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세금 불복' 4차 변론
체류 일수 외 거주 목적 '국내 자산'도 주목
서울행정법원은 27일 오후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가 강남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4차 변론기일을 연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는 국내 비거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123억원의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기 위해 앞서 윤관 대표가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4차 변론기일이 27일 열리는 가운데, 윤관 대표가 수억원짜리 서울의 모 호텔 회원권을 보유했던 것과 미국에서 국내로 럭셔리카 여러 대를 반입한 사실 등이 이번 소송에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관 대표의 주된 생활 영역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이 상당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 재판부는 이날 오후 윤관 대표(원고)가 강남세무서장(피고)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의 네 번째 변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당초 해당 재판은 지난달 30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자료를 검토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윤관 대표 측 요청에 따라 기일이 미뤄졌다.
윤관 대표는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사위로 알려졌다가 최근에는 잇단 송사와 각종 의혹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는 윤관 대표가 벌이고 있는 소송 중 가장 주목도 높은 소송이다. 윤관 대표가 과거 과테말라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이었고,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립 초기에 투자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투자 업계 실력자로 통한다는 등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LG가(家) 맏사위에 대한 인물 정보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소송이다.
현재 윤관 대표는 미국 시민권을 가진 상태다. 자신이 미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며, 국내 거주자도 아니라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윤관 대표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다. 2016~2020년 윤관 대표가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했다고 본 과세당국이 종합소득세 123억7758만원을 청구했지만, 윤관 대표는 조세심판원에 불복 심판 청구를 제기했고, 여기에서도 기각 결정이 나오자 소송전을 시작했다.
과세당국은 윤관 대표가 국내에 거주할 목적의 직업을 갖고, 상당한 자산을 형성했기에 국내 거주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뉴시스 |
쟁점은 윤관 대표의 국내 체류 기간이다. 외국인이더라도 체류 일수가 183일이 넘으면 국내 거주자에 해당돼 소득세법에 따라 납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국내 체류 일수만큼이나 '국내 자산' 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자산 유무 등 생활 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다. 그간 "경제적 밀접성을 미국에 두고 있다"고 주장해 온 윤관 대표 입장에서는 국내 거주 목적성을 띠는 자산이 많을수록 재판에서 불리한 셈이다.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윤관 대표의 국내 보유 자산은 대표적으로 호텔 회원권이 있다. 국내에 살지 않으면 불필요한 서울 중구에 있는 한 특급 호텔의 회원권으로, 가격은 1억원부터 5억원까지다. 해당 호텔은 레스토랑, 수영장, 피트니스 등 초호화 시설을 자랑한다. 윤관 대표의 경우 2019년 기준 3억원대 회원권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관 대표가 회원권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 내용에 따라 증거의 무게감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유력 정치인이 재산을 신고할 때 종종 거론되는 해당 호텔은 최상위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모임 장소로도 유명하다. 알려진 대로 윤관 대표가 국내에 있을 때 아내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자녀들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택에 머무르며, 호텔 회원권을 부가 시설 이용 및 모임 장소 확보 차원에서 주로 활용했다면 한국을 '단순 출장지'가 아닌 주된 생활 영역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만약 이곳에서 업무 미팅이 있었다면 '직업 활동 수행'으로도 볼 수 있어 이 역시 재판에서 불리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현재 윤관 대표는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에 벤처투자사 BRV의 사무실을 두고 있기도 하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한국에 살지 않으면 수억원짜리 회원권을 살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회원제 호텔은 많지 않은데, 남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재계 인사들이 주로 찾는다. 회원들은 정재계 인사들을 비롯해 연예인들도 있다"며 "이들은 (호텔을) 보통 비즈니스 미팅 장소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윤관 대표가 소유한 고가의 차량 중 3대는 모친 명의로 등록됐다. 사진은 윤관 대표가 20억원대 전세 계약을 맺은 서울 논현동의 한 고급 빌라로, 현재 윤관 대표의 모친이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팩트 DB |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관 대표는 가족 모두 국내에 살고 있어 항구적 주거지를 국내로 볼 수 있는데, 여기에 상당한 국내 자산을 형성, 호화 생활을 하고 직장 생활도 한다면 자신이 '국내 비거주자'이고 '한국은 여러 출장지 중 하나'라는 윤관 대표의 주장에 다소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윤관 대표가 국내를 중심으로 호화 생활을 했다는 근거로는 고가의 차량 여러 대를 소유한 점도 꼽힌다. 5대 이상의 럭셔리카 모두 자신이 아닌 가족·지인 명의로 등록했지만, 과세당국은 이 차량의 실소유주를 윤관 대표로 보고 있다. 더구나 윤관 대표는 벤츠 스프린터, 벤틀리 뮬산, 롤스로이스 고스트 등 미국에서 구입한 차량 3대를 국내에 반입했다. '국내 거주 목적이 없다면 차량을 반입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처분청인 강남세무서는 "윤관 대표가 차량을 국내에 반입한 2013년과 2014년은 윤관 대표가 가족과 함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로 들어온 시기와도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윤관 대표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차량 반입 사실이 거론되더라도 '국내 거주 목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처분청에도 '미국에서 구입하는 게 더 저렴한 데다, 지인의 부탁으로 반입해 증여한 차량'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윤관 대표는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외에도 삼부토건 오너 3세인 조창연 씨와 대여금 청구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윤관 대표가 조창연 씨로부터 빌린 돈 2억원을 갚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또 아내 구연경 대표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취득했다는 의혹으로 금감원 조사를 받고 있는 것도 윤관 대표와 관련이 있다. 구연경 대표가 주식을 산 바이오 업체 A사는 윤관 대표가 지난해 5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한 곳으로, 호재성 투자 발표 당일 주가가 16% 넘게 급등했다. 윤관 대표와 구연경 대표는 주식 취득 시점 등 이번 의혹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