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히딩크 닮아 믿을만해…혼이 담긴 구라' 등 리포트 내용 지적
증권가 표현의 자유 시각도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에서 작성한 리포트들이 특정 표현이나 작성자, 시기 등에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를 돕기 위해 증권사에서 발간하는 리포트가 논란이 일고 있다. 관상을 기반으로 한 리포트를 연이어 작성해 비난을 받는가 하면, 애널리스트가 2년 동안 단 한 건의 리포트가 없던 기업의 사내이사로 이동하면서 후배로 하여금 리포트를 작성하게 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가 리포트 논란은 지난 5일 A 증권사의 한 연구원이 시황 분석 보고서에 관상을 투자 근거로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연구원은 '영일만 친구'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빠른 속도의 피드백과 히딩크를 닮은 관상으로 사기꾼이 아닐 확률이 상승(했다)"고 썼다. A 증권사 연구원으로부터 '히딩크 닮은꼴'로 언급된 이는 당시 한국을 찾은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로, 미국 시추 자문업체 액트지오사에 대한 긍정 평가를 근거로 활용됐다.
여기에 17일 B 증권사에서 이를 겨냥한 듯 '혼이 담긴 구라보다는 관상이 낫다'는 제목의 리포트가 올라와 논란이 가중됐다.
해당 증권사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B 증권사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립금리와 잠재성장률, 텀프리미엄, 필립스 곡선 등은 혼이 담긴 구라"라며 "필자는 시장이 오매불망 중요시하는 고용지표보다는 '히딩크 관상 분석'을 솔직히 더 신뢰한다. 관상은 과학인 반면 객관을 사칭한 구라는 주술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관상을 언급한 두 리포트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이 와중에 2년간 주가를 횡보하던 코스닥 상장사가 하루 만에 20% 넘게 상승 마감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밸류체인 업체인 이곳이 갑자기 폭발적인 거래량을 기록하고 강세를 띤 배경에 대해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의 상승세와 묶어서 연결했지만, 일각에서는 2022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작성된 증권사의 기업 분석 리포트를 원인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리포트를 작성한 주인공은 C 증권사에서 반도체 분야를 담당한 애널리스트로, 투자의견 '매수'를 비롯해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170% 넘게 오른 4만원으로 제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올해 이 회사의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가 C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이라는 배경이 밝혀지면서 또 논란이 일었다. 심지어 사내이사는 이직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이 상장사에 리포트를 발간한 인물이다. 함께 일했던 선배를 위해 개인적인 인연으로 리포트를 발간했다는 의혹을 산 이유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 고가를 지불한 특정 대상에게만 허용됐던 증권사 리포트가 메신저 등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쉽게 유통되고 있고, 기관이나 외인을 넘어 개인 투자자에게도 투자 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시점에서 투자자들에게 객관성이 떨어지는 의견 등으로 혼동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투자자는 "리포트에 의존해 투자하는 경우도 많고, 실제로 리포트 하나에 주가가 크게 움직이는 게 국내 증시다. 근거 없는 의견으로 리포트를 쓰는 것은 오히려 투자자들을 조롱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증권가에서도 문제가 된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진 하나 독자적인 투자 지표를 제시하고 있는 애널리스트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도 일부분 지켜져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글 잘 쓰는 애널리스트들은 표현이나 비유를 잘 활용해 리포트를 작성하기도 한다. 모든 리포트 내용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를 다 읽어보지도 않고 한 부분만 가지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