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시장 2030년 1000억달러대로 성장
세계비만연맹 "2035년 비만환자 40억명 이상"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는 비만치료제 '삭센다' 판매가 급증하면서 1분기 매출 12조85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서다빈 기자] 전 세계적으로 비만 환자가 증가하면서 비만 치료제를 판매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1분기 실적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비만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치료제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비만 치료제 시장 진출을 선언한 국내 제약사들의 개발 현황이 주목받고 있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를 개발한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1분기 매출 87억7000만달러(약 12조1175억원) 영업이익 26억달러(약 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1분기 매출은 55억달러(약 7조5700억원)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삭센다와 위고비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터줏대감이 된 노보노디스크는 1분기 매출이 93억9700만 달러(약 12조85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45억7600만달러(약 6조2600억원)로 30% 증가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기존 시장에 나와있는 비만치료제에 차별화된 요소를 더하거나 새로운 신약 물질을 연구개발하는 등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한미약품은 비만 프로젝트 'H.O.P(Hanmi Obesity Pipeline)'를 실행하며 비만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제약사 중 하나다.
한미약품은 기존 비만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요요 현상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을 개발 중이다. 한미약품의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HM15275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제제 사용시 나타날 수 있는 근육량 손실을 방지하고 체중감량의 퀄리티를 개선한 신약이다.
한미약품은 이 밖에도 GLP-1 계열 약물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중에 있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2026년 상반기 임상 3상을 마무리하고 3년 내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울러 회사는 비만 치료 전 주기에 걸쳐 도움을 줄 수 있는 맞춤형 치료제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기존 비만약과 다른 제형으로 비만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도 있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인 비만약은 피하주사 제형이 다수인 반면, 국내 제약사들은 기존 형태보다 투약성을 높인 알약형과 패치형의 비만약을 개발중에 있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섭취가 가능한 캡슐 형태의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으며, 대웅제약과 대원제약은 마이크로미터(㎛)두께의 바늘을 패치에 붙여 피부로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이용한 패치형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1㎛는 100만분의 1미터(m)로 아주 미세한 크기다.
HK이노엔도 비만 치료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HK이노엔은 중국 바이오 기업 사위윈드바이사이언스로부터 3세대 GLP-1유사체 비만치료제를 도입했다. HK이노엔이 도입한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주 1회 투여하는 주사제로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중이다. HK이노엔은 이번 계약을 통해 에크노클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게 됐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를 위해 인기 비만 치료제의 특허 만료를 기다리고 있는 제약사도 있다. 삼천당제약과 한국미엔씨는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올해 특허가 만료되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의 복제약 개발을 검토중에 있다. 이 밖에도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비만약 후보물질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비만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복부 비만이 원인인 대사증후군 유병률 또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비만연맹에서는 2035년 세계 인구의 절반인 40억명 이상이 비만이나 과체중으로 분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심장대사증후군학회에 따르면 대사 증후군 환자가 농촌지역에서도 증가하고 있으며 남녀노소 관계 없이 늘고 있어 예방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60억달러(약 7조원) 규모에서 2030년 1000억달러(약 131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GLP-1 수용체 작용기가 당뇨를 넘어서 비만치료제로 정식 승인되면서 본격적인 비만치료제 시장이 개화됐다"며 "전 세계적으로 비만치료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제약회사들도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에 비만 치료제 추가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만이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만큼 제약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며 "비만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다수의 제약사가 관련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데 기존 치료제 대비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bongou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