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LG복지재단이 3차 이사회에서 구연경 대표의 주식 기부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부당하게 취득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해당 주식은 '기부 보류' 상태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LG복지재단은 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구연경 대표 자택에서 열린 3차 이사회의 회의록을 최근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회의록을 살펴보면, 구연경 대표는 신규 사업 수행을 위한 사업비 용도로 쓰일 현금 130억2500만원, 토지 매매 계약 권리 14억3000만원 등 총 144억5500만원을 기부하기로 했고, 이사진은 이를 만장일치(찬성 5표)로 의결했다. 이사회에는 한승희, 한준호, 윤경희, 신영수, 박영배 이사와 안용석 감사가 참석했다. 이어 재단은 신규 사업으로 자립 준비 청년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의 건, 2024년 제1차 추경 예산 편성의 건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바이오 업체 M사 주식 수증의 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앞서 구연경 대표는 지난 3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M사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주식을 재단에 기부하려 했다. 이에 이사진은 지난 5월 열린 2차 이사회에서 주식 수증의 건을 상정했으나,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일단 '수증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M사 주식 수증의 건이 이사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은 것은 검찰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으로 읽힌다. 2차 이사회에서 수증 보류 결정이 내려질 당시에도 추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사진이 구연경 대표의 주식 기부 안건을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LG복지재단은 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구연경 대표 자택에서 열린 3차 이사회의 회의록을 최근 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LG복지재단

이로써 구연경 대표의 M사 주식은 재단으로 넘어가지 않은 상태로 수사선상에 오르게 됐다. 현재 구연경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은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부(합수부)에 배당된 상태로, 아직 수사가 본격화되진 않았다. 지난달부터 금융감독원(금감원)이 구연경·윤관 부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데, 해당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수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M사는 지난해 4월 윤관 대표가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있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해 3월 말 주당 1만6000원 수준이던 M사 주가는 투자 소식이 전해진 당일에만 16% 이상 급등했고, 한때 5만원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구연경 대표의 M사 주식 매수 시점이다. 구연경 대표가 투자 발표 전에 남편으로부터 얻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개인적으로 M사 주식 3만주를 취득했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 제174조는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특정 증권 등의 매매·거래에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시민단체 민생경제연구소는 윤관 대표가 BRV캐피탈매니지먼트 대표 지위에서 자신이 직접 투자를 결정한 M사의 주가 상승을 예견, 구연경 대표에게 주식을 매수하도록 했고, 구연경 대표가 이를 받아들여 사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M사 주식을 매수했다고 보고 있다.

연구소는 지난 10일 서울남부지검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구연경·윤관 부부가 자본시장의 핵심인 공정성과 투명성을 유린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구연경 대표의 M사 주식 기부 시도에 대해선 "주식 보유 사실을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