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0년 투자 '애플카' 중단…포드·폭스바겐도 개발 축소
기술 성숙도 낮아 '레벨 4' 달성 어려워
현대자동차의 쏠라티 차량 기반 '자율주행 로보셔틀' 차량 모습. 현대차는 국회에서 자율주행 로보셔틀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개발과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
애플은 10년 공들인 '애플카'를 사실상 중단했고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토요타 등 미국 완성차업체도 줄줄이 투자를 줄이는 실정이다. 아직 기술 성숙도가 낮아 운전자의 간섭 없이 스스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레벨 5단계'의 완전 자율주행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비용 부담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최근 애플은 전기차를 연구해 온 조직인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의 해산을 결정했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인원 2000명은 인공지능(AI) 부서나 다른 부서로 이동할 계획이다.
애플은 지난 2014년부터 '프로젝트 타이탄'이란 이름으로 애플카 개발을 추진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애플카 실무진들이 한국을 찾아 LG전자, SK그룹 등 국내 기업을 방문한 것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애플카는 여러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고 프로젝트 동력을 점점 상실했다. 당초 오는 2025년 출시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2026년으로 한 차례 연기된 뒤 최근에는 2028년으로 연기됐다.
성능 역시 레벨 5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고속도로 완전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레벨 4'로, 뒤이어 운전대를 사용자가 잡아야 하는 '레벨 2+' 시스템으로 낮아졌다.
IT기업 뿐만 아니라 완성차업체들도 자율주행 관련 투자를 축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5개 완성차 기업(GM, 토요타, BMW, 지리, 폭스바겐)의 스타트업 투자 보고서를 살펴보면 자율주행 투자 비중은 2019년 64.9%, 2020년 15.7%, 2021년 15.7%, 2022년 43.0%, 2023년 1.3%(1~9월)로 축소됐다.
실제 제너럴모터스(GM)는 자율주행 자회사인 크루즈에 대한 투자를 올해 10억달러(1조3310억원) 삭감했다. 크루즈는 지난해 8월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시간 무인 택시 사업을 했지만, 연이은 사고로 인해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포드는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포드는 지난 2022년 폭스바겐과 만든 자율주행 합작사 '아르고AI'를 폐업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2조5000억원을 투자한 자율주행 기업 '모셔널'의 공동 투자사인 미국의 앱티브가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모셔널은 2020년 미국서 출범한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가 각각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모셔널은 전기차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로보택시 사업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부진해 지난해 상반기 약 75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기아 대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의 정측면 모습.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 HDP를 탑재할 예정이었으나 기술 문제로 중단했다. /김태환 기자 |
기아는 지난해 대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의 GT-트림 옵션 항목에서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인 '고속도로자율주행(HDP·Highway Driving Pilot)'을 탑재하려 했으나, 관련 옵션을 중단하고 환불 조치했다. 기술 신뢰도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자율주행차 투자 축소가 기술 개발 난이도가 높고, 규제가 많아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자율주행 '레벨4' 기술 개발이 쉽지 않아 자동차업계의 투자가 주춤한 것"이라며 "현재 나온 자율주행 차량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