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액 절반 중동發
이란-이스라엘 충돌 예의주시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해외건설 수주 지역인 중동에서의 사업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 AP.뉴시스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국내 주택 시장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 사업에서 활로를 찾으려던 건설업계가 재차 악재를 맞았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내 건설사들의 주요 해외건설 수주 지역인 중동에서의 사업 위험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23일 해외건설협회의 '해외건설 수주실적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건설 수주액은 55억2000만달러(약 7조645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줄었다. 1분기 수주액을 기준으로는 2019년 49억달러를 기록한 후 5년 만에 최저치다.
해외건설협회는 "국제 경제 저성장과 불확실성에도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우디와 카타르 산업 설비(18억달러)와 미국 배터리 공장(13억달러) 수주에 성공했다"면서도 "1분기 수주를 기대한 사우디와 투르크메니스탄, 오만 등의 사업은 2분기로 이월돼 수주액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간)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하자, 13일 무인기와 미사일 등을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사상 첫 보복 공격에 나섰다. 미국과 주요 동맹국들은 확전을 우려하며 이스라엘의 추가적인 보복에 반대했다. 그러나 결국 이스라엘은 18일 이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보복할 경우 다시 공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건설업계는 지난 18일 이스라엘 미사일이 이란의 한 시설을 타격하자 중동 지역의 지사를 통해 피해 현황 파악에 나섰다. 현재까지 우리 기업이 받은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에 진출해 있는 국내 건설사는 모두 87곳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비상대응반을 꾸려 현지 국내 업체의 안전을 확인 중이다. 국내 건설사는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 국가에선 특이 사항이 없었지만, 이란에 지사가 설립된 한 건설사의 경우 안전을 위해 직원 일시 귀국을 결정했다. 이스라엘에는 10여 명의 건설업계 직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 중부에서 13일(현지 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아이언돔 방공시스템이 발사되고 있다. /AP.뉴시스 |
다만 건설업계 이번 충돌이 확전될 경우 기존 공사와 신규 수주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로 원유 가격이 올라 건설 원자재 가격 줄인상을 낳을 수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은 국내 업계가 다수 진출한 국가는 아니지만 전쟁이 일어날 경우 사우디와 UAE 등 중동 전체에서 사업 수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에서 전쟁 리스크가 재차 번지면서 해외수주 시장 확대 전략에 대한 수정 논의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액 절반가량이 나오는 텃밭이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보면 국내 총 183개의 건설사의 올해 1분기 중동 지역 수주액은 24억달러로 전체의 44%를 차지했다. 카타르 알 샤힌 유전 고정식 해상플랫폼(11억5000만달러), 사우디SEPC에틸렌 플랜트(5억달러), 오만 마나1 태양광 발전(1억3000만달러), UAE 크릭워터스 주택(2건·2억2000만달러) 등을 수주해 전년 대비 93.3% 증가했다.
국내 주택 시장 침체로 수익성 악화를 이어가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오일머니를 토대로 한 중동 지역의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과 이스라엘 무력 충돌로 리스크가 커지면서 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동 건설 시장은 글로벌 유가 전망 하락에 따르는 보수적인 정부 재정지출 전망, 이스라엘발 전쟁 위험, 미국 대선 등의 정치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며 "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사업 발주 여력은 관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wisdo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