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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서 사라진 청년들…이들이 기피하는 이유는?
입력: 2024.07.17 00:01 / 수정: 2024.07.17 00:01

청년층 건설기술인·건설기능인 현장 이탈
산업재해 사망자 수 1위 건설업, 제조업에 비해 2배 높아


청년들이 건설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첫 일자리 산업으로 건설업을 선택한 청년층은 전체 산업군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더팩트 DB
청년들이 건설업 취업을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첫 일자리 산업으로 건설업을 선택한 청년층은 전체 산업군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국내 건설현장에서 MZ세대(밀레니엄+Z)들이 사라지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수 812명 중 건설업 사망자 수가 35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제조업 사망자 수(165명)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젊은 건설기술인들이 이탈한 자리에는 고령층 노동자들로 메워지고 있다. 외국인 비중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년층 인력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업계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될 것이라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지난 4월 발간한 '건설기술인 동향 브리핑'(제13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건설기술인 98만6786명 중 20·30대는 16만3738명(16.5%)에 그쳤다. 40대까지 포함해도 절반(45.7%)을 넘지 못한다. 반면 50·60대 건설기술인 수(53만4261명)는 전체 54.1%였다. 2022년과 지난해만 비교하면 30·40대는 줄었고 50대 이상은 늘었다.

건설기능인 평균 연령(올해 5월 기준)도 50대를 넘어섰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기능인 평균 연령은 51.1세다. 연령별로 보면 40대 이상 비중이 80.7%, 20·30대는 각각 6.0%% 11.3%였다. 청년층 건설기술인·건설기능인 모두 현장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4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종학교 졸업자 중 취업자는 307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4000명 줄었다. 건설업만으로 보면 올해 5월 기준 청년층 취업자는 13만1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8000명보다 3만7000명 줄었다. 졸업 후 첫 일자리 산업으로 건설업을 선택한 청년층도 도매·소매업, 교육 서비스업 등 총 10개 산업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들이 건설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위험성과 관련이 깊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 건설기술인의 진로 희망 실태분석·이미지 개선방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건설업의 부정적 호감도 원인으로 부실공사·안전사고 등을 많이 유발하는 일, 뇌물·비자금 등과 같은 비리가 많이 발생하는 일 등을 꼽았다. 다른 산업에 비해 위험한 일, 환경파괴를 많이 유발하는 일 등도 뒤를 이었다.

건설 관련 학과 학생들의 건설 분야 취업·대학원 진학 희망 비율은 각각 22%, 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은 "현재 대학생들의 건설산업에 대한 기피 현상은 향후 건설기술인의 인력수급이 불투명할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은 힘들고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실제 위험한 업종이기도 하다"며 "건설업 특성상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청년층에서 기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건설현장에서 내국인보다 외국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에도 저출생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건설현장에서 내국인보다 외국인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향후에도 저출생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외국인 비중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더팩트 DB

◆ 청년층 떠난 자리…외국인 유입

건설업에 대한 청년층 기피현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 비중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분기별 퇴직공제 피공제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 기준) 건설현장의 외국인 비중은 16.2%로 전년 같은 기간(15.4%)보다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 수 역시 지난 2021년 3월 9만4567명에서 올해 3월 11만8735명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 수는 저출생·고령화 문제가 이어짐에 따라 지속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현장 근로자 대다수가 외국인이다. 젊은 내국인은 사실상 없다"며 "외국인이 건설현장에 유입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건설업 인력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오치돈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한국건설경제산업학회가 지난 11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개최한 '건설산업 위기진단과 대응전략' 세미나에 발제자로 나서 건설업 인력난의 원인을 소개했다.

오 연구실장은 청년층 인력 유입 저하와 노동 인력 고령화, 기술인력의 낮은 글로벌 경쟁력, 첨단기술의 활용 역량과 전문 인력 부족,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을 꼽았다. 오 연구실장은 "과거 인력 부족은 급증한 공사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발생했지만 현재는 시장 침체 속 청년층이 시장으로 유입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 실장은 건설 기술인재의 육성·양성을 위한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건설 인력 관련 제도·정책업무를 담당하는 부처 내 전담부서를 신설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업은 이른바 '피플 비즈니스'라고 할 정도로 산업의 경쟁력이 인력이다"며 "산업 내 청년층 유입 감소는 생산성 저하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 시설물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자체가 이들을 유인하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직업으로서의 비전 제시와 함께 일자리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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