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업·제조업 독과점현황 조사 결과
"산업 규모 클수록 대기업 집중도↑"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광업·제조업 분야의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체제가 강화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024 스마트 SMT&PCB 어셈블리 전시회'에 전시된 반도체 장비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광업·제조업 분야의 대기업의 시장지배력 체제가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독과점 구조가 견고한 기업이 증가한 가운데 산업 규모가 클수록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시책을 추진하기 위해 광업·제조업 분야에 대한 독과점현황 등 시장구조를 조사해 결과를 공표했다. 이번 시장구조 조사는 통계청의 '2021년 광업․제조업조사' 데이터를 활용해 광업·제조업의 시장집중도를 살펴본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연구용역을 수행했다.
우선 지난 2021년 들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하며 산업 규모를 반영한 시장집중도와 대규모 기업집단 비중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경기가 2021년 들어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경기회복 속도에 있어 기업규모간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출하액 기준 상위 100대 기업의 2021년 출하액은 전년대비 152조원 증가한 799조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광업·제조업 전체 출하액의 46.4%에 해당한다. 전년대비 2.1%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또 산업 규모가 클수록 상위 1~3위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규모 기업의 출하액이 증가하며 가중평균 시장집중도가 상승했다. 출하액을 가중해 산출한 가중평균은 산업 규모를 반영한 산업집중도 지표다. 출하액 상위 3개 업체의 시장점유율로 산출한 가중평균 시장집중도는 51.3%로 전년 50% 대비 소폭 상승했다.
특히 출하액 기준 상위 10대 산업은 높은 집중도를 유지하고 있다. 출하액이 가장 큰 '메모리용 전자집적회로 제조업'(출하액 126조6000억원)의 경우 2021년 기준 99.3%의 집중도를 나타냈다. 이어 '원유 정제처리업'(103조원)은 69.4%, '승용차 및 자동차'(91조4000억원) 93.9%, '열간 압연 및 압출 제품'(48조8000억원) 77.3%, '합성수지 및 플라스틱'(44조7000억원) 41.9% 등으로 조사됐다.
반면 산업 규모를 반영하지 않은 시장집중도는 2021년 기준 41.7%로 전년 대비 0.02%포인트 감소하며 산업 규모를 반영한 지표와의 격차가 커졌다. 생산 회복이 반도체, 정유업, 승용차 등 규모가 큰 산업 중심으로 빠르게 나타나며 산업 규모별로 다소 불균등하게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독과점구조가 유지된 산업은 반도체·자동차·휴대폰 제조업 등 52개 업종으로 나타났다. 전년 51개보다 1개 기업이 늘었다. 독과점구조는 2017~2021년 연속 1개사 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사 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다.
지난 2021년 독과점구조가 유지된 산업은 반도체·자동차·휴대폰 제조업 등 52개 업종으로 나타났다.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 추이. /공정거래위원회 |
이들 산업은 다른 분야에 비해 시장집중도, 평균출하액, 내수집중도 등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52개 업종 가운데 39개 산업은 2011년 이후 5회 연속으로 독과점 유지산업으로 분류돼 독과점 정도가 고착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대부분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신규경쟁자의 진입이 어렵다는 특징을 보였다.
반면 연구개발(R&D) 비율은 1.1%로 광업·제조업 전체 평균치(1.3%)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독과점구조 유지 산업 내에서도 산업별로 편차가 큰 수준이다. 항공기, 반도체, LCD 제조업 등의 산업은 전체 평균치를 크게 상회(8.3~4.0%)했고, 소주, 맥주 등 주류산업, 설탕 제조업 등은 0.1%를 하회(0.09~0.0%)했다.
광업·제조업 출하액 중 대규모 기업집단에서의 출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48.8%로 전년대비 2.9%포인트 증가했다. 이 가운데 출하액 기준 상위 5대 기업집단이 차지하는 비율은 30.2%를 차지했다. 해당 비중이 6~76대 기업집단 전체 비율(18.6%)보다 높게 나타나 상위 기업집단으로의 쏠림이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2021년 기준 광업·제조업 전체 평균출하액은 약 3.6조원으로 집계됐다.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이 해당 산업에 참여해 상위 3개사에 포함된 산업의 평균출하액은 약 6조4000억원, 대규모 기업집단이 진출하지 않은 산업의 평균출하액은 약 7000억원으로 두 경우의 차이가 컸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독과점 시장구조 개선시책 마련이 필요한 분야와 시장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부분에 대하여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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