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춧값 지난해 대비 30% 급등, 여름 이상기후 탓
계약·대량 매입 할인…"체감물가 낮추는 데 효과"
올해 여름 작황이 나빴던 배추, 상추 등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가 할인 행사로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구 하나로마트를 찾은 한 고객이 배추를 고르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더팩트|우지수 기자] 올해 여름 폭염 등 이상기후로 하반기 채소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수요가 몰리는 배추 가격은 지난해보다 30% 가까이 급등했고 상추, 무, 시금치 등 가격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대형마트를 비롯한 국내 유통 업계는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는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채소 가격 안정화 경쟁에 돌입했다.
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배추 한 포기 가격은 8848원으로 지난해 같은 날 대비 28% 치솟았다. 같은 기간 △상추(적상추) 60% △무 46% △열무 34% △시금치 25% 등 다양한 채소류 가격이 오른 상황이다. 지난달 채소류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달(8월)보다 18.6% 상승하면서 소비자들의 지갑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중국산 신선배추를 수입하는 등 채소 공급을 안정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소비자 신뢰도가 낮아 유통 업계가 이를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채소 가격 상승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업계는 사전 계약·대량 매입 채소를 활용해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열었다. 대형마트는 매년 농가와 정해진 가격으로 대량 매입 계약을 체결해 작황이 좋지 않을 때도 비교적 안정된 값에 채소를 공급할 수 있다.
이마트는 이달 말까지 '가격 역주행' 행사를 열고 시금치(200g)를 정상가 대비 67% 할인한 3000원 미만에 판매한다. 홈플러스는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알배기 배추를 가격이 뛴 배추의 대체재로 선정해 값싸게 제공했다. 홈플러스는 앞으로도 봄동, 알배기 등 배추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군 작황을 고려해 기획전을 꾸준히 전개할 계획이다.
올해 채소 가격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24일 서울시 한 대형마트에 배추 수급이 좋지 않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수요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가 개시한 배추와 절임배추 사전판매에는 소비자들이 몰려 완판 현상이 나타났다. 롯데마트가 지난 1일 진행한 배추·김장재료 사전 예약 판매에서는 해남 절임 배추(20kg) 한정 수량 3만상자가 하루 만에 모두 팔렸다. 이마트는 오는 25일부터 일주일 동안, 홈플러스는 이달 중순부터 절임배추 사전 예약 판매를 시작한다. 한 마트 업계 관계자는 "가을과 겨울에도 기상 이변으로 배추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에 예약 판매에 고객이 몰리고 있다"며 "올해 김장 재료 판매 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을철 기후가 나빠 수확량이 부족하거나 품질이 떨어질 경우 가격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솟값은 당분간 쉽사리 떨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농업관측 10월호'에 따르면 이달 배추 도매가격은 10㎏에 1만5000원으로 지난해 10월보다 38.4%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비싼 배추 가격에 포장김치 수요가 몰리면서 CJ제일제당, 대상 등 일부 제품 품절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대상 관계자는 "여름 배추 물량이 부족해 포장 김치 제품 생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치가 필요한 주요 거래처 위주로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 채널에는 일시 품절 상태로 표시된 것"이라며 "10월 중순부터 늦어도 11월 초에 가을 배추가 출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겨울철 배추 공급은 그 때 가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매 빈도가 높은 채소 등 품목 가격을 안정화하는 것이 체감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채소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먹거리는 지출 중에서도 필수 지출에 해당한다. 자주 구매하는 물품이 비싸질수록 소비자는 물가가 크게 오른다고 느낀다"며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업체에서 가격 안정화를 꾀한다면 소비자의 지갑 부담이 확실히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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