 지표인 정제 마진은 지난달 1달러대로 하락했다. 7~8월 손익분기점 기준인 4달러대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전 세계적으로 여름 휴가가 집중되는 3분기가 성수기로 분류된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가 정유업계 수요 하락을 이끌었다. 또한 중국의 수출 증가에 따른 공급과잉이 정제마진 급감을 야기했다.
이에 국내 정유사들이 이달 말부터 발표하는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던 당초 전망을 변경해 양사와 HD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등이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유가 기조가 장기적으로 강화돼 오는 4분기에는 더 큰 폭의 실적 하락이 예측된다는 우려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여러 정유사들이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을 통한 수요 및 정제 마진 상승을 기대했다"며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한시적으로 손익분기점 기준을 기록했을 뿐 이후에는 정제마진이 계속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수출 증가 외에도 중동지역의 현지 석유제품 생산량이 늘고 있어 국내 정유사들이 처한 경쟁상황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듯하다"며 "4분기 난방유 수요 증가 등으로 반등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다. 허나 해당 시장은 전체 정유업계에서 봤을 때 작은 규모라 실적 개선에 도움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덧붙였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정제 마진 약세 지속 등이 국내 정유사들이 실적 하락에 기여했다. /이성락 기자 |
그렇다고 해서 정유사들이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유가 상승이 정유업계의 수익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유사들은 유가 변동성이 커지면 함께 높아지는 변동성에 따라 리스크 대응을 해야 한다. 규모가 커지면서 금액 부담도 함께 증가한다. 원유 구입 시기에 비해 유가가 오르고, 수요 밸런스가 맞아야 정유사의 수익이 증가한다.
수요는 하락하는 가운데 중동지역의 확전 양상으로 고유가 기조가 이어져 정유사 실적에는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최근 충돌하면서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 등의 석유 제품은 모두 유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량이 중동에서 오기에 중동지역의 분쟁 장기화는 악재로 작용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최근 올해 원유 수요 증가분 전망치를 하루 211만배럴에서 203만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수요 증가분 전망치도 하루 174만배럴에서 170만배럴로 내렸다. 리비아 석유 생산이 정상화되면서 오는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축소도 예고돼 공급과 수요 불균형은 계속 커질 가능성이 크다.
대한석유협회 측은 "국내 정유사들의 기대와는 다리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향후 업황 회복을 전망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정유업계가 지속가능항공유(SAF)를 비롯한 항공유 수출 증가와 전 세계적으로 제조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해 제품 수요를 늘리고 있는 만큼 업황 개선은 꾸준히 이어질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