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억제하자 기업대출 경쟁 적극적 뛰어들어
부실채권 비중 확대 부작용…은행권 "건전성 관리 강화"
은행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의 과도한 증가를 우려하면서 이를 억제하자 기업대출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늘린 기업대출의 부실채권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기업대출 부실이 향후 건전성 악화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 잔액은 884조9771억원으로, 전년 말(784조197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이는 가계대출보다 큰 폭의 증가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562조8504억원에서 576조1292억원으로 2.4% 늘어났다.
2분기 기준 기업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곳은 우리은행(182조9370억원)이었다. 이어 국민은행(180조원), 신한은행(176조5729억원), 하나은행(175조1820억원) 등 순이다.
앞서 은행들은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의 과도한 증가를 우려하면서 이를 억제하자 기업대출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미 지난해부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까지 나서며 기업대출 강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신한은행과 국민은행도 이에 참전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초 계열사 임원진을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대출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경쟁적으로 늘린 기업대출의 부실채권 비중이 늘어나면서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더팩트 DB |
문제는 부실채권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12조5000억원) 중 기업 여신이 전체의 80%를 차지했다.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도 상승 중이다. KB국민은행의 2분기 기업대출 연체율은 0.28%로, 지난해 말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보다 0.01%포인트 오른 0.28%를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과 같은 수준인 0.29%를, 우리은행은 0.04%포인트 오른 0.30%를 나타냈다.
특히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3개월 이상 연체)여신은 올해 상반기 말 2조 8075억 원으로 지난해 말(2조 4168억 원)보다 16.2% 증가했다.
이와 관련 은행들은 지속적으로 건전성 관리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관련) 부실채권 규모가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향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가계대출 확대에 제약이 있는 만큼 기업대출 영업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