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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가 미래다①] 환경·사회·지배구조는 왜 기업 평가 기준이 됐나
입력: 2024.04.01 00:00 / 수정: 2024.04.01 00:00

재무재표, 사업보고서 외 경영 성과 보이는 비재무적 지표
선택 아닌 필수…금융위원회, 이달 중 공시 기준 초안 발표


기업 비재무적 경영 지표를 나타내는 ESG 경영을 챙기는 기업이 점차 늘면서 투자자, 소비자의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용무 기자
기업 비재무적 경영 지표를 나타내는 ESG 경영을 챙기는 기업이 점차 늘면서 투자자, 소비자의 관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정용무 기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2004년 거론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기업들은 제도 정비와 투자로 ESG 정면 돌파에 나섰다. ESG 공시 의무화를 앞둔 만큼 ESG의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왔다는 평가다. 이 태풍 속 ESG 주도권을 쥐고 선도하는 곳은 어디일까. 아울러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 <더팩트>가 ESG 현주소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ESG'는 세계가 코로나19에 앓고 있을 때 혜성처럼 경제계를 휩쓴 세 글자다. 해외에서 시작했지만 글로벌 사업 진출이 중요해지면서 한국에서도 그 관심이 급속도로 커졌다. ESG 경영이 기업 평가, 나아가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일부 기업은 매년 ESG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 흐름에 발맞춰 기업 ESG 경영 의무 공시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기업의 필수 덕목, 투자의 핵심 가치로 떠오르는 ESG 경영은 무엇일까.

ESG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이어나가기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다. 기업이 사업을 미래 세대에게 지속해서 이어줄 수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비재무적 지표로 활용된다. 매출액, 영업이익으로는 보이지 않는 기업 경영 성과를 설명할 수 있다. ESG는 지난 2004년 유엔 글로벌 콤팩트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처음 쓰였고 지금은 대중에게 친숙한 단어가 됐다.

ESG 경영은 글로벌 투자 시장이 먼저 강조하고 나섰다. 팬데믹이 시작한 지난 2020년부터 블랙록,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미국 대형 투자사들이 기업 투자 근거에 ESG 지표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 경영자가 지난 2020년 초 세계 투자자들과 기업 CEO들에게 기업 ESG 경영성과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서한을 보낸 뒤로는 경제계가 ESG를 한층 더 주목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21년 공개한 'K-ESG 가이드라인'에서 국내 기업이 ESG 경영에서 신경 써야하는 항목을 정리했다. ESG 경영 세부 요소를 들여다보면 환경 부문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탄소 저감, 폐기물 배출을 줄여 오염을 방지하는 등 활동을 품고 있다. 사회 부문은 인권정책, 사회공헌, 법 준수, 산업안전 등 지역·노동자와 상생 노력을 공시해야 한다. 지배구조 부문은 이사회 안건으로 ESG 상정, 내부 감사부서 설치 등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드러낸다.

ESG 경영 목적은 투자자들이 기업을 볼 때 재무재표, 사업보고서 외 경영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산업자원통상부가 정한 공시 항목에서 알 수 있듯, ESG 경영은 재무 외 경영 사항임에도 기업 투자에 영향을 미치는 잣대가 된다. 에너지 사용량 감축, 폐기물 배출 축소, 안전보건 체계 확립 등은 기업 비용과 연계돼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21년 발표한 K-ESG 주요 공시 항목 가이드라인 /정용무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21년 발표한 K-ESG 주요 공시 항목 가이드라인 /정용무 기자

현재 국내에서 ESG 경영은 기업 자율이지만 앞으로는 주요 기업들이 의무적으로 ESG 경영 현황을 공시해야 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초 ESG 공시 기준 초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ESG 경영 공시를 의무화하려 했지만 미국 등 주요국 공시 의무화 연기와 국내 기업 입장 등을 반영해 오는 2026년 이후로 늦춘 상태다.

문제는 기업들에게 ESG 공시를 준비하는 비용 부담이 여전히 크고 과정도 까다롭다는 점이다. 이에 기업들은 ESG 공시를 도입하더라도 소송 등 리스크를 완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면책 기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아 탄소 감축이 쉽지 않은 국내 산업의 구조적 특수성을 감안해 공시 기준 초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이미 왔다고 단언한다. 기업을 넘어 기관, 소비자들까지 ESG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이를 공시하기 위해 더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ESG는 퍼포먼스, 행위가 아니다. 실천 사항을 투자자, 소비자들에게 공시로 보여야 한다. 올바른 경영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내에서도 ESG 공시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책임감을 갖고 ESG 공시를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성 한국ESG경영개발원 대표원장은 "그동안 ESG에 대해 관망 입장을 취하던 기업들이 최근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ESG 경영 발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이제는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교, 병원 등에서도 ESG 경영을 실천하려고 한다. 소비자들 역시 기업이 환경과 사회를 얼마나 챙기는지, 경영진 리스크는 없는지 등 관심이 늘고 있다.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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