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동해 가스전 인근, 가능성은 있어…결과는 시추해 봐야"
윤석열 대통령은 3일 국정브리핑을 열고 "동해 가스전 주변에 최근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고 유수의 연구기관과 전문가 검증을 거쳤다"고 밝혔다. /뉴시스 |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배럴(bbl·1배럴은 약 158.9ℓ) 규모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도 대통령이 해당 지역에 가스와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조사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경제성이 있다는 유의미한 결과는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동해 가스전 주변에 최근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 검증을 거쳤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이날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 추진' 백브리핑을 통해 석유공사가 영일만 인근 심해에서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높은 수준 확률을 확인했고, 미국 기술평가 전문업체 액트지오가 동해 심해 평가를 벌였다고 설명했다.
액트지오 심층 분석 결과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 석유·가스가 부존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매장 예상 자원은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되며 각각 우리나라가 최대 29년, 4년 가까이 쓸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석유·가스전 성공 확률은 20%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5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포항 영일만 인근에 시추공 3개를 뚫다가 2공구에서 드럼통 한 개 분량의 검은 액체를 발견한 바 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이듬해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영일만 부근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나왔다"고 직접 말했다.
그러나 원유라고 청와대에 보고된 물질은 이후 경유로 확인됐다. 발견 지점 인근에서 원유로 추정할 수 있는 물질이 발견되지도 않았다. 결국 시추 작업이 중단되면서 박 대통령의 "영일만 석유" 발언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6년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영일만 부근에서 처음으로 석유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성분은 원유가 아닌 정유 과정을 거친 경유로 파악됐다. /배정한 기자 |
이후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양질의 가스층이 발견됐다. 이듬해 평가 시추에서는 경제성이 최종 확인됐다. 당시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 컨소시엄이 설비공사를 수주했고 2002년 착공에 나섰다.
동해 가스전은 2004년 11월 상업생산을 시작해 4500만배럴 가스를 생산하고 2021년 매장량 고갈로 문을 닫았다. 동해 가스전은 한국이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당시 천연가스와 초경질유 24억달러 수입 대체 효과를 냈다.
윤 대통령은 동해 가스전보다 훨씬 많은 140억배럴 천연가스와 석유가 영일만 인근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연말까지 1차 탐사 시추에 착수한다. 심해 해저에 1개 시추 구멍을 뚫는 데 약 1000억원이 든다.
정부 관계자는 "탐사 기술 자체가 과거보다 많이 올라왔다. 다만 국내는 탐사 결과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과 기술이 부족하다"며 "이전부터 자료를 축적했는데 최근에 자료 분석이 이뤄졌다. 자료를 심층 분석한 결과 생각보다 성공률이 높게 나와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석유 사업 개발 절차는 광구 취득→탐사→개발→생산으로 진행된다. 이번 탐사 시추는 탐사에서 지표지질 조사, 물리탐사, 탐사 시추, 평가 시추 중 3번째 단계다. 정부는 물리 탐사를 벌인 뒤 심해 '석유 집'으로 불리는 유망구조에서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인근에 동해 가스전이 있었던 만큼 석유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만 구체적으로 탐사 시추를 벌여야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유망구조에서 석유가 집적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현동 인하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프런티어(신규) 지역은 10% 미만이지만, 이번 확률은 20%라고 한다면 평균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시추를 해서 결과를 통해 부존 여부를 확인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