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영풍그룹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 추진
고려아연 반격 여부도 주목
13일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내달 4일까지 고려아연 주식 최대 302만4881주를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영풍그룹의 백기사로 나선 만큼 이번 공개매수가 영풍 장씨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키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13일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하고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 및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고 의결권을 공동행사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공개매수는 내달 4일까지 22일간 고려아연 주식 최소 144만5036주(7.0%)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를 매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영풍 및 특수관계인의 고려아연 우호지분이 약 33.1%이기 때문에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 올리면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공개매수 가격 역시 파격적이다.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66만원으로 고려아연 전날 종가인 55만6000원보다 18%가량 높다. 시장은 공개매수 발표 직후 최고 24.10% 오른 69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즉각 반응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추진 배경에 대해 영풍그룹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 개선 목적이라고 밝혔다. 주주 간 계약을 통한 정당한 공개매수이며 여러 문제로 훼손된 고려아연의 새로운 변화에 힘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주주 간 계약으로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 최대주주로 참여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를 통해 지분을 추가로 취득,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로 인해 훼손된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및 기업가치를 개선하고자 한다며 "그동안의 장씨, 최씨 간 동업자 관계가 정리되고, 영풍그룹 주력 계열사인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에 새로운 변화와 발전의 기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와 손을 잡은 영풍 역시 고려아연의 위법 행위를 주장하면서 법원에 고려아연의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이번 공개매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나섰다.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의혹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등 의혹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의혹 △이그니오 홀딩스(Igneo Holdings, LLC)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의혹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혐의 △일감 몰아주기 관련 등이다.
영풍 측은 "최윤범 회장은 상법 등 관계 법령을 위반하고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고려아연 주주들의 이익을 해하는 행위를 해왔다고 의심된다"며 "위법행위 존부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법적 대응으로 전체 주주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상법 제466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주권에 기해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영풍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한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부터)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
◆ 고려아연, 작심 비판에 주주가치 제고 호소도…증권가 전망은?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의 우군으로 참전한 MBK파트너스를 '약탈'이라는 강한 어조를 들어 비판하고 나섰다. 영풍에 대해서는 '실패한 경영자'라고 언급하면서 주주들에게 고려아연의 자구적인 주주환원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당사 최대주주인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결탁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공개매수로, 국가 기간산업이며 비철금속 제조업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한 당사에 대한 적대적 약탈적 인수합병(M&A)"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무적 투자자나 실패한 경영자인 영풍 측 경영진들이 당사의 현 경영진을 대체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앞으로도 현 경영진의 리더십 하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다양한 주주환원정책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임직원 및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고려아연 최씨 일가도 주식 매수를 통한 즉각 반격에 나설지 관심사로 떠오른다. 고려아연 최씨일가가 보유한 고려아연 우호지분이 지난 2분기 말 기준 각각 33.99%로 영풍 장씨(33.13%) 측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우는 것을 막기 위해 백기사 확보에 사활을 걸 수 있단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MBK파트너스와 영풍 역시 고려아연의 주식 취득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유라고 꼬집으면서 경계하고 있다. MBK파트너스 측은 "오늘부터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등 법령 위반이다"며 "자본시장법 140조에 따르면 영풍의 '특별관계자'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은 공개매수 기간동안 금지된다. 또한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회사(한국투자증권)를 통해 간접적으로 자기주식을 추가 취득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 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 자사주 신탁계약을 맺은 신탁회사 앞으로 공동 명의 공문을 보냈고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주식시세 조종행위도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MBK파트너스의 참전으로 영풍과 고려아연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한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시작됨에 고려아연의 단기적 주가 변동성 확대를 예고했다. 또 양측의 고려아연 지분율 대결 구도가 자사주(2.39%)와 국민연금 지분(7.57%)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유통물량이 22.92%에 불과해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이 약 16%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개매수가)지분율 경쟁을 재점화해 고려아연의 단기간 주가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며 "고려아연 측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자금력을 앞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백기사의 추가 지분 매입도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뿐만 아니라 영풍그룹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함께 진행한다.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영풍정밀 지분을 늘려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늘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공개매수 가격은 2만원으로 전날 종가인 9370원보다 무려 2배 넘게 높은 수치다. 영풍정밀은 13일 개장 이후 상한가로 직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