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제한 이후 중고 물량 확대
충성 고객 확보·브랜드 가치 제고 전략
경기도 용인시 영덕동 오토허브에 있는 '현대 인증 중고차 상품화센터'에 아이오닉 5 인증 중고차가 전시돼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현대자동차가 전기 인증 중고차 판매를 본격화하며 전기차(EV) 중고 시장 선점을 추진한다. 기아도 인증 중고차 출범 당시 전기 중고차 판매를 전면에 내세운 가운데 충성 고객 확보와 더불어 중고차 가격 방어를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달 중으로 EV 인증 중고차 판매를 시작한다. 판매 대상은 주행거리 6만km 이하, 신차 등록 후 2~3년 이내 차량이다.
현대차는 또 국내 EV 시장 확대를 위해 보상 판매 제도를 도입한다. 기존 보유 차량을 현대차 인증 중고차 서비스를 통해 팔면 아이오닉 5 등 현대차 전기 신차를 출고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앞서 기아는 지난해 11월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며 EV를 함께 취급하기로 했다.
기아는 국내 최초로 총 5개 등급으로 구성된 '중고 EV 품질 등급제'를 도입했다. 등급은 전기차 4대 시스템인 △고전압 배터리 컨트롤 시스템 △고전압 충전 시스템 △고전압 분배 시스템 △전력 변환 시스템 등을 정밀 진단해 배터리의 현재 성능·상태 등급을 산정한다.
이와 함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측정해 신차 1회 충전 주행거리 대비 상대적인 실제 성능까지 등급화한 후 '배터리 등급'과 '1회 충전 주행거리 등급'을 종합한 최종 EV 품질 등급을 부여한다. 기아는 EV를 총 1~5등급으로 평가하며, 3등급 이상 차량만 판매한다.
현대차와 기아의 EV 중고 시장 진출은 2021년~2022년 판매된 전기차의 판매 제한 기간(2년)이 해제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연도별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를 보면 2020년 4만6677대에서 2021년 10만대, 2022년 16만4000대로 급격히 늘었다. 실제 전기 중고차 시장은 확대 추세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 전기차 실거래량은 2만4659대로 전년 1만7117대에 비해 44.1% 증가했다.
기아 인증 중고차 용인센터에 EV6 인증 중고차가 전시돼 있다. /기아 |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EV 중고 시장에서 보상 판매, EV 품질 인증 등으로 충성 고객 확보와 중고차 가격 방어 효과를 노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가격을 높이게 되면 소비자들이 '중고차를 살 바엔 신차를 사고 만다'는 식으로 새 차를 사도록 유도할 수 있다"면서 "여기에 보상 판매까지 제공한다면 합리적 가격에 차량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은 신차급 컨디션의 인증 중고차를 통해 구매할 수 있어 전체 판매량이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스마트폰 보상 판매를 유도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듯, 인증 중고차도 보상 판매를 제공한다면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에 종속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은 중고차도 우수한 품질이 제공되며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중고차업계에서는 중고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중고차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가 배터리를 비롯해 전기차 등급 평가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기존 중고차 업체들도 대응하기 위해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수조 속 메기 효과'처럼 대기업의 EV 중고 시장 진출이 긍정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