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과일 물가지수,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14배↑
할당관세 연장된 외국산, 품질 대비 저렴한 제품 인기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서 과일 가격 지수가 지난해 대비 약 40% 급등한 가운데 저렴한 수입 과일과 못난이 과일 판매량이 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서울시내 한 유통매장 매대에 오렌지·바나나 등 수입 과일이 놓여 있다. /뉴시스 |
[더팩트|우지수 기자] 올해 들어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비교적 값싼 과일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정부 할당관세가 적용돼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수입 과일을 택하거나, 유통 업체들이 판매하는 '못난이 과일(품질을 정상이지만 외관상 투박한 상품)'을 찾아 구매하는 추세다.
지난 4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보다 2.7% 올랐지만, 같은 기간 과일과 채소가 포함된 신선식품 지수는 전년 대비 17.3%만큼 상승했다. 이 중에서도 신선과실(과일) 물가 지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14배 이상 높은 39.5% 급증했다.
국내 과일 가격이 오른 것은 이상기후로 일조량 등이 부족해지자 국민 과일로 불리는 사과, 수박 등 수확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배 물가 상승률은 126.3%로 통계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사과도 80.4%로 크게 올랐다.
과일값은 당분간 우상향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6월호 과일' 보고서에서 이달 후부터 초가을 전까지 배와 사과 출하량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87.1%, 21.3%씩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래지자 값비싼 국내 과일 대신 최근 수입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지난달 수입 과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크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CJ온스타일은 이 기간 체리 329%, 오렌지 196%, 키위 87%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 체리 작황이 양호해 미국산 체리 생산량이 전년보다 늘어났고, 수입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다. 태국산 망고,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도 가격 방어에 성공해 소비자 인기를 끌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잦은 비와 이상 기후로 사과, 수박, 배 등 국내 과일 작황이 부진해지자 수입 과일 수요가 늘고 있다"며 "초가을 햇과일 출하 전까지 신선과실 물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일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송을 지속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CJ프레시웨이 경우 식품 유통 전문 브랜드 '이츠웰'의 올해 1~5월 수입 냉동 블루베리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27% 증가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난해 기업 간 거래로 운영했던 블루베리 사업 범위를 소비자까지 확대했다. 이 전략이 수입 과일 수요와 맞아떨어져 판매가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 28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올해 하반기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 수입 과일을 판매량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 세금이 더 늘지 않아 당분간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서민생활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며 "모든 부처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물가 안정 노력을 배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8일 서울 동작구 할인마트 과일 코너를 방문한 소비자가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우지수 기자 |
품질은 괜찮지만 외관상 상품성이 떨어져 값싸게 판매하는 일명 '못난이 과일'도 인기다. 백화점, 홈쇼핑 등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는 못난이 과일은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신세계백화점은 명동 본점과 강남점 신세계푸드마켓 도곡 등 10개 점포에서 16일까지 '언프리티 프레시' 행사한다. 애플수박, 머스크멜론, 자두 등 품목을 일반 상품보다 최대 70% 할인한 가격으로 팔아 주머니 사정에 민감한 소비자를 공략하고 나섰다.
NS홈쇼핑은 지난 2022년부터 못난이 과일을 따로 모아 판매했다. 지난해 이 회사가 1년간 취급한 못난이 상품 금액은 약 100억원으로 전년(2022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고, 올해 더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못난이 상품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235% 증가했다고 NS홈쇼핑 측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가 길어지면 가격이 싼 상품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판매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갖는 상품군을 늘린다면 고객을 더 유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입 과일, 못난이 과일을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것은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백화점, 대형마트의 마감 세일과 전시(디스플레이)된 상품처럼 합리적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고물가가 길어질수록 가격 마케팅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index@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