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포비아(공포증)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어
배터리 화재 자체를 막는 액침냉각 기술 진화에 관심
지난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벤츠 전기차가 지게차로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오승혁 기자] 최근 연이어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인해 사고 예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액침냉각' 윤활유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국내 정유업계가 해당 분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서울 마곡 기술개발센터에서 액침냉각 윤활유 시제품에 대한 최종 실증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완성차 브랜드와의 계약 사항이 기밀인 만큼,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차량 제조사의 요구 조건에 맞춰 액침냉각 윤활유를 생산하며 실증을 진행한다고 전해진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액침냉각 윤활유 브랜드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에 대한 상표권을 등록했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서버용 냉각 윤활유 제품에 주력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의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는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는 냉각 플루이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냉각 전용 윤활유 브랜드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 S'를 출시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액침냉각 시장은 오는 2040년 42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액침냉각 기술은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열 관리를 위해 개발됐다. 챗GPT가 2022년 말에 출시된 뒤 대중들의 AI 사용량이 급증했다. 이후 산업 전반에 걸쳐 실무에 AI를 적용하는 흐름이 급물살을 타면서 전력량이 늘면서 데이터센터 내 발열 관리도 중요해졌다.
전력량 상승에 따른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액침냉각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서버 액침냉각 윤활유 생산에 집중하던 국내 정유사들이 이런 변화를 읽고 전기차 배터리 액침냉각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액침냉각 방식은 서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유체인 액침냉각유(쿨런트)에 직접 담가 열을 식힌다. 외부 공기를 기기에 닿게 해 열을 내리는 공랭식이나, 기기 사이의 방열판 등에 물을 흘려 온도를 낮추는 수랭식에 비해 열관리 효율성이 높다. 이 액침냉각 기술을 차량용 배터리에 적용해 열폭주 현상을 잡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열을 감지해 화재가 발생하면 초기 단계에서 소화 효과가 있는 액침냉각 윤활유가 배터리를 덮어 조기 진압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데이터센터 서버가 SK엔무브 액침냉각용 윤활유에 담겨 있다. /SK엔무브 |
정유업계 관계자는 "윤활유는 미국석유협회(API)가 품질에 따라 나눈 1~5 등급으로 구분된다"며 "1, 2 등급은 상대적으로 점성과 포화물 함량이 낮아 중저급으로 평가받고, 3등급 이상은 고품질 윤활유로 고급 자동차용과 특수 목적 용도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등급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면 됐던 과거와 달리, 전기차에 투입되는 액침냉각 윤활유는 등급을 따지기보다 정유업체와 계약한 완성차 브랜드가 해당 제품을 투입할 차종의 중량, 연비, 성능 등의 요구 사항에 맞춰 생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정유업체들이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고 배터리 효율을 관리하는 액침냉각 윤활유의 연구개발(R&D) 및 생산 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완성차 브랜드와의 계약 체결과 수익을 가능한 높이고자 판매량이 많은 차종에 당사의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