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측 "합리적인 의사 결정일 뿐" 주가 조작 의혹 부인
홍은택(왼쪽에서 두 번째) 카카오 전 대표가 11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을 피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오승혁 기자 |
[더팩트|오승혁 기자] 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 조종' 혐의로 진행된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재판에서 판사도 '많다'고 몇 차례 말할 정도로 엄청난 양인 2270개의 증거를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주가 조직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검찰이 통화 내역과 메신저 기록 등을 수집해 증거가 많아졌다고 본다. 검찰이 수천개 증거를 제시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강력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치열하고 긴 공방이 예상되고 있다.
11일 오후 2시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재판상 양환승)은 김범수 위원장과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에 대한 첫 재판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 방해를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원) 보다 높게 시세를 조종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구속 상태지만 미결수 신분이라 인권침해 금지 방침에 따라 수의가 아닌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재판장에 들어섰다. 재판 전까지 김 위원장의 변호에 주축으로 참여한 세종과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변호사들은 취재진의 주가 조작 의혹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구속 기소시 제한 기간은 두 달이 기본이고 이후 두 달 단위로 두 차례 갱신할 수 있어 최대 6개월이다. 법조계에서는 6개월 안에 검찰이 김 위원장의 혐의 입증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다른 의혹으로 추가 기소를 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변호인단은 재판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주식을 매수했을 뿐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시세조종은 아니다"라며 "주가가 직전가보다 높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주문이 연속성을 갖고 있는지도 살피지 않고 시세조종이라고 검찰이 주장하고 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카카오 투자심의위원회 구성원의 인식은 위치와 역할에 따라 각자 다르지만, 검찰은 구성원 전부가 하나의 인식을 공유하는 것처럼 본다"며 "이는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7월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투입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것에 관여했다고 본다.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게 한 일에 김 위원장이 개입돼 있다고 여기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SM 주식 매수에 작년 2월 16~17일, 27일에 걸쳐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에 카카오가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검찰은 카카오 측의 SM 경영권 인수전 참여 입장문 발표에도 SM 주가가 12만원 아래로 낮아지자,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가 김 위원장의 승인 아래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게 추가 주식 매수를 요구해 주가를 12만원 이상으로 높였다고 공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재판장에서는 카카오 임직원이라고 밝힌 방청객들이 있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 7월에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기에 그의 구속 자체는 카카오 임직원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만일 김 위원장이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입증돼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 카카오의 신규 금융사업과 AI(인공지능) 서비스 출시 등의 계열사 미래 사업의 앞날이 불투명해진다. 카카오는 검찰과 김 위원장의 공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