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DMO 기업, 글로벌 바이오 행사서 영업 박차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미국의 생물보안법으로 제재를 받을 예정인 중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홍보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뉴욕=AP.뉴시스 |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생물보안법 통과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법안의 통과는 중국 바이오 기업의 퇴출을 의미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초석을 다지고 있다.
1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미국 생물보안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 하원 규칙위원회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생물보안법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포함하지 않았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이 자국민의 건강·유전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바이오기업과 미국 기업 간의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이다. 해당 법안이 실행될 경우 중국 바이오기업은 2032년 1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퇴출 절차를 밟게 된다.
NDAA는 미국의 안보와 국방정책, 국방 예산과 지출을 총괄적으로 다루는 법으로 1961년 제정된 후 매년 미국 의회에서 가결돼 대통령 승인을 받고 있다. 미국 브래드 웬스트럽 하원의원이 생물보안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NDAA 개정안에 생물보안법안을 추가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번 NDAA 개정안에는 빠졌다.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해당 법안은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다른 방안을 통해 법안이 제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은 이미 중국 바이오 기업을 본인의 공급망에서 제외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시작했다"며 "기존 법안의 효력도 2032년 1월 1일까지 유예됐던 만큼 기술적으로 법안 통과가 소폭 지연되는 것이 미·중 바이오 패권 경쟁의 대세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론적으로 생물보안법은 NDAA에 포함되지 않고 단독으로 통과될 수 있고 상원의 NDAA에 포함돼 통과될 수도 있어 법안의 도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 바이오기업들은 중국 CDMO 기업 의존도가 높았다. 미국바이오협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기업 79%가 중국 CDMO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면 다수의 미국 기업이 중국 바이오 CDMO 기업을 대체할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바이오 CDMO 기업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이 나오면서 국내 기업들은 CDMO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CDMO 기업들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4를 시작으로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글로벌 최대 바이오 산업전시회인 바이오USA에 참가해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수주 활동에 나섰다. 앞서 미국 의회에서 생물보안법이 논의되자 중국 CDMO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USA에 불참을 선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USA 전시장 메인 위치에 부스를 설치하고 대규모 생산능력, 높은 품질 등을 앞세워 신규 고객사 유치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
우시바이오로직스의 경쟁사이자 글로벌 2위 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USA 전시장 메인 위치에 부스를 설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대규모 생산능력, 최신 첨단 시설로 인한 높은 품질 등을 앞세워 신규 고객사 유치에 나섰다. 현장을 찾은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기자들에게 "올해 생물보안법 추진 이후 수주 문의가 2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SK그룹의 CDMO 기업인 SK팜테코는 올해 처음으로 바이오USA에 홍보부스를 마련하고 신규 고객 창출에 나섰다. SK팜테코는 불참을 선언한 우시바이오로직스가 기존 선점했던 위치에 단독 부스를 열었다.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첫 단독부스를 마련했다.
이 밖에도 셀트리온, 에스티팜, 롯데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이 바이오USA에서 중국 기업과 거래를 중단하려는 고객사를 대상으로 적극적 수주전을 펼쳤다.
국내 전통 제약사들도 CDMO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지난달 열린 바이오코리아에서 대형 부스를 꾸리고 CDMO 사업을 홍보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바이오코리아 전시부스는 CDMO 비즈니스 홍보를 위주로 진행했으며 바이오USA에도 참석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홍보를 이어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쌓아온 의약품 개발 및 제조 역량과 우수한 설비를 바탕으로 자체 파이프라인(신약 개발 프로젝트) 제조뿐만 아니라 외부 고객사의 의약품 위탁 제조를 통해 사업영역을 다각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CDMO 시장은 기술력이 중요하지만 우선 자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혁신적인 의약품 기술개발은 글로벌 제약회사와 바이오텍에서 수행되고 있지만 바이오의약품 제조에는 대규모의 설비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에 많은 자본이 투입돼야 한다"며 "대형 제약사의 경우에도 다양한 영역에 대해서 모든 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약품의 안정적인 제조와 공급을 위해 제조소의 다변화·유연성 확보가 필요해 CDMO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