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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황제주⑪] 삼성전자, 스스로 반납한 타이틀…응답 없는 '국민주'
입력: 2024.03.25 00:00 / 수정: 2024.03.25 00:00

2017년 주당 250만원→5만원 액면분할 단행 후 주가 지지부진
속속 들려온 호재 소식…'진정한 국민주' 등극 가능할까


22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50% 내린 7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더팩트 DB
22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50% 내린 7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더팩트 DB

한때 1주당 100만 원을 호가하며 황제주 반열에 오른 종목들이 있다. 국내 증시 역사상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종목은 코스피 11개, 코스닥 5개 등 도합 16개 종목이다. 높은 가격만큼 투자자와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 국내시장에서 황제주는 자취를 감췄다. 경영진을 둘러싼 논란, 실적 또는 업황 악화, 물적분할 등 왕좌를 내려놓은 이유는 다양하다. 최근에는 고금리·고유가·고환율 '3고' 우려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중동발 리스크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증시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한때 황제주로 위상을 뽐냈으나 여러 가지 복합적 이유로 현재는 몸집을 줄인 격동의 종목들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7만원대 주가에도 '국민주'로 통한다. 국내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만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정적인 투자처이자 실적 등 기초 체력도 좋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적금처럼 사들이는 경향으로 '삼전적금'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여러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주가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을 걷는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기관(국민연금 제외)보다 높아 국민 10명 중 1명은 삼성전자 주주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국내 증시를 상징하는 종목 치곤 다소 초라한 모습이다. 수백 명의 개인 주주들이 매년 주주총회(주총)장을 직접 찾아 지지부진한 주가에 대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삼성전자도 나름의 환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주가는 응답하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50% 내린 7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 투자자들이 20일 주주총회(주총) 이후 이틀 만에 3조원어치를 매도하는 등 8만원대 주가를 앞두고 차익실현 매물이 발생한 결과다.

다만 삼성전자는 지난 20일 5.63%(4100원) 오른 7만6900원에 장을 마감해 반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그렸다. 21일 장에서도 3.12% 오른 7만9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 9일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에 따른 외인 투자자 유입으로 7만9800원까지 '깜짝 반등'한 뒤 3개월 만에 다시 8만원대 주가를 향한 기세로 복귀했다. 최근 3개월 주가 흐름만 보면 2월과 3월은 6만원대 후반~7만원대 초반을 오갔기 때문에 다소 개선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배경은 삼성전자가 20일 주총에서 내놓은 3개년 주주환원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올해부터 2026년까지 향후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 중 50%를 환원하고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3년 단위로 배당금을 확정하고 주주에게 지급하는 '3개년 주주환원책'을 유지해 왔다. 3개년 주주환원책은 향후 3년간 배당 성향을 고정하기 때문에 회사 실적이 좋지 않아도 배당이 없거나 배당이 크게 줄어들 리스크에서 다소 벗어난다는 이점이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례 없는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른 보유 현금 급감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 경영 여건이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당사의 지속 성장을 위한 설비투자와 R&D 신성장동력 확보는 이어가야 한다"며 "중장기 성장을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향후 당사 여건 고려해 변화가 있으면 즉시 공유하고 주주가치 제고에 더 크게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기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주총 관련 자료를 들고 있다. /임영무 기자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기 열린 가운데 참석자가 주총 관련 자료를 들고 있다. /임영무 기자

◆ 주가 오르면 '단골손님' 된 '10만전자론', 올해는 다를까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가 장기적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엔 크게 힘이 실리지 않는다. 환원책 등에 단기간 주가가 오를 순 있으나 그간 사례로 보면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을 1년으로 확대하면 6만원과 7만원대 주가를 횡보할 뿐 크게 개선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3년으로 확대해도 최고가는 8만6200원(2021년 4월 9일)에 그친다. 액면분할 직후인 7년까지 확대하더라도 '10만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을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17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후 주가가 최대 265만원까지 오른 삼성전자는 국민들에게 '황제주(주당 100만원 주식)'라는 주식 용어를 알린 장본인이다. 국민들은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해 최정상급 위치에 올랐다는 삼성전자에 애정을 보냈다. 국내 벤처기업들은 삼성전자에 입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 회장까지 3대를 이어온 경영자에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성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국내 투자자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었다. 주주 입장에서 좋은 기업인 건 맞지만 265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으로 투자하기 좋은 기업이라는 인식이 부족해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았다는 평가를 받아서다. 이에 2017년 5월 삼성전자는 무려 50대 1이라는 유례없는 액면분할을 단행해 주가를 5만3000원으로 낮췄고 코스피에 재상장했다.

동시에 액면분할은 삼성전자가 국민주가 된 배경이기도 하나 주가가 예년만큼 큰 폭으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단행한 2017년부터 공교롭게도 D램과 낸드 등 가격 하락으로 반도체 업황이 악화한 것도 상승 동력을 잃은 원인으로 꼽힌다.

이에 액면분할 전후 평가는 좋지 못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액면분할 당시 333조원이었으나 1년 만에 267조원으로 내려앉았고 같은 기간 주가는 3만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예탁결제원(예탁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실질주주는 액면분할 전후 대비 5배 상승하면서 국민주로 탈바꿈은 성공했지만, 주가 부양은 실패한 셈이었다.

7년이 지난 2021년 3월 삼성전자는 시가총액 47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했으나, 평가는 액면분할 이후 1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를 봐도 6~7만원대를 횡보하고 있고, 지난해 삼성전자 주주 수(예탁원 기준) 역시 2022년(638만755명) 대비 18.2% 줄어든 521만6409명으로 무려 120만명이 이탈했다. 박스권에 갇힌 주가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개인 투자자의 투심을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참석한 주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는 주주 600여명이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임영무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5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참석한 주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는 주주 600여명이 참석해 문전성시를 이뤘다. /임영무 기자

반면 증권가는 삼성전자를 다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는 종목을 분석할 때 개인 투자자의 성향 등 추상적인 요인보다는 회사의 사업과 실적, 업황 등 숫자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으나, 에프엔가이드 기준 국내 증권사의 평균 삼성전자 목표 주가는 9만4348원으로 22일 종가보다 19.57% 높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올해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 발 글로벌 인공지능(AI) 상승 열풍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반도체 업황 악화가 긴 터널을 지나 올해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해석에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으로 잡으면서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D램과 낸드 출하량을 35% 늘린 데 따른 효과로, 올해 상반기 판매 가격 추정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라며 "D램은 올 1분기, 낸드는 2분기 내로 적정 재고 수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도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403% 늘어난 3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2017년 하만 이후 7년 만에 대형 M&A가 기대되며, 올 3분기 HBM3E 신규 공급도 전망된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목표가를 9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 종목들의 시가총액 중 무려 2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곧 코스피 반등,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의 첫걸음으로 불리는 이유다. 주식을 팔지 않고 업황 악화와 함께 버틴 삼성전자 주주들 역시 올해 실적 개선 등을 통해 이번엔 주가가 10만원선을 뚫기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황제주 타이틀을 스스로 반납하고 국민주로 등극한 후 7년 만에 국민들에게 지지받는 '진정한 국민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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