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주, 최근 코스피 상승률 크게 웃돌며 강세
5월 2일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 후 주가 향방 관심
투자자들은 내달 2일 정부의 밸류업 가이드라인 발표를 이틀 앞두고 최근 들썩인 국내 금융주들의 주가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주가가 최근 급격히 요동친 금융주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가이드라인 발표(5월 2일)를 앞두고 다시 주춤하고 있다. 올 초부터 대표적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로 꼽히면서 밸류업 관련 이슈마다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한 만큼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사로 구성된 KRX300 금융 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 두 달 만에 코스피 2600선이 붕괴한 4월 17일 대비 13.28% 올랐다. 같은 기간 KRX 은행(13.77%), KRX 증권(8.24%) KRX 보험(11.48%) 등 주요 거래소 금융 지수들도 동반 상승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이 3.99%임을 고려하면 크게 오른 수치다.
종목별로는 '금융 대장주' KB금융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29일 KB금융은 지난 17일 대비 주가가 무려 21.39% 올랐다. 신한지주(15.53%), 하나금융지주(14.14%), 우리금융지주(7.74%)도 같은 기간 크게 뛰면서 강세 기조를 증명했다.
금융 관련 지수와 종목들의 강세는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를 포함한 금융사들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배상에 대한 막대한 손실이 예고된 영향으로 주가가 크게 내렸으나, 뚜껑을 열어 보니 보통주 자본 비율이 전 분기 대비 0.2%포인트 하락에 그쳤고 1분기 실적 또한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주가 부양에 대한 기대감을 재차 확인한 결과로 풀이된다.
금융사들이 이 기간 내놓은 주주환원책도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모양새다. 배당 정책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책을 발표한 다음 날 하루 만에 주가가 9.66% 뛴 KB금융이 대표적이다. KB금융은 지난 25일 주당 현금배당금을 분기별 3000억원, 연간 1조2000억원 규모 기준으로 산정하는 새로운 배당정책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등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내달 2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를 열고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한림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도 당초 밸류업 수혜주로 주목받던 금융주의 반등에 힘을 보탰다. 최 부총리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정부서울청사 화상으로 연결된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주주 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고 배당 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선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중장기적 추진이 중요하다고 언급하면서 밸류업 관련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며 "대부분의 은행주 실적이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하고 밸류업 기대감이 다시 커지자, 기존 밸류업 주도주들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높은 주가 변동 폭을 나타낸 금융주들이 상승 동력을 얻고 단기 급등세를 보였으나 막상 밸류업 계획 발표 직후 또다시 주저앉을 수도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매물 소화 국면에 진입해 단기적 급락세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정부가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로 직전 거래일인 30일장에서는 일제히 파란불을 켜면서 약보합세를 그리고 있다. 밸류업 발표 목전에서 관망세에 접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30일 오후 1시 48분 기준 KRX300 금융(-0.32%), KRX 은행(-0.29%), KRX 증권(-0.03%), KRX 보험(-0.59%), KB금융(-0.39%), 하나금융지주(-0.84%), 삼성생명(-0.45%), 메리츠금융지주(-1.60%) 등이 소폭 하락 중이다.
최 연구원은 "내용은 그동안 시장에서 예상됐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듯하다. 결국은 세제 개편 등 실제 실현 가능성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며 "밸류업 기대감이 주가에 상당폭 반영된 만큼 5월 2일 발표로 단기에 주가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