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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의 눈물③] 셀리버리 주주 "대표 '무릎 사과'도 거짓…주총서 맞대결"
입력: 2024.03.05 00:00 / 수정: 2024.03.05 00:00

국내 1호 성장성 특례 상장 업체→거래정지·자본잠식·상폐 기로
13일 조대웅 대표 해임 안건 등 두고 주총 표 대결 관심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가 지난해 3월 31일 서울 마포구 본사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는 2018년 국내 1호 성장성 평가 특례 상장을 통해 상장한 제약사다. /독자 제공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가 지난해 3월 31일 서울 마포구 본사 사옥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는 2018년 국내 1호 '성장성 평가 특례 상장'을 통해 상장한 제약사다. /독자 제공

정부는 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며 상장사에 주주환원책과 배당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배당은커녕 주가 부양 의지조차 없는 기업들이 있다. 주가가 고점 대비 크게내려 앉아 있는 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속상한 주주들은 연대를 결성해 행동에 나섰다. 기업은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를 업종의 특수성이나 업황 악화 등으로 핑계 삼는다. 주주 이탈을 막기 위해 고의로 사업 성과를 공개하지 않고 주가 상승을 방어하는 기업도 있다. 오너일가가 개인 사익 추구를 위해 설립한 다른 회사로 상장사 자금을 빼돌리기도 한다. 소액주주의 눈물은 2024년에도 지속되고 있다. <더팩트> 소액주주의 눈물을 3회에 걸쳐 보다듬는다. <편집자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는 2023년 3월 22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상장사 카나리아바이오가 감사의견이 거절될 것이라는 루머가 있는데, 오늘은 우리 셀리버리가 거절될 것이라는 루머가 돈다"면서 "루머에 불과하다"는 뉘앙스의 글이었다. 감사의견 '거절'인 경우 심사를 통해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더 이상 내 주식이 유통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해하던 셀리버리 소액주주들은 대표의 글에 안도했다.

다음 날 셀리버리는 장중 거래가 정지됐다. 원인은 증빙자료 미제출로 인한 외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이다. 동시에 상장폐지(상폐) 사유가 발생했고, 유예 기간은 올해 4월까지 주어졌다. 조 대표는 그해 열린 주주총회(주총)에서 무릎을 꿇고 아무것도 몰랐다는 듯 읍소했다. 그는 "주식담보대출도 받고 일도 열심히 했는데 감사의견이 거절될지 몰랐다. 저도 최대주주로서 여러분과 같은 주주다. 저도 피해자다"라며 "회사 정상화에 목숨을 걸겠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다시 최대주주이자 경영자를 믿기로 했다.

반전은 없었다. 유예 기간이 한 달 남은 현재 셀리버리는 여전히 외부 감사에 증빙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신약 개발이나 임상, 기술이전 등 제약사의 일반적 호재들은 단계별 보도자료로 만들어 하나하나 세세하게 공개해 '적극적 IR 활동이 매력'이라는 평가를 받던 셀리버리였다. 거래정지 후 주가는 6680원. 상폐에 따른 정리매매에 돌입할 경우 종가의 10분의 1 수준인 668원부터 거래된다. 거래가 재개돼도 눈에 띄는 사업 성과를 찾기 어려워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2500원에 팔아도 여한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모든 게 거짓이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가장 많이 힘들었어요. 난데없는 거래정지에 놀란 소액주주들은 대부분 따지듯 주총장을 갔지만 막상 대표가 무릎을 꿇자 '그래도 진실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개인 투자자들은 공시나 뉴스, 또는 자기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잖아요. 연대에는 개인 주식만 300억원가량 보유한 분도 계세요. 평단가는 5만원대인 분들이 가장 많고요. 2만5000원대도 그다음으로 많더라고요. 이분들도 회사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 투자하신 분들이잖아요. 대표가 잘하겠다고 하니 믿을 수 밖에요. "

4일 서울 모처에서 만난 박수본 셀리버리주주연대 부대표는 차분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과거 부친과 함께 셀리버리에 투자했다는 박 부대표는 회계사를 준비 중인 수험자 신분이다. 주주들의 권익을 되찾기 위해 자신이 배운 지식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누구보다 발로 뛰면서 윤주원 소액주주연대 대표 등과 함께 연대를 키워냈다.

1년여간 행동하는 주주로 활동하면서 소액주주만으로 지분을 모아 법원으로부터 주주명부열람 가처분신청을 승인받고 주총 소집까지 열었다. 그 중심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함께 뜻을 모은 주주들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박수본 셀리버리주주연대 부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셀리버리와 주주 활동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한림 기자
박수본 셀리버리주주연대 부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기자와 만나 셀리버리와 주주 활동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한림 기자

"그런데 회사 정상화에 목숨을 걸겠다는 사람이 그 이후로 개선 의지가 있어 보이지 않았어요. 월급을 받는 주주들은 그나마 다행인데 고정적인 수입이 없으신 분들은 노후 자금까지 들어간 내 주식이 계속 '거래정지' 상태이니 참다못해 진실을 들여다보기로 했죠. 그렇게 5명 정도가 처음 모였어요. 정보를 모으거나 여러 사람을 만났죠. 7월이나 8월 정도였나요. 잠재적 내부자들로부터 증거 자료를 받거나 전직 직원분들의 증언을 모아보니 조대웅 대표이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정보를 모아보니 의심은 확신이 됐거든요.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1800명 이상의 소액주주분이 플랫폼 액트를 통해 지분을 모아주셨고 18%가량이 주주 행동에 옮기고 있죠.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상장사가 1년 넘게 거래정지조차 해소할 의지가 없는데 경영 정상화를 어찌하나요. 증빙 자료 제출이 돈이 들거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상폐 관련 유예기간이 한 달 남은 지금도 제출하지 않고 있어요. 주주들 입장에서는 유예기간을 꽉 채워 상폐하려 한 게 목적이었구나 생각하게 됐죠. 주주분들은 '이대로 상폐 되는 것인가', '정부가 밸류업 방안을 통해 좀비기업을 증시에서 퇴출하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첫 타자가 되는가' 하는 생각에 아주 불안한 거죠."

박 부대표 등이 이끄는 셀리버리주주연대는 오는 13일 예정된 셀리버리 임시 주총에서 제1호 의안으로 조대웅 사내이사 해임의 건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고, 제 2호 의안에 자신과 윤 대표 등을 신규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통해 이름 올렸다. 사측도 기존 경영진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건을 상정하며 맞불을 놨다. 주주와 조 대표가 서로 해임과 선임이라는 안건을 두고 맞대결이 이어진 양상이다.

"주총 결과를 장담하긴 어렵지만 오죽하면 그랬겠어요. 현금도 없고 거래도 정지됐다 보니 저희가 다방면으로 섭외를 시도했던 이사 후보분들은 모두 이사를 맡기를 어려워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직접 안건에 이름을 올리게 된 거죠. 경영권을 장악하겠다 이런 뉘앙스가 아니에요. 누구도 선뜻 나서겠다고 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회사 상태가 심각한 셈입니다. 평생 운전만 하셨다던 조 대표의 운전기사분이 비상무이사로 등재돼 있어요. 저희가 알기론 억대 연봉이고요. 운전기사님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분보다는 회사의 사업성과 실적 등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분석했고 견제를 할 수 있는 저희가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셀리버리주주연대 소속 주주가 최근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셀리버리주주연대는 조 대표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독자 제공
셀리버리주주연대 소속 주주가 최근 서울 마포경찰서 앞에서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이사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셀리버리주주연대는 조 대표를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독자 제공

2014년 설립된 셀리버리는 2018년 기업공개(IPO) 당시 역대 최초로 '성장성 평가 특례 상장'을 통해 상장한 제약업체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추진 소식에 수혜를 입어 주가는 공모가(2만5000원) 대비 4배 넘게 오른 최고 10만원까지 올랐고, 물티슈 제조업체인 아진크린(현 셀리버리리빙앤헬스)을 인수해 사세 확장도 나섰다. 그러나 500억원가량을 투입한 사세 확장은 독이 됐고 이를 상쇄할 만한 현금이 없던 회사는 경영난을 겪으면서 거래정지 중에 겹악재를 맡게 됐다.

소액주주들의 눈물이 극에 달한 이유다. 거래정지 중인 종목이 유예기간 중에 거래정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상폐로 이어져 주주들의 보유 주식은 종잇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자회사에 과도한 초기 비용 투입이 문제가 됐다"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회사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부대표는 셀리버리에 대한 일련의 사태는 자회사에 과도한 비용 투자보다 다른 곳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가 주식 매도로 수익을 내기 위해 자신이 속해 있는 소수 주주모임 채팅방 등에 고의로 정보를 흘려 일시적으로 주가를 상승시켰다고 주장이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대표이사 본인이 주식 매도를 위해 거짓말을 굉장히 많이 했다는 점이에요. 근데 그 거짓말이 본인이 SNS에 한 이야기랑은 전부 다 반대되는 내용이었고 주주를 속이고 자기 사리사욕을 챙겼다는 거죠. 그래서 주주들이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습니다. '(업무협약 등 성과가) 곧 된다. 1조인지 2조인지가 중요하다', '미국 변호사를 협상 대리인으로 고용했고 이들이 된다고 하던데 무슨 걱정이냐' 뭐 이런 식의 글들이 SNS에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조 대표를 고소했고 모두 마포서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요. "

"셀리버리는 2022년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거절되면서 2023년 3월 상폐됐는데 경영진은 여전히 거절사유를 해소하지 않았고, 2023년도 사업 실적조차 공시하지 않고 있어요. 한국거래소에서 지난해 10월 불성실공시법인까지 지정했는데도요. 비정상의 정상화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정상이 정상이어야죠. 주주연대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첫 단추로 경영진을 교체하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들을 선임할 계획입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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