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9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영풍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최씨 일가가 제3자 유상증자 대상 제한 정관 삭제, 배당금 지급 안건을 둘러싸고 표 대결을 벌일 전망이다. /각 사 제공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내일(19일) 고려아연의 주주총회에서 정관 개정 안건과 배당금 축소를 둘러싸고 고려아연과 대주주 영풍과의 표대결되고 예고되고 있다. 정관 개정의 경우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기에 영풍의 입장되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고, 배당금 안건은 약 8%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의 결정이 승리를 판가름낼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내일 오전 강남구에 위치한 영풍빌딩 별관에서 제 50기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이번 주총에서는 제3자 유상증자(신주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현 정관을 삭제하는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주당 5000원을 결산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이와 관련해 대주주 영풍 측은 배당금이 너무 적다며 주당 1만원인 두배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제3자 배정 증자 역시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영풍과 장형진 영풍 고문 등 장씨 일가가 확보한 고려아연 지분은 31.54%이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 최씨 일가의 지분은 우호지분을 합할 경우 33% 수준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정관 변경 안건은 통과가 어렵고, 배당금 지급 안건은 치열한 표대결이 벌어질 것이라 전망한다.

정관 변경 안건은 특별 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발행 주식 3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고려아연 주총 주주 참석률이 평균 85%(지분 기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장 고문 측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반대 비율이 38%가 된다. 이렇게 되면 출석 주주 3분의 2 찬성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기 어려워 부결 가능성이 커진다.

배당 안건의 경우 당장 배당금을 높여야 하는 개인투자자들과 더불어 배당 수익을 높여야하는 투자기관들은 찬성을, 장기간 주식을 보유하며 시장에서 고려아연 입자외 규모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기관과 투자자는 반대 입장이다.

실제 배당 안건과 관련해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ISS,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 등 국내외 5개 자문기관이 고려아연 원안에 찬성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KCGI자산운용은 국내 기관 투자자 가운데 처음으로 주당 1만원으로 결산배당을 지급하는 안건에는 찬성표를 던지며 영풍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배당 안건과 관련해 캐스팅보트를 쥔 쪽은 국민연금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배당은 일반결의로 출석 주주 과반, 발행 주식 4분의 1 이상 동의를 얻으면 된다. 출석률 85%에 7.49% 지분을 쥔 국민연금이 최 회장과 장 고문, 어느 쪽에 힘을 싣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게 된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 2012년, 2015년, 2022년에 장형진 고문의 과도한 겸직을 문제 삼으며 이사 선임을 반대해 고려아연 측에 선 전례가 있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변경하면서 일방적으로 고려아연의 편에 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서 기관투자자가 상장사의 주주권 강화 노력을 중요한 지표로 판단한다"면서 "배당을 축소하는 것이 주주권 약화로 해석된다면 국민연금도 반대 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당 노리고 오는 개인투자자들은 배당 축소에 불만이 크겠지만, 장기투자자나 기관의 경우 고려아연의 시장 파이가 커져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이 영풍 측에 크게 손을 들어주지 않고 중립을 지킨다면 배당 안건도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