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1호' 타이틀에도 중복·핵심 지표 부재 비판
업계 일각 "실천이 더 중요"
지난달 28일 키움증권이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업계의 지적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라진 기자] 키움증권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가운데 일각에서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기업가지 제고 계획 밝혔지만···지난 3월 공시와 중복
키움증권은 지난달 28일 정부가 추진 중인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KIND)에 공시했다. 이는 상장사 중 첫 자율 공시로, 키움증권은 '밸류업 공시 1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이 같은 타이틀에도 키움증권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일부 지적을 받고 있다. 키움증권이 지난 3월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고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핵심 내용인 주주자본비용(COE), 총주주수익률(TSR), 비재무지표 등도 담기지 않았다.
키움증권은 공시를 통해 3개년 중기 목표로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주주환원율 30% 이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해당 주주환원율 목표 달성을 위해 기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신규 사업 진출 계획으로 △초대형 IB 인가를 통한 발행어음 비즈니스 진출 △연금사업 신규 진출로 고객 기반 확장 △올해 중 싱가포르 자산운용사 라이선스 취득·안착 등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3개년 중기 목표에서 제시된 ROE와 주주환원율 달성 목표 내용은 키움증권이 지난 3월 공시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내용과 동일하다.
또한 자사주 소각 계획도 지난 3월 공시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내용과 같다. 키움증권은 기취득 자기주식 보통주 209만5345주를 올해부터 2026년까지 매년 3월 3분의 1씩 소각한다고 공시한 바 있다.
아울러 초대형 IB 인가 계획도 키움증권이 수년째 추진 중인 사업이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라덕연 사태'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잠정 중단됐으나 이미 추진 중인 사업으로 새로운 게 없다는 평가다.
연금사업 진출과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 계획도 주주총회 등을 통해 주주들에게 이미 전파된 내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 COE·TSR 등 핵심 재무지표 빠져
키움증권은 정부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 비재무지표 등을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자기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은 주주의 수익률과 직결되는 재무지표다.
한국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은 '현황 진단' 섹션에 재무지표와 함께 비재무지표를 기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원인이자 대표적 비재무적 요소인 '지배구조'의 경우, △일반주주 권익 제고 △이사회 책임성 △감사 독립성 등을 위한 구체적 지표를 선정·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키움증권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이튿날 업계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29일 "키움증권의 밸류업 계획은 세부사항이 많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며 'C학점'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대부분이 지난 3월 키움증권이 밝힌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중복된다"며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이 빠진 것도 유감"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난 3월에 공시했다시피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주주 중심 경영을 위해 노력해왔다. 따라서 신속하게 공시할 수 있었고, 이번 밸류업 공시에 중복된 내용이 있다는 지적엔 그 전부터 고민하고 판단 내린 내용이기에 숫자가 바뀔 순 없다"며 "3월의 공정공시를 보완하고 세부 내역도 첨부했다"고 반박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키움증권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의 이번 밸류업 공시는 지난 3월 13일 공시한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구체화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주가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업계 일각 "공시 내용은 기업의 자율"
다만 증권 업계 일각에선 업계의 지적을 두고 '상장사 중 첫 공시로 의미가 있다', '내용보단 실천이 더 중요하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 내용보단 꾸준한 실천이 더 중요하다"며 "밸류업 공시의 내용은 회사의 자율인 데다 키움증권이 처음 공시했다는 것에 더 의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모든 증권사들이 내부적으로 밸류업 공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첫 타자로 공시하니 투자자와 대중에게 기준점을 제시해 줬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지적에 대해선 다른 기업들이 반면교사 삼아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키움증권의 주주들은 종목 게시판 등을 통해 긍정·부정을 아우른 다양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주주는 "PBR 1배 이상 달성 목표에 대한 기대감에 투자하겠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반면 다른 주주는 "'밸류업 공시 1호' 타이틀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