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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의 페이드人] 수출 1위 車 ‘흔들’…한국지엠에 무슨 일이?
입력: 2024.09.03 00:00 / 수정: 2024.09.03 00:00

트랙스·트레일, 작년 수출 나란히 1·2위…7월 노조 파업에 3위 하락
협신회 "현금 유동성 부족" 호소…임단협 추석 전 타결 기대


한국지엠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지난해 21만6833대, 21만4048대를 각각 수출하면서 국내 완성차 수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수출이 급감, 수출 순위가 3위로 떨어졌다.
한국지엠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지난해 21만6833대, 21만4048대를 각각 수출하면서 국내 완성차 수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수출이 급감, 수출 순위가 3위로 떨어졌다.

[더팩트ㅣ박용환 기자]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대표적인 수출품은 반도체와 자동차. 반도체가 주춤하면서 자동차가 수출을 이끌고 있다. 그럼 질문하나.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 1위 자동차는 무엇일까? 그다음 2위는?

현대자동차, 기아가 만든 자동차로 생각하겠지만 예상외로 한국지엠이 생산하고 있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였다. 지난해 21만6833대, 21만4048대가 각각 수출되면서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상반기까지 트랙스의 기세는 이어졌다. 그런데 7월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트랙스가 3위로 떨어졌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던 중 노조가 7월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가면서 생산차질이 발생했고 7월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8월에도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수출이 전년보다 절반가량 급감했다. 7월 23일 노사가 1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조합원들 반대로 무산되면서 지금까지 생산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으로 생산을 못한 차량이 지금까지 4만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생산량 40만대를 돌파했다.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여세를 몰아 올해 목표를 50만대로 잡았다. 그런데, 임단협이 난항을 겪으면서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다행히 지난달 말 두 번째 잠정합의안이 도출, 목표 달성의 불씨가 다시 지펴졌다.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과 성과급 1550만원, 특별 1호봉 승급이 골자다. 오는 3일과 4일 양일간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첫 번째보다 성과급이 50만원 더 올랐고 호봉 1호봉 승급도 포함됐다. 별반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아도 회사 측은 "기본급 인상 10만원이 넘는 건 15년 동안 처음 겪는 일"이라며 "전체적으로 역대급 제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임단협을 추석 연휴 전에 타결하지 않으면 자칫 해를 넘길 수도 있다. 때문에 두 번째 잠정합의를 바라보는 완성차 업계의 심정은 복잡하다. 합의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올해 한국지엠의 생산 목표 달성은 물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생산량이 작년 수준으로 쪼그라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 한국GM 협력업체들은 속이 타 들어가는 심정이다. 한국GM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협신회는 지난달 23일 "신속하게 협상을 마무리해서 정상적으로 가동이 되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한국지엠의 협력업체들은 추석을 앞두고 매출이 감소하면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지엠 노조는 성과급을 1500만원 이상을 받는데, 협력업체 직원들은 오히려 추석을 앞두고 월급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GM협신회를 비롯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11개 자동차 산업관련 기관.단체인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도 입장문을 발표하고 "협력업체들이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임단협 합의를 재촉했다.

한국지엠 비정규직 철폐 및 군산공장 폐쇄 철회 결의대회가 2018년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김세정 기자
한국지엠 비정규직 철폐 및 군산공장 폐쇄 철회 결의대회가 2018년 4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김세정 기자

한국지엠 노사는 차가 팔리지 않았던 불황기에 군산 공장을 폐쇄하는 등 뼈를 깎는 심정으로 버티며 지금의 수출 역군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경영 상황은 안심할 수 없다. 미국 시장이 미국 대선을 지나면 침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심심찮게 나온다.

트랙스 등 한국에서 생산한 차들이 미국 시장에서 가성비 차로 인기가 있다지만 미국 시장이 불황에 접어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어쩌면 지금이 판매 적기인 셈이다. 때를 놓치고 후회하면 소용없다. 한국지엠 노사가 기회를 놓치지 말고 함께 힘껏 노를 젓기를 바란다. 자칫 작은 것을 바라다가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sailingworl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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