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보령·HK이노엔 영업이익 상승
GC녹십자·JW중외제약 매출 영업이익 모두 감소
의정갈등이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여파가 제약사들의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봉 기자 |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올해 2분기 상반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의대 증원을 두고 의사와 정부간의 갈등이 7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관련 여파가 제약사들의 2분기 실적에 미묘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기준 상위 10대 제약사 중 △유한양행 △종근당 △한미약품 △JW중외제약 △GC녹십자 △보령 △HK이노엔이 2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대웅제약과 광동제약, 제일약품 등은 2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았다.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제약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성장한 기업은 한미약품과 보령, HK이노엔뿐이다.
한미약품은 국내외 주요 품목의 판매량 증가와 자회사 성장에 힘입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한미약품의 올해 2분기 매출은 3281억원, 영업이익은 5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75.3% 증가했다. 특히, 의정갈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해외 법인 '북경한미약품'은 2분기 매출 987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올해 초 코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HK이노엔과 보령은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늘었다. 양사의 공동 판매 제품군과 전문의약품 부문이 판매호조를 보이면서다. HK이노엔은 올해 2분기 매출 2192억원, 영업이익 2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58.9% 증가했다. 보령은 매출 2556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8.2%, 5.7% 성장했다.
아쉬운 성적표를 수령한 제약사들도 있다.
유한양행은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유한양행은 2분기 매출 5146억원, 영업이익 157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35.5% 감소했다. 유한양행은 R&D 비용 등 판관비가 증가하면서 영업이익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최근 항암제 기술 도입 등으로 R&D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52억원 증가했다"고 말했다.
종근당은 매출 3850억원, 영업이익 28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 34.6% 감소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의 감소는 케이캡 부재뿐만 아니라 인건비·광고 선전비 증가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JW중외제약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JW중외제약은 매출 3489억원, 영업이익 125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7% 11.3% 줄었다. JW중외제약의 경우 지난해 전체 매출의 30%를 수액제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수액제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이다. JW중외제약의 올해 2분기 일반수액과 특수수액의 매출은 197억원, 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8.8% 감소했다. 입원·수술 환자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수액제 매출이 감소한 것이다. 동시에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 부문 매출도 3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하락했다.
GC녹십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4174억원과 1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25.5%감소했다. 특히 병원에 공급하는 백신류와 혈액제제류는 이 기간 매출이 865억원과 906억원으로 각각 11.1%, 11.2% 감소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의정갈등의 여파가 실적 하락에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학병원의 경우 전공의 이탈로 경영난이 길어졌으며, 그로 인해 입원과 수술을 축소하는 비상 경영체제가 장기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마취제·수액제 등 원내 의약품 처방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정갈등이 이렇게 장기화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의사와 정부간의 갈등인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제약업계로 오고 있다"며 "수액제 등 원내 의약품 처방을 중점으로 하는 중소제약사들은 죽을 맛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제약사들의 실적과 매출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종합병원에서 의료 파업 영향이 적은 비수련병원, 로컬병원 등으로 영업을 확장하며 일정 부분은 회복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정갈등이 지속될 경우 3분기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