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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토크<상>] HD현대重 vs 한화오션, KDDX 두고 사활 건 까닭
입력: 2024.03.10 00:00 / 수정: 2024.03.10 00:00

8조원 규모 방산 사업에 총력전…경찰 고발까지
한 살 차이 HD현대 정기선-한화그룹 김동관, 양보 없을 듯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KDDX 모형. /김태환 기자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을 놓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하고 있다. 사진은 KDDX 모형. /김태환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송주원·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윤정원 기자] -바야흐로 3월 중순을 앞두고 있지만 오전에는 영하권의 꽃샘추위가 여전한 요즈음입니다. 밤사이 찬 공기 속에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아침에는 몸이 자꾸만 움츠러드네요.

-경제 분야에서도 다툼이 일며 찬바람이 한창인 곳이 있는데요. 조선업계 내 대표 방산 라이벌로 일컬어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격전지에 선 두 주인공입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올해 7조8000억원의 사업비가 걸린 한국형 차기 구축함 건조 사업 수주를 놓고 사활을 건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재계에서는 롯데가(家)의 유력 후계자인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의 행보가 주목받는 한 주였습니다. 신유열 전무가 의결권을 가진 사내이사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여파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새 사령탑에 기대감이 일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로의 교체가 가시화하면서 아직 차기 수장을 결정짓지 않은 증권사들의 행보에도 귀추가 주목됩니다.

한화오션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고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한화오션이 지난 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고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최의종 기자

◆ "모든 수단 총동원"...한화오션 vs HD현대중공업, KDDX 충돌 '격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특수선 분야 양강 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경쟁사를 경찰에 고발까지 했는데요, 이렇게까지 충돌하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양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입니다. KDDX는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을 들여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발주하는 사업입니다.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해군의 숙원 사업입니다. 미래 해군 전력의 핵심이라는 점도 중요하지만, 엔진을 제외한 '완전 국산화' 함정으로 개발한다는 상징성도 있습니다. 여기에 사업비 규모가 8조원에 달하다 보니 양사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죠.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을 봐도 양사 모두 수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12년 10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개념설계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기본설계를 현대중공업이 수행했습니다.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나눠서 한 양사는 다음 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는 반드시 자신들이 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건 알겠는데, 국내에서 재벌 그룹사가 상대방을 고발까지 하는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고발까지 간 이유는요?

-사건의 발단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현재 국군방첩사령부인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가 불시 보안 감사를 하면서, 현대중공업 직원의 군사기밀 유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당시 현대중공업 직원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군본부 함정기술처를 여러 차례 방문해 대우조선해양이 수행한 KDDX 개념설계 보고서 등 기밀을 빼돌려 내부 서버에 공유했다는 사실이 적발됐습니다. 당시 KDDX 관련 비밀 2건과 차기 잠수함 장보고-Ⅲ 비밀 1건, 다목적 훈련 지원정 비밀 1건, 훈련함 비밀 1건 등 26건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무사는 군 관계자를 군검찰에, 현대중공업 직원 등 민간인을 민간검찰인 울산지검에 송치했고, 울산지검은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군사 기밀을 유출한 점은 당연히 잘못된 건데, 재판 결과는 어떻게 됐죠?

-재판 결과 현대중공업 직원 9명 모두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방위사업청은 청 예규에 따라 HD현대중공업에 보안 감점 1.8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 감점으로 HD현대중공업은 울산급 배치-Ⅲ 수주전에서 한화오션에 밀렸습니다. 당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점수는 각각 91.8885점과 91.7433점으로, 보안 감점이 없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당시 방사청 결정에 불복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넣기도 했으나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별개로 방사청은 국가계약법과 방사법에 따라 부정당업체 제재를 위한 계약심의위원회를 열었습니다.

-계약심의위와 관련해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여부를 놓고 관심이 집중됐는데, 일단 HD현대중공업이 한시름 놓았죠?

-네, 당초 방사청은 지난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제재를 심의하고자 했으나 기소된 직원 일부가 판결문 '열람 금지'를 신청해 지연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해 말 모든 직원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열람이 가능해졌고, 방사청은 지난해 12월 한 차례 제재 결정 보류 이후 지난달 27일 다시 계약심의위를 열어 '행정지도' 처분을 의결했습니다. 국가계약법상 제척 기간인 5년이 지났고, 청렴 서약 의무를 받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입니다. 심의는 입찰 참가 자격 제한과 처분 면제 및 행정지도, 심의 보류, 각하 등으로 결과가 나오는데, 행정지도 처분은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다행인 셈입니다.

-한화오션은 즉각 반발했죠?

-맞습니다. 방사청이 대표나 임원 개입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행정지도 처분을 했지만, 한화오션은 개입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거 기무사나 울산지검 수사 기록, 유죄가 확정된 직원 판결문을 보더라도 임원 개입 없이 기밀 유출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한화오션은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지난 5일에는 설명회를 열어 이해관계를 위해 고발한 것이 아닌 '국가 안보'를 위해 고발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이미 사법부 판단까지 나온 사안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직속 부서이자 수사 핵심 부서인 중대범죄수사과가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나섰습니다. 중대범죄수사과는 현대중공업의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일부 규정을 삭제해 특혜를 준 혐의로 왕정홍 전 방사청장도 수사하고 있습니다. 수사 방향과 결과에 양사의 자존심과 막대한 이익까지 걸려 있어 관심이 쏠립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루비콘강을 건넌 모양새인데, 사실 HD현대 정기선 부회장과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은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정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가의 3세대 경영인으로서 각각 42세와 41세로 나이도 비슷하고 평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이번 KDDX 사업이 두 사람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시험대가 된 측면도 있어 서로간 양보는 없을 듯하네요.

일각에선 K-방산의 미래를 위해서 양사가 손을 합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글로벌 조선 시장에서 이미 중국에 밀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양사가 갈등을 빚는 게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겁니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에서 양사가 정정당당한 기술 경쟁을 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하>편에서 계속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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