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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역사 유적지 산재한 '제주', 소유주·지자체 선택은?
입력: 2024.04.07 00:00 / 수정: 2024.04.07 00:00

"내 땅이 문화재?" 상속권자 일부, 무상 소유권 이전
제주도, 개인·법인 소유 부지 확보 등 보존책 모색


제주시 화북일동 곤을동 마을은 제주 4·3 당시 토벌대가 폐촌 시킨 유적지다. 현재 4·3 유적지 곤을동이라는 표지판 외에 방문객이 곤을동을 알아볼 수 있는 시설물은 없다. /제주=최지혜 기자
제주시 화북일동 '곤을동 마을'은 제주 4·3 당시 토벌대가 폐촌 시킨 유적지다. 현재 '4·3 유적지 곤을동'이라는 표지판 외에 방문객이 곤을동을 알아볼 수 있는 시설물은 없다. /제주=최지혜 기자

[더팩트ㅣ제주=최지혜 기자] 갑작스레 상속받게 된 토지나 건물이 문화재라면 어떨까. 통상 정부나 지자체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시설물 등을 문화재로 지정하게 되면 소유권이 국가에 넘어가게 된다. 그러나 문화재를 개인이나 단체가 소유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보존 가치는 있지만, 정부가 지정하지 않아 '비지정문화재'로 분류된 경우다.

이 경우 비지정문화재 보존을 위해 정부가 토지나 건물 매입을 추진하게 된다. 다만 한정된 예산으로 부지를 매입하지 못한 비지정문화재는 보존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근현대 역사와 관련해 비지정문화재가 산재한 제주도는 다양한 방법으로 유적지 보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 전역에 분포한 유적지는 802곳가량으로 집계된다. 이들 유적지가 모두 문화재의 요건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도는 역사성·훼손성·보존성·접근성 등을 고려해 유적지를 선정하고 있다. 다만 이 가운데 75%가 사유지에 들어서 있어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테면 제주도 제주시 한림읍 '진아영 할머니 삶터'는 무상 소유권 이전을 계기로 보존이 이뤄지고 있다. 해당 문화재는 제주 4·3 당시 총격으로 다친 아래턱을 평생 하얀 무명천으로 가리고 생활했던 진아영 할머니의 실제 집터다. 진 할머니는 제주 4·3사건이 발생한 1949년 1월 한경면 판포리에서 벌어진 토벌대의 총격으로 아래턱을 잃었다. 이후 진 할머니는 아래턱을 무명천으로 가려 '무명천 할머니'로 불렸다.

진아영 할머니가 별세한 뒤 제주도와 시민단체들은 이곳이 역사 교육 현장으로 남을 수 있도록 보존하고자 부지 확보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직계존속이 없는 진 할머니의 민법상 공동 상속권자들을 찾았다. 총 17명의 상속권자들은 제주도에 삶터의 소유권을 무상으로 넘기기로 했다. 이에 지난해 2월 소유권이 제주도에 최종 귀속되면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게 됐다.

제주도는 진아영 할머니 삶터의 공동 상속권자 17명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제주 진아영 할머니 삶터 모습. /제주=최지혜 기자
제주도는 '진아영 할머니 삶터'의 공동 상속권자 17명으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제주 진아영 할머니 삶터 모습. /제주=최지혜 기자

진아영 할머니 삶터는 토지 93㎡, 건물 18.36㎡ 규모다. 실제 생활했던 방 한 개와 부엌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마당에는 제주도와 시민단체가 방문자들을 위해 보존 가치를 알리는 표지 등을 설치해 뒀다.

법인이 소유하던 토지를 매입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22년 제주도가 이화학당으로부터 매입한 '다랑쉬굴(제주 4·3 유적지)' 일대 2만5124㎡ 부지다. 이곳은 4·3 당시 학살된 유해가 발견된 장소다. 지난 1992년 종달리와 하도리 주민 11명의 유해가 나왔다. 이들은 1948년 12월 18일 군·경·민 합동 토벌로 희생된 민간인이다.

도는 다랑쉬굴의 진입로와 주차장을 조성하고 있다. 위령·추모 공간도 마련될 예정이다. 현재는 안내판 외에 별도의 시설물이 없는 상태다.

아직 민간 소유의 부지로 남아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유적지도 있다. 현재 사유지 매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존이 불확실한 '곤을동 마을'이 대표적이다.

제주시 화북일동 '곤을동 마을'은 4·3 당시 토벌대가 폐촌 시킨 '잃어버린 마을'이다. 당시 토벌대가 불을 붙여 마을 전체의 초가가 타 사라졌다. 현재는 집집마다 세웠던 낮은 돌담들이 당시 마을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4·3 유적지 곤을동'이라는 표지판 외에 방문객이 곤을동을 알아볼 수 있는 시설물이 없다. 제주도는 곤을동 마을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토지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체 유적지의 약 60%에 해당하는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사유지에 있는 유적들을 전부 매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토지 매입을 포함해 개발부서와 협력해 유적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거나 유적지를 피해 개발을 추진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호진 제주4·3기념사업위 집행위원장은 "사유지를 넘겨받아 지자체의 관리가 가능하게 된 사례들도 있지만 곤을동 마을을 비롯해 성산일출봉 근방의 '성산동국민학교 옛터(서북청년회 특별중대 옛터)'와 국방부 소유의 군사시설 유적 '알뜨르비행장' 등 보존 가치가 있는데도 매입 예산 부족으로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며 "제주에는 일제강점기와 4·3 등 역사적 흔적이 많은 만큼 소유주와의 협의, 예산 확대 등을 통한 유적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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