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형지·휠라, 경영진 세대 교체 잰걸음
인구 감소 등 국내 시장 급격히 축소…"답은 해외"
패션 업계 오너 2세들이 경영 전반에 나서면서 해외 진출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 실적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강준석 BYN블랙야크그룹 사장(왼쪽)과 최준호 패션그룹형지 총괄부회장 /BYN블랙야크·패션그룹형지 |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패션 업계가 세대 교체에 들어섰다. 오너 2세들이 경영권을 넘겨 받고 미래 패션업 청사진을 그리는 모양새다. 바톤을 넘겨 받은 새 수장들의 첫 번째 임무는 실적 개선이다. 경기 침체로 패션 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패션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패션계 40대 오너 2세들이 경영 일선에 대거 나섰다. 새 경영진들은 국내 경기 침체, 시장 규모 축소에 대비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를 운영하는 BYN블랙야크그룹은 사장에 오너 2세를 앉혔다. 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은 지난 13일 장남인 강준석 씨(43)를 BYN블랙야크그룹 사장으로 임명했다.
BYN블랙야크는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전성기 역량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영 개선이 필요하단 진단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영업이익 76억원, 매출액 3769억원을 달성했다. 사업 전성기인 지난 2012년 영업이익 1013억원, 매출액 4535억원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강준석 사장은 블랙야크를 독일과 미국,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한 해외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독일 경우 블랙야크 현지 법인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 이를 거점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설명이다. BYN블랙야크 관계자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을 겨냥해 현지 유통업 등 산업 관계자에게 블랙야크 브랜드를 알릴 예정"이라며 "중국 법인은 시장 안정화와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위해 프리미엄 마케팅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트교복',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 등을 운영하는 패션그룹형지는 지난해부터 2세 경영 체제에 들어섰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장남인 최준호(40) 씨가 지난해 11월 1일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해서다. 최준호 부회장은 지난 2021년부터 계열사 까스텔바작, 지주사 격인 패션그룹 형지 대표이사를 맡으며 주요 브랜드 경영 일선에 섰다.
최 부회장이 브랜드를 이끈 후 패션그룹형지 실적은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9일 지난해 실적을 잠정 추정한 결과 영업이익 3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2022년) 대비 145% 성장한 수치다. 지난 2022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까스텔바작 등 계열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실적을 보면 지난 2022년 기준 영업손실 41억6000만원을 기록해 전체 브랜드 수익성 회복이 최 부회장 해결 과제로 진단된다.
최 부회장도 글로벌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까스텔바작은 지난해 6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였다. 미국 내 1만6000개 골프장 내 매장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미 정부에 군납 의류를 납품하기 위한 논의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 /휠라홀딩스 |
휠라홀딩스는 지난 2018년부터 윤윤수 회장의 장남 윤근창(49) 휠라홀딩스 대표가 이끌고 있다. 윤근창 대표는 취임 후 중장기 경영 전략 '위닝 투게더'를 앞세웠다. 위닝 투게더는 휠라가 오는 2026년까지 매출 4조4000억원과 영업이익률 16% 달성을 목표로 5년간 1조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휠라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3037억원, 매출액 4조6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0.2%, 5.1% 감소했다. 미국 법인 휠라USA 경우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손실이 13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43억원 늘어난 수치다.
윤 대표 역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방점을 찍고 해외 사업을 위한 인재를 영입했다. 그는 브랜드 창립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브랜드 사장직을 신설하고 토드 클라인 휠라 USA 사장을 앉혔다. 이어 유명 스케이트 의류 브랜드 '팔라스' 설립자 레브 탄주를 지난 1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고 고가 라인 '휠라플러스(FILA+)'를 올해 3·4분기에 출시하기로 했다.
휠라홀딩스 관계자는 "휠라USA는 의류업계 침체로 쌓인 재고를 대규모 할인 등으로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했다. 이 결과 현재 재고자산은 2022년 말과 비교해 50% 이상 줄어들었다"며 "수익성은 악화됐지만 목표했던 재고 조정에 성공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 패션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패션 업계가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이에 불황을 겪는 국내 업체들은 해외 진출에 힘을 주고 있다"며 "최근 해외에서 한국이 우호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친한 분위기가 강한 지금 현지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려는 패션업체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숙희 경남대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국내 패션 업체는 해외 시장을 공략해야만 불황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 침체가 길어지면 의·식·주 중 소비자가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분야가 옷(의)"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 인구 감소, 지방 소멸 등 다양한 원인이 겹쳐 업태 불황이 왔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이 활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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